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제대군인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입력 2024. 11. 17   12:09
업데이트 2024. 11. 1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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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1997년 12월 31일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교육 지원, 의료 지원, 대부 지원, 주택 공급 등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이 추진돼 왔으나 성과는 여전히 미진하다. 국가보훈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역 1~5년 차 중장기 복무 제대군인의 취업률은 57.9%로, 2014년도 제대군인 취업률 57.4%와 거의 유사하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의 제대군인 취업률은 모두 90%를 상회한다. 미국 노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현재 미국 제대군인의 취업률은 97%다.

국방전직교육원이 설립된 지도 10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제대군인의 부족한 역량을 분석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왔음에도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제대군인의 취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역량 중심의 ‘외과적 접근’에서 수용 가능한 환경과 풍토를 조성하는 ‘한방적 접근’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군과 제대군인의 호감도와 매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성실성, 리더십, 공익 우선의 직업관, 충성심 등은 그 어느 직업군도 따라올 수 없는 직업군인의 귀중한 자산이다. 군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걷어 내고, 군과 직업군인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첫째, 제대군인의 우수성이 발현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해 제대군인의 강점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재능기부·봉사 같은 다양한 사회활동 참여를 연계하고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들의 우수한 활동 성과는 제대군인 지원정책의 좋은 토양이 될 것이다. 사회 봉사와 참여는 제대군인 스스로에게도 사회 적응의 자신감과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둘째, 제대군인 관련 협회 및 보훈단체의 위상·역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관들은 군과 직업군인의 이미지와 국민의 보훈의식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설립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기관으로서 보훈의식을 선양하고, 제대군인의 사회 적응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 이익단체로서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정치적 중립과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혁신이 필요하다.

해외 여러 국가는 제대군인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20여 개의 퇴역군인협회가 모여 40년 전 출범한 국방부 산하기관인 장교·부사관전직협회(ARCO)를 통해 제대군인들에게 심리·개별상담을 비롯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 협회는 제대군인이 민간 사회로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과 일자리 연계를 지원한다. 일본의 경우 자위대 제대자 조직인 대우회와 자위대원 가족 조직인 자위대 부형회로 퇴직 자위관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재향군인회 조직 또한 제대군인들에게 네트워킹, 재취업 지원, 지역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해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의 제대군인 관련 협회의 활동 중점도 이와 비슷하다.

제대군인의 사회적 정착을 위한 정책은 단순히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고 제대군인의 우수성을 알리며, 이들이 가진 리더십과 전문성을 사회적으로 활용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제대군인 지원을 위한 거버넌스체계를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와 노력으로 제대군인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하고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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