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편도 수술합니다. 잘 회복하게 기도해 주십시오.”
“중대원 가운데 중위 A형제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그 가정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A형제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음란, 탐욕 등으로 제 마음이 요즘 힘듭니다. 이겨 낼 수 있게 기도해 주십시오.”
“담배를 끊고 싶은데, 금단현상으로 예민해질까 봐 두렵습니다. 전우들에게 화가 나 미워하는 마음으로 가득 찰 때가 있습니다. 사랑으로 감싸고 용서하는 것을 입으로 선언해도 풀리지 않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교회 예배당 ‘기도함’에 들어 있는 기도 제목들입니다. 매주 4~5명의 장병이 기도 제목을 기록해 군종목사에게 기도를 부탁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종교시설에 나오는 장병들의 숫자가 이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신(神)의 도움을 구하는 장병이 적지 않습니다.
수년 전 육군3사관학교에서 군종장교 군사교육을 받으며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정신무장을 하고, 임관 후 해군으로 건너와 군종목사로서 해군화 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울산함을 타고 5일간의 함정 실습으로 해군에 물들어 가며 배웠던 삶의 자세가 있었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가 아닌 ‘안 될 수 있다’는 겸손한 인정의 자세였습니다.
출항 직전 울산함 함장님이 방송으로 이야기합니다.
“우리 함에 승조하신 군종장교분들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경남 진해에서 출항해 경북 포항을 지나 울릉도와 독도를 항해하고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해상 상황에 따라 울릉도와 독도를 보지 못할 수 있고, 항해계획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며칠 후 독도가 가장 가까이 보이는 바다 위에서 함장님이 군종장교들에게 살며시 이야기합니다.
“군종장교분들이 계셔서 하늘이 도와 좋은 날씨 속에 독도와 울릉도를 이렇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실습함에서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좋지 않은 기상에 ‘안 되면 되게 하라’가 아닌 ‘안 될 수 있다’는 겸손함으로 임하는 군인의 모습을 봤습니다. 이러한 겸손함은 신을 바라보게 하는 태도를 지니게 한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요즘도 군에 오기 전에는 종교생활을 하지 않던 형제자매들이 해군에 입대하고 함정·도서지역 근무를 하며 종교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바다를 품은 하늘을 보면서 대자연의 신비 앞에 티끌 같은 인간의 존재를 자각하고, ‘자신감(自信感)’을 부인하고, ‘신신감(神信感)’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요?
군 생활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부정당하며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될 때,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신을 의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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