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전력은 크게 함정과 항공기로 구성된다. 함정은 물 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수상함과 물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으로 구분된다. 수상함과 잠수함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무기체계여서 같은 해군임에도 임무 처리방식, 용어, 심지어 함상문화도 다른 점이 많다. 해군3함대 소속 유도탄고속함장으로서 수상함뿐 아니라 잠수함의 이해도를 높일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잠수함사령부에서 추진하는 ‘비잠수함 승조원을 위한 잠수함 승조체험’에 참가했다.
잠수함 승조체험은 잠수함사에서 ‘오픈 더 해치(Open the HATCH)!’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해 12월부터 추진 중인 ‘잠수함사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의 일환이다. ‘오픈 더 해치!’는 해치를 열고 서로 소통·공감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해치’는 잠수함과 외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출입구를 뜻한다. 해치(HATCH)는 화합(Harmony), 자부심(Authentic pride), 관용(Tolerance), 배려(Consideration), 행복(Happiness)의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모두가 화합하고 자부심을 가지며, 서로에게 관용을 베풀고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동행하자’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손원일급 잠수함 ‘신돌석함’에 편승한 기간 동안 잠수함 승조원들이 칠흑 같은 바닷속에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는지 직접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승조원들 간 열린 소통문화였다. 물속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생존과 직결되기에 상호 소통방식이 다소 경직되고 폐쇄적일 것이란 예상이 무색할 정도로 계급과 직책을 떠나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답하는 모습이 무척 놀라웠다. 수중 특이소음을 탐지한 승조원이 함장에게 표적정보를 물어보고, 함장은 잠망경으로 해당 표적을 확인한 뒤 함장 지시에 따라 전 승조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잠수함의 유연한 소통문화가 격식과 위계질서가 아닌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를 향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승조체험에 참가한 수상함 장교들에게 잠수함의 무기체계·운용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수상함에 관한 궁금증을 자유롭게 묻도록 하는 것을 보면서 잠수함 승조원들의 자부심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조직문화 개선은 조직 발전을 위해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바꿔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마치 알을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하는 새의 고통처럼 말이다. 하지만 새는 알을 스스로 깨고 나와야만 비상할 수 있다. 해치를 열고(Open the HATCH!) 새롭게 ‘비상’하는 새처럼, 이번 체험이 우리의 바다를 지킬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지휘관으로 거듭날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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