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는 그의 저서 『감성사전(感性辭典)』에서 바퀴벌레를 이렇게 예찬했다.
“인간들은 이제 바퀴벌레에게 가느다란 벽 틈서리조차도 내어 주려 들지 않는다. (중략) 그러나 아무리 바퀴벌레가 미워도 빙하기부터 지금까지 시간의 바퀴를 굴리며 종족을 보전해 온 생명의 불가사의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는 표해야 한다.”
그렇다. 바퀴벌레만큼 경이로운 동물도 없다. 양치식물이 처음 싹을 틔울 때도 꿈틀거렸고, 공룡과 같은 시대에 대지를 활보했으며, 빙하기에도 숨어 종족을 번식시켰다. 온갖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아 현재 4000종 정도로 분화했지만, 3억5000만 년이라는 엄청난 세월 동안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화석’이다. 그만큼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된’ 곤충이다.
바퀴가 먹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다. 모든 종류의 음식 찌꺼기를 비롯해 머리카락, 비듬, 발톱, 가래침, 굳은 혈액, 똥은 물론 죽은 동료의 몸까지 뜯어먹는다. 목이 잘린 바퀴는 일주일 정도 살 수 있는데, 머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먹이를 먹지 못해 굶어 죽는다. 방어 능력도 탁월하다. 1~2㎜의 틈만 있으면 어디든지 비집고 숨는다. 붙잡히면 다리를 끊고 도망가 다리를 재생시킨다.
1998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알을 품은 암놈 3마리를 포함해 모두 9마리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허락 아래 탑승했다. 그동안 NASA의 허락을 받지 않고 우주선에 탑승한 바퀴가 과연 몇 마리나 되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제 바퀴벌레는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몸에 전자장치를 달고 수색 임무를 수행하는 사이보그 바퀴도 등장하고, 바퀴를 닮은 로봇이 여기저기 나타나 성능을 훈련받고 있다.
로봇공학에서도 그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금 집안 구석구석에서 징그러운 모습으로 스멀거리던 바퀴벌레를 보듯, 로봇시대가 되면 주변 곳곳에 숨어 득실거리는 바퀴 로봇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바퀴벌레는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
바퀴벌레를 노래한 음악이 있다. 멕시코 민요인 ‘라쿠카라차(La cucaracha)’다. 멕시코 내란(1910~1920) 때 만들어진 이 노래의 제목에서 ‘쿠카라차’는 스페인어로 ‘바퀴벌레’라는 뜻이다. 영어로 바퀴벌레는 ‘코크로치(cockroach)’다.
당시 전쟁터에서 반란군에게 밥을 지어 주기 위해 솥을 이고 다니던 가난한 여인들의 모습이 바퀴벌레 행렬을 연상시킨다고 붙여졌다는 설과 혁명군 지도자였던 판초 비야가 타고 다니던 마차를 일컫는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즐거운 가락의 이 노래는 스스로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멕시코 민초의 생존을 향한 강인한 의지를 담고 있다.
자, ‘라쿠카라차’를 ‘바퀴벌레’로 바꿔 노래를 불러 보자.
“병정들이 전진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지나/ 소꿉놀이 어린이들 뛰어와서 쳐다보며 /싱글벙글 웃는 얼굴 병정들도 싱글벙글 /빨래터의 아낙네도 우물가의 처녀도 /바퀴벌레 바퀴벌레 아름다운 그 얼굴 /바퀴벌레 바퀴벌레 희한하다 그 모습 /바퀴벌레 바퀴벌레 달이 떠올라오면 /바퀴벌레 바퀴벌레 그~립다 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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