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수풀 위 새 떼 쫓고 타이어 조이고 풀고 한 번의 출격 위해 24시간 대기…완벽한 비행 땅에서 완성

입력 2024. 11. 18   17:09
업데이트 2024. 11. 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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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비행단 24시 <하> 준비된! 비행
국방일보 기자 하늘을 지키다…‘항공작전지원’

하늘 돕는 지상 
새들 싫어하는 맹금류 소리 내고
산탄총 쏴 활주로 종다리 떼 제거
120여 명 정비사, 340개 항목 체크
항공기 1대당 점검만 8일 걸려

밤낮없는 방어태세
전시엔 우선 타격 목표 가능성 높아
기지 곳곳·영외탄약고 순찰 철저히
“초기대응으로 작전 종결 전력”

공군 전투비행단은 우리 하늘을 지키는 최전선입니다. 이곳에선 영공방위 임무를 받은 전투기가 매일 뜨고 내립니다. 그러나 이들의 임무는 비행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상에서 항공작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전투비행단 24시’ 두 번째 이야기는 지상에서 펼쳐집니다. 한 번의 출격을 위해 기지 전체에서 이뤄지는 ‘항공작전지원’ 임무를 체험했습니다. 글=김해령 기자/사진 제공=한윤창 하사

본지 김해령 기자가 지난 5일 공군8전투비행단 활주로 조류감시초소에서 조류퇴치 임무를 체험하고 있다.
본지 김해령 기자가 지난 5일 공군8전투비행단 활주로 조류감시초소에서 조류퇴치 임무를 체험하고 있다.



선제적 조류퇴치로 안전비행 환경 조성 

11월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면 겨울 철새들이 찾아온다. 이런 철새를 보며 긴장감으로 무장하는 이들이 있다. 공군 장병들이다. 비행 중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사안이다. 작은 새 한 마리라도 기체에 충돌하거나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항공기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8㎏ 무게의 새가 시속 960㎞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부딪치면 무려 64톤의 충격을 가한 것과 같다.

지난 5일 공군8전투비행단(8전비)에서 FA-50 전투기 비행 동승(12일 자 4~5면 보도)을 무사히 마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실시한 체험은 바로 조류퇴치반(BAT·Bird Alert Team) 임무다. 8전비 BAT 장병들은 폭음탄과 자동폭음기, 새들이 싫어하는 맹금류 소리 등을 활용해 새 떼가 활주로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8전비 운항관제대에서 만난 방종필 상사는 급하게 인사 후 기자를 차량에 태웠다. 방 상사는 5년째 원주기지에서 조류퇴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차량 조수석에는 서부 영화에서 볼법한 산탄총과 산탄이 있었다. 방 상사는 “BAT반이 활주로에서 새를 쫓는 방법은 총 3가지”라며 “조류감시초소, 도보 순찰, 차량 탑승”이라고 설명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상사는 활주로 곳곳을 다니며 산탄총을 쐈다. 일반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풀 위에 총을 쏘자 새들이 황급히 날아갔다. 방 상사는 이 새의 이름이 종다리라며 “풀과 보호색을 띠는 친구라 눈치채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탄총 발사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활주로에 아무런 방해물도 없어야 해서다.

방 상사는 폭음을 일으키는 ‘공포탄’과 ‘실탄’을 가지고 다녔다. 각자 목적이 달랐다. 공포탄은 말 그대로 소리로 겁을 줘 새를 쫓기 위함이다. 실탄은 조류뿐만 아니라 고라니 등이 활주로에 진입하는 ‘위험한 순간’ 사용한다.

산탄총은 실제 총이기에 지방자치단체의 허가가 있는 사람만 쏠 수 있었다. 방 상사는 기자가 임무를 체험할 수 있는 조류감시초소로 안내했다. 초소에는 안전모와 고글을 쓴 오석준 병장이 부지런히 폭음탄을 쏘고 있었다. 폭음탄을 고정된 발사대에 놓고 기다란 심지에 불을 붙이면 공중으로 날아가 ‘펑’ 하고 터지는 방식이다. 기자도 안전모와 고글을 쓰고 폭음탄 발사 체험을 했다. 불이 붙는 동시에 3m 정도 떨어져야 하기에 순간 판단력이 떨어지면 위험한 임무였다.

오 병장은 “조류를 퇴치하는 임무가 잘 보이지 않는 초지에서 하는 간단한 일 처리 같지만, 새 한 마리가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며 “항공작전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자부심도 크다”고 전했다.


A-50에 메인 타이어를 장착하는 김 기자.
A-50에 메인 타이어를 장착하는 김 기자.

 

항공기 급유 절차를 설명하는 장병.
항공기 급유 절차를 설명하는 장병.



항공기 정비 “정확하고 세밀하게” 


산탄총과 폭음탄 소리로 귀에 통증이 날 때쯤, 또 다른 임무 체험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유도로 인근에 마련된 격납고였다. 커다란 격납고에선 FA-50 전투기 정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항공기는 비행 200시간 마다 주기검사를 한다. FA-50은 주기검사 공정에 따라 120여 명의 정비사가 투입된다. 기체, 유압, 전기 등 10여 개 계통에서 약 340개 항목을 점검한다. 항공기 1대당 점검 소요 기간은 약 8일이다.

기자가 함께한 정비는 FA-50 브레이크 교체. 브레이크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타이어를 탈착해야 한다. 기자는 기체정비사 박지원 중사, 주기검사반장 이승훈 준위와 힘을 합쳐 전투기의 메인 타이어를 빼냈다. 타이어 해체와 브레이크 교체까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기자가 할 수 있는 게 크게 없었다. 문제는 빼낸 타이어를 다시 장착하는 일.

전투기 타이어 장착에서 중요한 건 볼트를 ‘얼마나 정확하게 조이느냐’다. 딱 안정적인 상태의 조임을 위해 풀고, 묶고를 계속해야 했다. 이때 필요한 장치가 토크렌치다. 토크렌치는 미리 토크를 설정하고 조이면 설정한 토크에 도달했을 때 렌치에서 딸칵 소리가 나며 알려준다. 즉 조일 때 가해지는 토크를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이 준위는 “전투기는 작은 부품 하나도 감으로 하는 게 없다”며 “언제나 정확하고 세밀한 정비로 안전비행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경찰 장병들이 기지를 순찰하는 모습.
군사경찰 장병들이 기지를 순찰하는 모습.

 

최대무장 장착 훈련을 하는 정비사들
최대무장 장착 훈련을 하는 정비사들



“기름 없인 날 수 없기에”…24시간 대기

다음 임무는 항공작전, 아니 항공기 기동을 위한 주유다. 비행을 마치고 기지로 돌아온 항공기는 점검 후 결함이 발견되지 않으면 곧바로 주유부터 한다. 이날 오전 비행을 마친 FA-50이 격납고로 돌아오자 기지 유류저장시설(POL)에서 항공유 3500갤론을 채운 급유차가 등장했다. 이 급유차로 FA-50 전투기 7~8대까지 주유할 수 있다. 기자는 항공급유반 장병들과 함께 커다란 급유장치로 FA-50에 기름을 넣었다.

항공급유반은 원주기지의 모든 항공기를 급유하기에 24시간 대기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항공급유반장 최민형 중사는 “민항기와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T-50B, 미군 헬기 등의 급유까지 맡고 있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없으면 항공기가 단 1m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긍지를 갖고 임무를 완수한다”고 역설했다.


쉴틈없는 ‘방어태세’, 빈틈없는 ‘경계 눈빛’ 

군사경찰대대 방어중대 장병들과는 영외탄약고 외곽 순찰을 함께했다. 군사경찰은 드넓은 기지의 경계와 방호를 책임진다. 전시 전투비행단은 적의 우선 타격 목표가 될 확률이 높다. 민간공항도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방어중대 장병들은 적의 침입을 막고자 매일 기지 곳곳을 순찰하고 있다. 영외탄약고 순찰도 같은 목적으로 실시됐다.

방어중대장은 정지상 대위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기지를 지킨다는 강한 자부심으로 방어작전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사시 신속한 초기대응으로 현장에서 작전을 종결하도록 대비태세 확립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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