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고공강하 최강자 가린다… 창공을 가르며 숨 참고 다이브

입력 2024. 11. 17   14:46
업데이트 2024. 11. 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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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특수전사령부 고공강하 경연대회 

민·군 상호교류, 특전대원 능력 강화
총 18개 팀 90여 명 선수 참가
상호활동·정밀강하 종목 실력 겨뤄
독수리부대·이필우 원사 등 수상
공중침투 등 전천후 작전수행력 향상 


임무 특성상 매번 하늘을 날아야 하는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특전대원은 임무 수행에 대한 자부심과 안전한 강하를 위한 책임감까지 갖추고 있다. 고공강하 경연대회 현장에서 하늘을 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절로 탄성과 박수를 보내게 됐다. 글=배지열/사진=이경원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하남시 특전사 고공강하훈련장에서 열린 ‘제46회 육군특수전사령관배 고공강하 경연대회’ 상호활동 부문에 출전한 특전대원들이 UH-60 블랙호크 헬기에서 창공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하남시 특전사 고공강하훈련장에서 열린 ‘제46회 육군특수전사령관배 고공강하 경연대회’ 상호활동 부문에 출전한 특전대원들이 UH-60 블랙호크 헬기에서 창공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지상훈련부터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지난 13일 경기도 하남시 특전사 고공강하훈련장. 곳곳에 알록달록한 단풍이 눈을 즐겁게 하는 가운데 인근 근린공원을 산책하는 시민과 소풍 나온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평온한 평일 오전의 일상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분주하게 장비를 점검하는 이들 주변에서는 그와는 다른 팽팽한 긴장이 느껴졌다. 바로 고공강하 경연대회 상호활동 종목에 출전할 특전대원들이었다.

특전사는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이곳에서 ‘제46회 특수전사령관배 고공강하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1977년 처음 개최된 대회는 특전사와 해·공군 및 외국군, 민간협회 등이 참여하는 국내 항공레포츠 부문 최대 규모 행사다.

이번 대회는 각 군 및 민간과의 상호교류를 통한 유대 증진, 특전대원들의 고공강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제12회 하남 위례길 걷기대회’와 연계해 시민들과 군 장병이 함께 걷고 볼거리를 즐기는 민·군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며 의미를 더했다.

대회에는 민간협회 5개 팀과 해군 대표 1개 팀, 특전사 11개 팀, 특전사 예비역 1개 팀 등 총 18개 팀 9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들은 정밀강하(개인·단체)와 상호활동으로 나눠 고난도 고공강하 실력을 겨뤘다.

헬기 모형의 철제 구조물을 붙잡고 강하 직전의 첫 자세를 잡아보던 참가자들은 이내 앉은뱅이 바퀴의자에 엎드린 채 공중에서처럼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연습에 매진했다.

“탑승 전부터 착지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연습하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합니다. 안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반복해야 하죠.” 대회에 참가한 이지선 상사의 말이다.

 

특전대원들이 대열을 이루며 강하하고 있다.
특전대원들이 대열을 이루며 강하하고 있다.



지상에서 연습에 매진하는 특전대원들.
지상에서 연습에 매진하는 특전대원들.

 


상호활동, 9000피트 상공서 공중대형

공중대형의 안정성과 팀워크를 평가하는 상호활동은 9000피트(약 2743m) 상공에서 4명이 한 팀을 이뤄 자유낙하하는 동안 만드는 다양한 공중 대형을 평가하는 종목이다. 참가자들은 첫 5초 이내에 자세를 취해야 하고, 총 25초 이내에 지정된 동작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 ‘다섯 번째 팀원’인 카메라 플라이어가 선수들과 함께 강하하면서 팀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촬영, 제출하면 심판진이 영상을 통해 동작 정확성을 평가한다.

특전대원들의 고공강하 실력은 지난 7월 헝가리에서 열린 ‘제46회 국제군인체육연맹 고공강하대회’에서 여군팀 종합 준우승 및 남군팀 종합 3위, 여군팀 3년 연속 상호활동 금메달을 포함한 여러 차례의 입상 경력 등을 통해 입증됐다.

헝가리 대회 입상 후 이번 대회에도 나선 강태솔 상사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고, 이후 팀원을 교체했지만 기세를 그래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로 대회를 준비했다”며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내년 국제대회에서 더 나은 팀 성적과 함께 개인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시간이 다가오자 멀리서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UH-60 블랙호크 헬기 두 대가 나란히 훈련장에 착륙했다. 강하 준비를 마친 대원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파이팅을 외치면서 헬기로 향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원을 보냈다.


서로 맞잡은 손 믿고 창공에 몸 던져

취재진도 이들의 강하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함께 헬기에 탑승했다. 고공강하를 해야 하는 만큼 평소와는 다르게 문을 개방한 채 비행하는 헬기 내부로 차디찬 바람이 들이쳤다. 잔디와 흙을 휘날리며 이륙하는 헬기가 일으키는 엄청난 바람에 눈을 뜨기 힘들었다.

그러나 특전대원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빽빽하게 헬기 바닥을 가득 메운 채 누운 10명의 특전대원은 서로의 몸에 기대어 대기했다. 눈을 감고 팔을 움직이면서 동작을 다시 연습하거나, 서로 어깨와 등을 두드리면서 긴장감을 해소하기도 했다.

마침내 헬기가 구름이 발밑에 보이는 9000피트 상공에 다다랐다. 하나둘 몸을 일으키는 대원들. 서로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격려를 주고받았다. 준비한 자세대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모든 준비를 마친 특전대원은 망설이지 않고 공중으로 몸을 던졌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이들은 이내 여유롭게 낙하산을 조종하며 땅에 닿았다.

한숨 돌리면서 여유를 찾을 법도 한데 다음 강하와 임무 수행을 위한 준비가 곧바로 이뤄졌다. 낙하산을 바닥에 펼쳐놓고 줄이 꼬이지 않게 재정비한 다음 곱게 접어 부피를 줄이기 위해 몸으로 눌러 차곡차곡 정리하는 모습이 하나의 연결 동작을 보는 것처럼 척척 진행됐다.

 

 

특전대원들이 헬기에 탑승해 있는 모습.
특전대원들이 헬기에 탑승해 있는 모습.

 

안전하게 착지한 특전대원.
안전하게 착지한 특전대원.



정밀강하, 착륙지점에 정확하게 착지

상호활동에 앞서 펼쳐진 정밀강하 종목은 4500피트(약 1370m) 상공에서 낙하해 착륙지점에 얼마나 정확하게 착지하는가를 평가했다. 지름이 2㎝에 불과한 중앙지점에서 1㎝ 멀어질 때마다 1점씩 감점되며, 총 8라운드 결과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했다.

특전사는 강하 전 3차에 걸친 안전 검사와 기상을 고려한 항공 통제, 경기장 안정성 평가 및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의 사고 대비체계를 준비한 덕분에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평가관 정경재 원사는 “안전한 대회 진행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부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열띤 경연 결과 정밀강하 개인전 1위에는 특전사 독수리부대 이필우 원사가 올랐다. 단체전 1위는 특전사 독수리부대가 입상했고, 상호활동 1위는 스카이다이빙협회 팔콘X팀이 차지했다.

개인전 1위의 영예를 차지한 이 원사는 “특전대원들의 공중침투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앞으로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실전성을 극대화해 어떠한 상황에도 적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적 우수자(팀)에게는 시상식을 통해 사령관 상장과 트로피·메달·상금이 주어졌다. 특전사는 앞으로도 외국군·타군 특수부대와 공중침투훈련을 비롯한 다양한 연합 및 합동훈련을 시행하는 것은 물론 특전대원들의 전천후 특수작전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실전적 교육훈련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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