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 이 문장은 1826년 프랑스의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고 한 데서 유래됐다. 1932년 미국의 영양학자인 빅터 린들라는 이 문장을 인용해 “우리가 아는 질병의 90%는 저질 음식 때문이며,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만든다”고 얘기했다. 라디오에서 전해진 이 문장은 건강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됐다.
의학과 영양학이 발달할수록 건강은 한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축적의 과정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좋은 것을 축적하는 것, 이는 비단 건강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삶 전반에 적용된다.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삶은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주장과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등을 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앤디 앤드루스의 “한번 내린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문장은 모두 선택의 중요성과 그 선택을 받아들일 책임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윤리는 선택과 책임을 강조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며,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책임의식이 곧 윤리의식이다. 불비한 여건과 상황을 합리화하며 무력해지지 않고, 상황과 환경을 초월하는 선택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우리가 마주한 하루를 어떤 선택으로 채워 갈지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성경에는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달란트 비유’가 기록돼 있다. 어느 주인이 각기 세 사람에게 한 달란트,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를 관리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맡은 사람은 자신의 책임에 충실해 각각 열 달란트, 네 달란트로 만들었다. 반면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 질투심, 부담감, 게으름 등의 복합적 이유로 주인의 돈을 땅에 그대로 묻어 뒀다. 당시 한 달란트는 약 60㎏으로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세 사람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다섯 달란트를 맡은 사람은 이제 열 달란트를 책임질 역량을 갖춰 더 큰 일을 하게 됐고, 두 달란트를 맡은 사람은 네 달란트를 책임지게 됐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맡은 사람은 그것마저 빼앗기고 주인의 집에서 쫓겨났다. 다른 선택이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커리어(Career)라는 단어는 라틴어 카라리아(Carraria)에서 유래됐다. 카라리아는 마차가 달리며 생긴 바퀴 자국을 뜻한다. 나의 삶은 휘발되지 않고 자국을 남기며, 그 자국이 모여 나의 커리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잠시 멈춰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내 선택과 책임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나의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옛 성현들의 격언, 인문학, 종교의 가르침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온 세상이 가을빛으로 물들고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점이야말로 달려가던 마차를 잠시 멈추고 그동안의 바퀴 자국을 돌아보기에 적절한 때가 아닐까? 오늘 우리의 하루가 가치 있는 선택으로 채워지고, 그 선택들로 아로새겨진 우리의 바퀴 자국이 훗날 누군가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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