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부대 19진 준비단, 상황조치훈련 현장에 가다
대항군 습격 대응·부상자 응급처치…
현지 우발상황 대비 임무 능력 평가
두 번째 파병·PKO 부자 등 눈길
국제평화 유지 기여 위해 구슬땀
“Drop your weapon(무기 버려)!” “Pull back(후퇴)!”
긴박한 분위기에서 군 장병들이 다급하게 영어로 외치는 모습은 마치 할리우드 전쟁영화 속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오랜 내전으로 국토가 파괴된 남수단의 사회기반시설 재건 임무를 맡은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이 현지에서 맞닥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곧 파병을 앞두고 현지 우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실전 같은 환경에서 임무 수행능력 평가를 준비 중인 한빛부대 19진 준비단 경비대의 훈련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
실전 같은 환경서 임무 수행능력 평가
19일 오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국제평화지원단 파병종합훈련장. 아프리카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분위기의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가 싶더니 곳곳에 떨어진 은행잎으로 이곳의 계절이 가을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이날 이곳에서는 임무 수행능력 평가를 앞둔 한빛부대 19진 준비단 경비대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대항군의 습격에 대응하고, 교전 중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하는 과정을 숙달하는 내용이었다. 현지에서 주보급로(MSR·Main Supply Route)로 이동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적절하게 조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소형전술차량이 앞장선 가운데 어디선가 갑자기 무장괴한의 습격이 시작된 상황. 차량 포탑에 타고 있던 사수가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했다. 팀장 명령에 따라 재빠르게 하차한 장병들이 대응사격태세에 돌입했다.
교전 중 부상자가 발생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차량 뒤편으로 옮겨 응급처치를 했다. 이어 환자를 안전지대로 이동시킨 뒤 군의관과 의무병이 동승한 구급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장병들은 훈련이 종료된 이후에도 정확한 절차와 세부 동선 등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강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훈련 중 각종 상황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은 최윤일(대위) 정보작전장교는 “평가 중에는 평가관들이 점검표 항목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을 판단한다”며 “이번 평가에 앞서 사전훈련만 2주 정도 진행하면서 어떤 상황에도 익숙해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장병들의 주머니에는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군 요원을 위한 교전규칙·규약이 적힌 소위 ‘블루카드’라는 문서가 있었다. 무력 사용에 앞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영어와 아랍어, 남수단 원주민 언어(딩카어, 누에르어)로 적힌 사격 전 경고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최소 3회 이상 해당 예문을 활용해 접근을 막아야 한다.
이외에도 준비단은 다음 달 출국 전까지 전장순환운동과 현지 정세 필기 평가, 파병 전 특수전사령관 교육 등의 여러 과정을 눈코 뜰 새 없이 소화해야 한다.
|
|
|
다양한 사연 가진 장병들 파병길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우리 군 장병들이 한빛부대 19진 소속으로 파병길에 오른다. 13진에 이어 두 번째로 남수단 땅을 밟는 경비대 서연욱 중사는 지난 파병 당시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 다시 한번 도전했다.
그는 “지난 파병 때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여서 현지 주민에게 봉사할 기회도 적었고, 개인적으로 제대로 된 임무 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두 번째 파병에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께 다녀와서 잘하겠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경비대 권동윤 중사는 신혼여행을 한빛부대 임무 이후로 미뤘다. 아내는 임신 4주 차로 권 중사가 파병에서 복귀하는 내년 8월 출산할 예정이다.
한국군 최초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경력을 가진 아버지에 이어 ‘PKO 부자’가 된 사례도 있다. 정용훈(대위) 경비대 1팀장은 1993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소말리아 상록수부대 1진 기동타격대 선임하사로 파병 임무를 수행한 아버지 정중배 예비역 육군중사의 뒤를 잇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신속대응부대 임무를 맡아 아프리카 현지에서 한국군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게 됐다.
이날 훈련을 이끈 최재훈(대위) 팀장은 “남수단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인 만큼 경비대가 완전한 경계작전을 펼쳐야 원활한 재건작전이 이뤄진다”며 “팀원들에게도 모든 상황에 집중하는 게 국제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