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내 일(Job) 출근합니다

망설임 없는 날갯짓… 항공정비사로 고공비행

입력 2024. 11. 11   16:33
업데이트 2024. 11. 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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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⑬ 항공기 엔지니어 김준식 예비역 공군중사 

공군 F-5 전투기 정비하다 중사 전역
기계·전자 등 관련 전문학사 학위 갖추고
항공정비사 자격증 필수·영어는 잘해야
제대군인지원센터 도움 받아 면접 준비
아시아나항공 운항정비팀서 꿈 이어나가
책 집필하거나 멘토가 돼 도움 주고 싶어

어릴 적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 기자는 비행기 정비사의 꿈을 꾼 적이 있다. 변덕 탓에 1년도 안 돼 다른 길을 찾았지만, 두 손에는 항공기관정비기능사와 항공기체정비기능사라는 흔적이 남았다. 어린 시절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왠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어떻게 저렇게 큰 비행기가 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비록 기자는 포기한 꿈이지만, 김준식(예비역 공군중사) 씨는 그 길을 차근차근 걷고 있다.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내 일(Job) 출근합니다’의 오늘 주인공 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임채무 기자/사진=국가보훈부 제공

 

김준식 씨가 비행기 조종실에서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김준식 씨가 비행기 조종실에서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시아나항공 운항정비팀에서 항공기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김준식 대리입니다. 5년간 공군에서 F-5 전투기 정비사로 복무하고 중사로 전역했습니다. 현재 담당하는 업무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A380 항공기에 이상이 없는지 감항성 확인 정비를 하는 것입니다. 감항성은 항공기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비행할 가능성을 뜻합니다.” 

정비사란 직업은 우리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비행기 스케줄에 맞춰 출퇴근이 정해지며,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에 책임감도 무겁다. 그래서 이른바 ‘면장’이라고 불리는 항공종사자 자격증명을 취득하고 공군에 입대해 정비사를 하다가도 꿈을 접고 전역해 다른 길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씨는 어떻게 정비사의 길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어렸을 때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동경하게 됐습니다. 꼼꼼한 성격, 문제가 해결됐을 때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제 모습과 잘 맞다고 생각한 것도 한몫했어요. 여행을 가기 전 비행기를 탈 때 설렘을 느껴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아마도 누군가가 느낄 그 설렘을 지켜 주고 싶어 지금 이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항공정비사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우선 기계·전자·전기·항공 등의 관련 분야에서 전문학사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하고,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항공정비사 자격증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항공기가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게 아니기에 관련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데 영어가 필수입니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하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항공기는 수없이 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7년 차인데도 아직도 계속 배운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모든 자격을 갖추고 군대에서 항공정비사로 근무했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민간 회사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면접도 준비해야 한다. 김씨는 항공정비사의 꿈을 이어 나가는 데 제대군인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운항정비팀에서 항공기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김준식 대리.
아시아나항공 운항정비팀에서 항공기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김준식 대리.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저를 담당하셨던 분이 열정이 넘치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전역 후 집중적으로 영어를 공부할 때 학원비를 지원받는 방법을 알려 주시고, 취업 때 자기소개서 첨삭 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면접을 준비할 때도 제가 사는 동네까지 오셔서 실제 면접을 하는 것처럼 일대일로 연습도 시켜 주셨어요. 저도 그 열정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했죠. 그래서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 지금의 일에 완벽해지려 노력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항공기 엔지니어가 하는 업무가 사람의 생명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충’이란 단어는 이 직업을 하는 동안 잊어야 하는 말입니다. 또 반복되는 일이 있더라도 완벽하게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정비 매뉴얼은 99% 이상 영어로 돼 있어 꾸준한 자기계발을 해야 하며, 항상 배우는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항공기 정비업무는 매뉴얼을 토대로 행해지다 보니까 항상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교대근무를 해야 하므로 건강한 신체와 체력을 유지하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느껴졌다. 김씨에게 항공정비사란 어떤 직업인지 물어봤다.

“항공기라는 기계는 사람처럼 어디 아프다고 말도 못 해요. 수백만 개의 부품 속에서 아픈 부분을 찾아내야 하는데 하룻밤을 새워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입사하고 인턴을 막 마쳤을 무렵인데요. 활주로까지 나간 항공기의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아 495명의 승객이 발을 동동 굴렀죠. 진땀을 빼는 상황에서 팀원들과 고군분투해 4시간 만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해결하고 이륙 준비를 하는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면 승객분들도 화답해 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단점으로는 교대근무라는 제약사항이 있기 때문에 주말이나 남들이 쉴 때 출근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고, 밤낮이 바뀌므로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하지만 남들 일할 때 쉬는 것도 나름 행복입니다.”

인터뷰 말미 김씨는 더 큰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역 후 자신처럼 항공기 정비 분야에 지원할 후배 제대군인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할 것을 권했다.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제가 맡고 정비하는 기종은 미주나 유럽 노선으로 자주 가는 비행기인데, 도착지에서도 비행기 점검은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지 공항에 해외 주재원이 필요하죠. 해외에서 근무하며 더 많은 경험을 해 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저처럼 항공 엔지니어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집필하거나 멘토로서 여러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혹시 전역 후 항공기 정비 분야에 지원하실 분들이 제 인터뷰를 본다면 이 일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하는 업무라는 점을 알아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항공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자부합니다. 본인이 기계에 관심이 있거나 꼼꼼하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으시다면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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