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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함정을 누비는 수송병 “기피 보직? 해피 보직!”

입력 2024. 11. 12   17:01
업데이트 2024. 11. 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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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18. 대형수송함 지게차병 

지상 장비 탑재 시 차량 발판 설치
함정 안 중장비 단단히 고정하고
헬기 불시착 대비 비행갑판 대기도
다양한 장비 운용 기회 큰 장점 
군 생활 중 자격증 취득은 덤

“합동순항훈련 성공 무사 복귀하는 게 목표”

 

통상 수송병은 입대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운전이라는 익숙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 운전 경력을 쌓고 전역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수송병의 장점으로 꼽힌다. 사실 해군 입대예정자 사이에서 수송병은 이른바 ‘꿀보직’ 중 하나로 통한다. 다른 군사특기와 달리 대다수가 육상부대에서 근무하고, 일반차량을 운전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군 수송병은 ‘해군이 좋지만 함정 근무는 기피하고 싶은’ 사람에게 딱 맞는 보직으로 통한다.
그러나 몇몇 수송병은 함정을 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하기도 한다. 세부 군사특기 가운데 중장비수송을 배정받은 뒤 대형수송함(LPH)·상륙함(LST)·군수지원함(AOE) 등으로 배치되는 경우다. 특히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에는 소수정예를 자처하는 지게차병이 있다. 해군 수송병 사이에선 ‘헬보직’으로 꼽히지만, 실상은 바다 위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해피보직’인 이들을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마라도함 지게차병 김동진 병장이 부대 마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라도함 지게차병 김동진 병장이 부대 마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형수송함 지게차병은 함정 안에서 다른 수병들과 함께 생활한다. 주로 함정에 있는 지게차를 관리·운용하며 정박 시 장비탑재 지원, 주·부식 적재 등 힘쓰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상 장비를 함정에 탑재할 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량 발판을 설치하는 임무가 대표적이다. 특히 많은 지상 장비를 함정에 탑재하는 상륙훈련을 앞두면 지게차병의 임무가 바빠진다. 

지게차병은 함정이 항해할 때도 쉬지 않는다. 파도에 요동치는 함정 안에서 지게차를 비롯한 중장비를 단단히 고정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해상 이·착함 자격(DLQ) 훈련이 있을 때면 비행갑판에 지게차와 항상 대기한다. 혹시나 헬기가 불시착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마라도함 지게차병 김동진 병장도 수송병으로 입대할 때만 해도 함정 근무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운전을 좋아하고,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수송병을 지원한 그는 육·해·공군 가운데 보다 다양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해군을 선택했다. 군에서 운전 경력을 쌓고, 군항을 오가며 다양한 함정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다.

하지만 입대한 뒤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기초군사교육을 마친 뒤 세부특기로 상상하지도 못했던 중장비수송을 배정받으면서다. 수송병도 함정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새로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현실이 됐다. 해군병 694기 중장비수송병 5명 가운데 함정 근무를 하게 된 사람은 김 병장을 포함해 2명이다. 김 병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전혀 배를 탈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타게 되니 솔직히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 병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름 함정 근무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거대한 함정의 내부구조도 궁금해졌다고 한다.

수송병으로서 경험한 함정 근무는 녹록지 않았다. 뱃멀미로 고생했고, 좁은 내부 환경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러나 마라도함에 적응하자 함정 근무만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김 병장은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비들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지게차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를 운용하며 일반차량과 다른 점을 이해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며 “또 비용을 들이지 않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병장은 올해 8~9월 진행된 한미 연합 상륙훈련 쌍룡훈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특히 쌍룡훈련의 하나로 진행된 DLQ 훈련 중 마라도함에 착함한 미군 승무원과 패치·코인을 교환했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다. 서로 소통하고 추억에 남을 물건들을 교환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마라도함은 현재 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에 참가 중이다. 지난 4일 진해 군항을 출항, 일본 요코스카와 미국령 괌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김 병장은 “이번 합동순항훈련은 최대한 안전에 주의하며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무사히 복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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