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군대 초·중급간부들의 불비한 근무환경과 열악한 복지여건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국회·국방부와 군은 대책 수립과 발표를 하느라 바쁘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는 것을 모두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언론에서 공개된 ‘2025년도 군 간부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예산 조정안’에 따르면 복무여건 개선 관련 정부 예산안 16개 중 국방부 요구안을 충족한 항목이 없으며, 일부 항목은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간부에게 적용되는 시간외 근무수당 상한시간 확대, 주택수당, 당직근무비, 간부 훈련 급식비, 이사 화물비 등 이슈는 오랫동안 간부들을 희망고문했던 것들이다. 이번에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대로 확정된다면 간부들의 낙담이 클 듯하다.
개인적으로 30여 년의 군대 생활 중 가장 부담스러웠던 직무를 선택하라면 당직근무를 꼽는다. 퇴근하지 못하고 부대에 잔류하는 건 당연하고 반복되는 많은 당직근무 횟수, 12시간 또는 24시간 근무 동안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도 매우 엄중했기 때문이다.
당직근무는 부대의 지휘관을 대리한다. 만약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의 최선봉에 있다. 그렇기에 당직근무 동안 잠들거나 졸아서는 안 되지만, 눈뜨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게 얼마나 힘든 싸움인지를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과거 당직수당이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동안 국방부가 국회 협조를 받아 현재 간부들의 당직근무비는 평일 2만 원, 휴일 4만 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결정한 2025년 최저시급은 1만30원이다. 휴일 24시간 근무와 당직비 4만 원으로 계산하면, 간부들의 당직근무 시급은 약 1700원에 불과하다. 사회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4만 원은 돼야 한다.
얼마 전 서울 여의도에서 국방예산 업무를 오랜 기간 분석해 온 전문가를 만나 당직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국방부가 원하는 간부 당직비의 최종 수준이 얼마인지가 애매하다”고 하면서 막연하게 더 올려 달라는 요구만으로는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직비를 인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국회로부터 당직비 관련 예산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국회가 국방부 의견에 공감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둘째, 현재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다면 결국 당직근무 인원을 과감하게 줄여 몰아 주는 것이다. 물론 부대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단기간 당직비 인상을 기대한다면 두 번째가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육군만 예를 들더라도 평일 야간이나 주말 기간 중대급부터 육군본부까지 모든 제대별로 당직근무자들이 편성되는데, 대략 매일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술적으로 당직근무 숫자를 5000명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면 당직근무 횟수와 부담을 덜어 주고 5000명에게 당직근무비를 두 배로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휴대전화를 비롯한 통신과 상황조치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달라졌지만 지난 40여 년간 당직근무 시스템이 관행적으로 지속된 건 아닌지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병사들도 매일 당직근무를 서고 있는데, 그들도 마냥 외면할 순 없다.
당직비 인상. 이미 확보된 예산을 어떻게 보다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집행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기획재정부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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