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
⑪ 지금 안 먹으면 후회!…제철미식회
한국관광공사 ‘K로컬 미식여행 33선’ 중
늦가을~겨울 즐기기 좋은 음식
부산 ‘복어’ 산란기 앞두고 영양 가득
강릉 ‘초당순두부’ 바닷물 간수 특별
홍성 ‘새조개’ 쫄깃한 식감·감칠맛 별미
무안 ‘낙지’ 볶음·탕탕이·연포탕 힘 불끈
지난 몇 달간 넷플릭스의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들이 유명해진 것은 물론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예약이 꽉 찼을 정도다. 바야흐로 미식의 시대다. 얼마 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K로컬 미식여행 33선』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미식의 유행을 예견했다는 듯이 말이다. 횡성 한우, 수원 왕갈비, 부산 돼지국밥, 목포 홍어 등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등 이야기가 담긴 요리와 식재료를 엄선했다는 것이 한국관광공사 측의 설명. ‘흑백요리사’ 속 셰프들의 파인다이닝도 좋지만, 전국 각지에 숨어 있는 제철 음식과 요리사들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K로컬 미식여행 33선』에서 늦가을과 겨울 사이에 즐기기 좋은 음식을 찾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김정흠 작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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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복어
『K로컬 미식여행 33선』에서 부산은 돼지국밥과 복어 부문에 이름을 올린 주요 미식 여행지 중 하나로 언급된다. 두 음식 모두 겨울에 즐기기에 좋지만, 겨울이 제철인 복어는 이 시기에 좀 더 특별해진다.
복어는 일본 음식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 스타일로 발전해 오늘날에 이르는 식재료로 손꼽힌다. 시작은 자갈치시장이었다. 시장 상인들이 포구로 들어온 복어를 알음알음 손질해 팔았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진다. 복어를 먹고 독에 중독됐다는 사건·사고가 심심찮게 등장했던 것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이제 복어는 전문자격을 갖춘 조리사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말자.
복어를 넣고 끓인 ‘복국’은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은 음식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 복어뿐만 아니라 콩나물, 미나리, 배추 등의 채소가 모두 가을과 겨울에 제철을 맞는다. 맛과 향이 절정에 이른다는 뜻이다. 특히 미나리는 추운 계절일수록 아삭하고 향긋한 맛을 더한다.
복어는 회나 튀김은 물론 구이나 조림으로도 먹는다. ‘2024 미쉐린가이드 서울·부산’ 편에서 ‘셀렉티드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금수복국 해운대본점’에서는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세트메뉴를 판매한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급 복요리와 초밥 등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삼송초밥’은 복어회를 중심으로 한 메뉴 구성을 내놓는다. ‘다미복국’은 복깐풍기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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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초당순두부
두부의 제철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로, 주재료인 해콩이 나오는 시기와 맞물린다. 두부는 전국 각지에서 두루두루 만드는 음식 중 하나이지만, 강원도 강릉 초당동의 것을 특별하게 취급한다. 초당동 사람들이 만드는 두부에는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두부는 콩과 물, 간수(바닷물을 증발시킨 뒤 소금을 제거하고 남은 액체)로 만든다. 먼저 물에 불린 콩을 갈아 면포에 거르면 콩물이 된다. 이 콩물에 간수를 섞으면 수용성 단백질이 응고하는데, 이를 뭉쳐 굳히면 두부가 완성되는 것이다(뭉치지 않고 굳히면 순두부가 된다). 최근에는 제조 편의를 위해 공장에서 생산한 간수를 사용하는데, 초당동에서는 여전히 바닷물을 활용한다.
강릉 초당순두부마을에 가면 이 방식으로 만든 두부를 맛볼 수 있다. 순두부찌개나 두부 한 모를 통째로 올려 주는 백반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엔 짬뽕과 결합한 ‘짬뽕순두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순두부를 갈아 소프트아이스크림, 젤라토, 찹쌀떡 등에 넣어 먹는 디저트도 마을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일 아침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만드는 ‘초당할머니순두부’, 짬뽕순두부(메뉴명 원조짬순)로 유명해진 ‘동화가든’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이다. 바로 옆에 자리한 ‘강원옥’에서는 순두부찹쌀떡을 디저트 삼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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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 새조개
속살이 새의 부리 모양을 닮은 새조개는 겨울철을 대표하는 조개류 중 하나다. 쫄깃한 식감과 깊은 감칠맛이 있어 양념장과 함께 회무침으로 조리하거나 ‘샤부샤부’ 형태로 데쳐 먹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충남 홍성 남당항에 새조개가 넘쳐난다. 남당항이 자리한 천수만 일대가 새조개의 주요 산지이기 때문이다. 남당항에는 새조개를 취급하는 해산물 전문식당 수십 곳이 모여 있다. 1㎏ 단위로 새조개를 구매하면 여러 가지 반찬과 함께 샤부샤부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당이 같은 방식으로 새조개를 취급하므로 어느 곳을 갈 것인지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새조개를 다 먹은 뒤에는 조개가 잘 우러난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어 먹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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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 낙지
‘지쳐 쓰러진 소에게 산낙지를 먹이면 기력을 회복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낙지는 한국인에게 기력 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유명하다. 이는 낙지에 타우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낙지는 국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주요 산지의 신선한 맛만큼은 쉽게 따라갈 수 없다. 낙지의 주요 산지로 꼽히는 전남 무안으로 향해 보자.
깨끗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갯벌을 품은 무안은 낙지의 주요 산지로 알려져 있다. 무안 갯벌은 다양한 유기물과 해양생물이 살아가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어 낙지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이곳에서 잡히는 낙지는 신선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철은 낙지가 왕성하게 먹이 활동을 한다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낙지는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요리는 매콤하게 볶아 낸 낙지볶음이다. 산낙지를 칼로 썰어 먹는 낙지탕탕이, 시원한 국물에 낙지를 통째로 넣고 끓이는 연포탕 등도 인기 있다.
무안군에는 무안낙지 특화거리가 있다. 수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 여럿 모여 있으며, 매일 새벽 경매장에서 공수한 낙지를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주는 낙지짬뽕을 맛보고 싶다면 ‘사거리반점’을 추천한다. 읍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점심때마다 사람들이 몰리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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