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능력 있는 부사관이 방산기업으로 떠난 이유

입력 2024. 11. 26   15:07
업데이트 2024. 11. 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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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 같다커뮤니케이션 대표 예비역 육군대령
엄효식 같다커뮤니케이션 대표 예비역 육군대령

 


“매우 능력 있는 교관이었는데, 갑자기 전역을 신청해 놀랐다. 떠나겠다는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최근 기업에 근무하는 군 선배를 만난 자리에서 육군교육사령부 어느 병과학교장의 탄식을 전해 들었다. 군에서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근무하면서 장비정비 분야 최고 능력자로 인정받던 상사가 고심 끝에 군복을 벗고 기업으로 이직한 것이다.

공군 조종사들이 민간 항공사로 이직하는 수가 늘어 항공전력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는 뉴스를 가끔 접한다. 매년 조종사 약 140명을 양성하는데, 60여 명이 군을 떠나고 대부분은 민간 항공사로 이직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진급을 비롯한 여러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민간 항공사 이직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공군 조종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군 간부는 9481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5630명)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5년 이상 10년 미만 근무자인 ‘중기복무 제대군인’ 수는 2022년 2999명에서 지난해 4061명으로 급증했다.

소령으로 전역 후 방산기업으로 이직한 직원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기업에 와 보니 어떤 장점이 있는가’ 물었는데 너무도 명료하게 답변했다. 군 생활에선 감당해야만 하는 책임이 무한대인 데 반해 정신적·물질적 보상은 턱없이 적었다고 했다.

기업에서는 일단 비상대기·당직근무가 없어 매일 퇴근할 수 있고, 근무를 마친 이후엔 어떠한 업무 지시나 휴대전화 알림도 받지 않아 좋았다고 한다. 군 시절보다 상당히 오른 급여, 기대 이상의 성과금, 자녀들의 무료 대학 학자금 지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임원이 되지 못해도 계급정년 공포감 없이 60세까지 근무 가능하고, 1년에 한 번씩 아내와 함께 회사 지원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했다. 이사하는 불편함을 더는 떠올리지 않는 일상도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간부들은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인내하며 임무 완수에 헌신하고 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앞으로 군 인력의 외부 유출, 특히 기업으로의 이직이 더 늘어날 것 같다.

꽃을 피우고 있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역대급 수출실적을 거둔 덕분에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선다.

다양한 무기체계 전문지식·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현역 군 간부들이 경력직으로 가장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출퇴근하는 간부들 입장에선 군복 입은 자신과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비교하고, 가족의 삶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간부들이 군대에서 더 근무하게 해 달라고 무작정 매달리는 시대는 기억에서 지워야 한다. 군대도 사회 또는 기업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비교 우위의 여건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간부 본인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세계 최강 미국의 군인들은 어떤 계급일지라도 전역 즉시 방산기업 취업이 가능하다. 2017년 주한 미8군사령관이었던 버나드 S. 샴포 장군은 한국에서 전역 후 한화그룹 방산부문 부사장으로 취업했고, 5년 이상 한화그룹을 위해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우리도 군인들의 기업 이직에 관해 좀 더 합리적 방안이 논의되길 소망한다. 물론 ‘방산비리’라는 어두운 단어의 재생은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적은 김정은과 북한군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경쟁 상대는 기업이다. 조직으로서 군은 외부 사회와 기업을 더 깊숙이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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