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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쇠사슬로 꽁꽁…함정·항공기와 일심동체

입력 2024. 11. 26   17:10
업데이트 2024. 11. 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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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19·끝>대형수송함 갑판병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는 수병들의 이야기, ‘우리는 바다사나이’ 마지막 시간입니다. 해군 대표 군사특기인 갑판에 대해 ‘함정과 일심동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여름엔 펄펄 끓고, 겨울엔 꽁꽁 얼어붙는 철판과 피부를 맞댄 채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함정에 스며들기 때문이죠. 갑판병은 해군에서 일반적인 병종입니다. 가장 작은 함정인 고속정부터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까지, 갑판병은 모든 함정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엔 남들과 다른, 조금 특별한 갑판병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함정뿐만 아니라 항공기와 일심동체가 돼야 하는 대형수송함(LPH) 갑판병입니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해군 1만4500톤급 대형수송함(LPH) 마라도함 갑판병 문종윤 상병이 청색 계류수 복장을 하고 비행갑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군 1만4500톤급 대형수송함(LPH) 마라도함 갑판병 문종윤 상병이 청색 계류수 복장을 하고 비행갑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9×31m 크기 비행갑판 갖춘 독도함·마라도함서 
육·해·공군, 해병대 헬기 이·착함 자격훈련 지원
착함 동시에 항공기·함정 결박하는 ‘계류수’ 주 임무
황색 복장 통제사 수신호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엔 다른 함정에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길이 199m, 너비 31m 크기의 거대한 비행갑판이다. 비행갑판은 헬기가 이·착함하는 공간이다. 다른 함정이 보통 헬기 1대가 내릴 수 있는 정도의 갑판을 갖춘 것에 비해 대형수송함은 최대 5대의 헬기가 동시에 내릴 수 있다. 또 헬기를 7대까지 내부에 탑재할 수 있다. 대형수송함 비행갑판은 바다를 떠다니는 기지인 셈이다. 

대형수송함은 ‘해상 이·착함 자격(DLQ) 훈련’을 자주 지원한다. DLQ는 헬기 조종사가 함정 비행갑판에 안전하게 이·착함할 수 있는 자격을 뜻한다. 정례 훈련을 통해 조종사는 해상 작전능력을 숙달한다. 이는 육지에 착륙하는 것보다 고도의 조종술이 필요하다.

DLQ 훈련은 육·해·공군, 해병대 헬기가 모두 한다. 해군 UH-60 해상기동헬기, 링스(Lynx)·AW-159 해상작전헬기를 비롯해 AH-64E 아파치, CH-47D 시누크, MUH-1 마린온 등 다양한 전력이 대형수송함을 찾는다.

대형수송함 갑판병은 비행갑판 위에서 이들 항공기의 이·착함을 지원한다. 비행갑판에 내린 항공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결박하는 ‘계류수’가 갑판병 역할이다.

청색 옷을 갖춰 입은 계류수는 헬기가 착함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항공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쇠사슬로 단단히 묶는다. 함정은 파도가 치는 바다를 기동하기 때문이다.

계류수는 항공기 하나당 4명이 배정된다. 한 번에 최대 5대가 이·착함할 수 있으니, 계류수도 가장 많게는 20명이 투입된다. 항공기 급유를 지원하는 것도 계류수 임무 중 하나다.

비행갑판 위에선 모든 움직임이 수신호에 맞춰 이뤄진다. 이·착함 시 항공기 소음으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탑건’의 함재기 출격 모습과 비슷하다. 계류수는 황색 복장의 통제사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때론 경험 많은 선임 갑판병이 통제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형수송함 갑판병은 근무 상황에 따라 계류수 임무에 투입된다. 바꿔 말하면 모든 대형수송함 갑판병은 항공기 이·착함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교육은 부대 단위로 이뤄진다.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마라도함 갑판병만 특수하게 수행하는 임무기 때문이다.

 

계류수가 비행갑판에 착함한 항공기를 결박할 때 사용하는 쇠사슬과 도구.
계류수가 비행갑판에 착함한 항공기를 결박할 때 사용하는 쇠사슬과 도구.


“주요 귀빈 맞는 영송병 등 임무 수행 
다양한 항공기 가까이서…최고 경험”
마라도함 문종윤 상병

‘항공기가 가장 많이 착함하는 함정.’

마라도함 문종윤 상병은 대형수송함 갑판병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항공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을 꼽았다.

마라도함엔 국군 헬기뿐 아니라 해양경찰, 미군 항공기도 착함한다. 지난 9월 한미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 당시 마라도함에 착함한 미 해병대 MV-22 오스프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문 상병은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항공기를 가장 많이 이·착함시키는 함정’이 그가 생각하는 마라도함의 이미지다.

“대형수송함 갑판병은 다른 함정 수병보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계류수가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 행사 지원을 많이 하다 보니 주요 귀빈이 함정을 방문할 때 영송병 역할도 자주 합니다.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에선 함상 리셉션을 지원합니다. 한 근무지에서 계속 있는 타군과 달리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게 갑판병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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