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사령관
장보고Ⅲ급 건조 현장 매우 인상적
편안한 승조원 거주 공간은 놀라워
기성품 구매 방식 통해 파트너십 구축
러·북 우크라 침공 강력 규탄
한·캐나다 협력 강화, 대북 제재 집행
캐나다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병력 2만7000여 명을 파병했다. 유엔군 참전국가 가운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혈맹의 우정으로 시작한 한국과 캐나다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굳건해지고 있다. 특히 지금은 국방·방산 협력을 강화하며 더 끈끈한 관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앵거스 톱시(중장) 캐나다 해군사령관을 만나 대한민국 해군과의 협력, 캐나다의 잠수함 도입 사업,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이뤄졌다. 글=이원준/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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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 기간 부산에서 열린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유엔 참전국이 함께 1분간 묵념하는 ‘턴 투워드’ 행사에 함께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선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여기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하네요(이번이 그의 첫 방한이다). 턴 투워드 행사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대해 느낀 점 중 하나는 6·25전쟁 참전용사를 추모함에 있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해군과 함께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한국 측은 캐나다 참전용사들을 초청했으며 그분들을 기념하고 유대감을 보여줬습니다.”
-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캐나다군을 비롯한 유엔군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있고, 끈끈한 유대감이 최근 양국 관계를 더 긴밀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신임 장교 시절부터 세계 곳곳에서 임무를 수행하셨는데 대한민국 해군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제가 한국 해군과 처음으로 긴밀히 협력한 것은 2010년 방공구축함인 알곤퀸함 지휘관으로 림팩에 참가했을 때였습니다. 세종대왕함을 타고 한국이 지휘하는 해상 작전 그룹에 배속됐습니다. 한국 구축함을 처음 방문했는데 크고 강력하게 만들었다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림팩에서는 캐나다가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을 맡았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은 부사령관 역할을 수행했죠. 앞으로 한국이 림팩에서 더 높은 수준의 리더로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반도 해역 및 인도·태평양에서 캐나다 해군의 역할과 임무가 궁금합니다.
“캐나다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 지역에 지속적으로 주둔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나다 해군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연간 호위함 세 척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캐나다가 간헐적으로 해군을 배치하는 차원을 넘어 훨씬 관여도가 높게, 지속적으로 주둔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도 호위함 밴쿠버함이 부산에 입항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 지역으로 들어오는 모든 함정은 대북 제재 관련 활동과 안보 상황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우선순위에 있는 파트너 중 하나입니다. 이것이 제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국내 방산기업을 찾아 잠수함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잠수함부대도 방문했습니다.(현재 캐나다는 중형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추진하고 있다.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방산기업을 비롯해 프랑스·독일·스페인·스웨덴 등이 경쟁할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 구매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잠수함 구매를 위해 고려 중인 옵션 중 하나입니다. (현장 방문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보고Ⅲ(KSS-Ⅲ)급 잠수함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잠수함에 매우 근접한 것 같습니다. 잠수함 건조 현장을 둘러봤는데 이미 두 번째 배치(Batch)가 건조 중인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 잠수함사령관과 대화하면서 한국의 잠수함 운용 방식이 우리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훈련 시설도 매우 발전되어 있었고, 제가 본 것은 우리 잠수함의 훈련 방식과도 밀접하게 일치했습니다. 한국 잠수함을 도입하면 캐나다에 비교적 쉽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벅찼습니다. KSS-Ⅲ급 승조원들이 머무르는 거주 공간의 높은 품질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잠수함장 및 사령관과 대화하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해군이 승조원들을 아끼고 해상에서 그들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입찰이) 캐나다에 좋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가 아닌 캐나다 정부가 결정할 일입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방문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인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 앞으로 어떤 잠수함이 도입되길 바라는지, 이 과정에서 한국 측과 협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캐나다는 일종의 기성품 구매 방식을 통해 잠수함을 도입하려 합니다. 캐나다에서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잠수함을 인도받는 것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잠수함을 획득하겠다는 것이 우리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잠수함 도입 비용 중 약 70%는 잠수함 유지·관리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국가 및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지식재산권과 설계에 접근하고, 잠수함의 유지·보수·설계 및 공급 시스템에서 진정한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잠수함 인도는 국가 간 깊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산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희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잠수함 인도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같은 것을 이상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의 우정은 6·25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진정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보적 관점에서 한국이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오타와에서 열린 양국 국방·외교(2+2) 장관회의는 양국 정부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 방한 중 양용모 해군참모총장도 만났습니다. 어떤 논의가 있었나요?
“(양 총장과) 주요 주제는 양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양국 해군은 모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이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이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 북한은 러시아 파병, ICBM 도발 강행 등으로 세계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캐나다 해군의 기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캐나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ICBM, 핵무기 개발 노력을 규탄하며, 이와 관련된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데 동참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도·태평양에 함정을 배치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에 오는 거의 모든 캐나다 선박은 대북 제재를 집행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또한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도발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해 왔으며 북한이 이러한 불법적인 전쟁을 지원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해군 장교로서 저는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을 잘 알고 있으며 역내 작전 중인 승조원들에게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자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직면하고 있는 이 지속적이고 위험한 안보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캐나다인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사령관은…
2022년 5월 취임한 앵거스 톱시 사령관은 캐나다 해군 최선임 장교다. 캐나다 왕립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항해장교·작전장교·전투장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2012년 환태평양(RIMPAC·림팩) 훈련을 지휘했고, 2018년부터 캐나다 태평양함대사령관을 지냈다. 현재 캐나다 해군의 현대화 및 인도·태평양 파트너국과 국제 협력에 활동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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