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2024 미국 대선 결산 ②
세계 주요국 집권당 물가 못 막아 고배
바이든 대선 재도전 포기 번복 악영향
해리슨 정책 혼선·자질 문제도 도마에
민주당, 2026년 중간선거 반전 목표
내부 전열 정비·지지층 재결집 과제
올해 11월 5일 시행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했다. 민주당은 연방의회 상·하원 선거 모두에서도 공화당에 패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된 인플레이션과 불법 이민자 문제가 이번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론과 해리스 후보의 자질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내부 전열 정비와 함께 2026년 중간선거를 목표로 지지층 재건에 주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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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완패
2020년 11월의 미국 대선 결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된 선거에서 반(反)트럼프 진영이 강력히 결집하면서 바이든 후보는 역대 최다 득표에 해당하는 8128만여 표를 확보했다. 대선 승패 관건으로 지목돼온 7개 경합주 중 노스캐롤라이나(NC)를 제외한 경합주 전부에서도 승리했다.
한편 당시 연방의회 선거 결과 민주당은 상원에서는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으며,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 수성에 성공했다.
반면 2024년 대선에서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패배했다. 특히 전국 투표율에서 48%에 그치면서 공화당 후보에 완패했다. 2004년 미국 대선 이후 20년 만에 전국 투표율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에 뒤처진 것이다. 집권 민주당은 연방의회 상·하원 모두에서도 공화당에 패배했다. 2020년과 대비되는 완패를 기록한 것이다. 2016년에 이어 대통령과 연방의회 선거 모두에서 공화당에 패배하는 기록도 남겼다.
집권당의 패배 원인
집권 민주당 패배의 핵심 원인은 인플레이션 문제로 대표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의 누적된 불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3월의 국정연설에서 집권 1기의 경제 성과를 강조했다.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 달성과 임금 상승을 통해 중산층 재건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달성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해리스 후보 역시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 경제정책 성과를 부각했다. 하지만 체감 물가에 대한 미 국민의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이러한 국내적 불만에 주목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인 해리스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올해 주요국 선거에서 인플레이션 문제로 집권당이 참패한 연장선에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역대 최대 규모인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대통령·의회 선거 등 국가적 수준의 선거가 치러졌다. 특히 전국단위 선거를 치른 대부분 주요국에서 집권당이 패배하는 기록을 남겼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누적된 국내적 불만이 핵심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미국 대선 역시 인플레이션 문제가 집권당에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키는 또 다른 사례가 됐다.
미국 내 만연한 반이민 정서 역시 민주당의 패배를 초래할 핵심 원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으로 초래된 남부 국경 일대의 대대적 불법 이민자 유입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밀입국 문제 해결의 전권을 부여받은 해리스 부통령의 무능력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불법 이민자 유입을 강력범죄·집값 상승과 일자리 약탈 등 사실상 모든 사회 문제를 초래한 원인으로 규정하고 쟁점화시킨 트럼프 측 선거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예비 후보였던 바이든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가교(bridge)에 비유하면서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11월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자 재선 도전을 시사했다. 2023년 4월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고령으로 인한 건강 및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바이든의 재선이 어렵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여기에 올해 6월 말의 첫 TV 대선후보 토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후보교체론이 표출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7월 21일부로 해리스 부통령을 대체 후보로 지지하면서 대선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가 대선 유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혼선을 초래하고, 진영 내 결집 약화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대선 패배의 또 다른 핵심 원인은 해리스 후보의 자질 문제다. 해리스는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대체 후보로 부상했으며, 올해 8월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 실패로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하는 데 한계를 보여줬다. 환경·이민·의료보험 등 주요 정책에서 입장을 번복하면서 진영 내부의 비판도 초래했다. 그 결과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히스패닉계와 30대 미만 유권자 집단으로부터 바이든 후보만큼 강력한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 집단의 지지가 현저히 축소된 것으로 평가됐다.
지지층 재건의 노력
이번 대선의 유세 과정에서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를 중범죄자로 규정하는 동시에 그의 재선이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사실상 패배를 가져온 핵심 원인인 낙태 이슈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낙태권 보장 판례의 폐기를 주도한 연방 대법관들 다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 임명됐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지층 결집에는 한계를 보여줬다. 오히려 민주당의 양대 핵심 거점인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이 40% 전후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경합주 패배와 함께 민주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대선 패배 이후의 내부 전열을 정비하면서 지지층 재건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2026년 11월의 중간선거를 통해 반전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정 문제를 부각하는 행보가 예상된다. 행정부 출범 2년 차를 마무리하는 국면에서 진행되는 중간선거에서 정권 심판론 프레임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은 하원에서 기존 의석 대비 42석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44년 만에 역대 최고 성적인 235석을 차지,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이는 2016년 미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 모두에서 패배한 충격을 딛고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발판이 됐다.
이러한 역사적 선례가 2026년 중간선거를 통해 재현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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