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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입력 2024. 11. 20   16:09
업데이트 2024. 11. 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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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대위 육군21보병사단 백호여단
박상준 대위 육군21보병사단 백호여단


감사의 말·행동은 
긍정적 에너지와 선한 영향력을
주변에 전달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성숙해지는 이점도 경험할 수 있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이와
함께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쟁이였다. 어느 집단에 속해 있더라도 1등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살았다. 누구보다 말과 글을 수려하게 하고 싶었고 단체운동을 하더라도 가장 먼저, 그 어떤 이들보다 빛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원하던 대로 완벽한 사람이 됐을까? 그렇지 않다. 완벽하다는 건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목표를 달성해야 이룰 수 있는 경지일까. 아니 애초에 완벽하다는 게 가당키나 한 얘기일까. 

올해 초 ‘완벽함’에 관해 이야기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얼마만큼이어야 충분하고 완벽한가?” 답은 “지금보다 더”였다. ‘더 많이’라는 과녁은 계속 움직이므로 원하던 목표에 도달해도 과녁은 다시 상향 조정돼 있다. 결국 새로운 목표는 새롭지도, 즐겁지도 않고 욕망과 욕심은 끝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혹자는 그런 욕심이 개인을 성장시키니 이득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한때는 그 생각에 공감했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을 뒤돌아봤을 때 욕심과 능력에 반비례해 자존감은 늘 바닥이었다. 과거로 돌아가 스스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읊조렸다면 좀 더 행복하고 즐겁지 않았을까. 왜 매 순간에 깊이 감사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자연스럽고 필요한’ 욕망만을 유지하고, 이에 감사를 느낄 때 진정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배고플 때는 소박한 식사 한 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나 현재에 감사하며 만족하지 않고 욕심으로 본인의 수준에 맞지 않는 고급 식사를 하게 되면 그 뒤로는 매일 경험하지 못하는 그 식사의 황홀경으로 인해 불만과 불행만 쌓이게 된다.

에피쿠로스는 주어진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를 외칠 때 오는 그 순간의 행복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완벽하다.”

현재의 작고 소박한 것 하나하나에 감사가 쌓이면, 우리는 인생의 가장 크고 흠이 없는 행복이라는 선물을 대가 없이 받을 수 있다. 나아가 감사의 말·행동은 긍정적 에너지와 선한 영향력을 주변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성숙해지는 이점도 경험할 수 있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이와 함께한다는 게 축복이란 사실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저 감사했을 뿐인데 어린 시절부터 찾던 완벽이 눈앞에 보이고 개인의 행복, 주변의 행복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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