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
‘다름’이 필요한 부분 ‘틀림’으로 규정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말은 곧 그 사람의 생각
분명한 앎 속 바른 언어생활 필요
저는 ‘T’입니다. 사제로 살아가기 위해 신학생 때부터 많은 이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사회화가 진행돼 종종 T임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길 때가 적지 않지만, 실상은 ‘굳이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고 되뇌기도 합니다.
특히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나라 문법이나 어법과 맞지 않는 상황일 때 수많은 갈등이 생깁니다. “그건 그 애가 틀려서 그런 거예요.” T 성향인 저로선 그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순 없습니다. “그 애는 틀리지 않았고요. 조금 다른 겁니다.” 이런 대답을 내놓으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분이 많습니다. 바로잡지 않아도 다들 무슨 뜻인지 알고 넘어가는데, 굳이 표현을 바로잡고 정정하려는 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거겠지요. 심지어 어떤 분은 왜 그렇게 본인에게 공격적이냐며 되레 화를 내기도 합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해 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음부터는 바른 표현을 쓰는 게 더 좋지 않은가?’ 혼자 곱씹어 보기도 합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틀린 표현을 바로잡아 주면, 고마움을 표하며 다음번에 비슷한 표현을 쓸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기 때문입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생각, 나아가 그 사람을 나타냅니다. 바르고 고운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하는 이가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그 대화에서뿐만 아니라 기타 많은 ‘다름’이 필요한 부분을 ‘틀림’으로 규정짓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우리의 삶은 많은 경우 ‘틀린 것’을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곁에는 수많은 ‘다름’이 있을 뿐입니다. ‘가르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알려 주고 바로잡아 주는 건 분명한 앎 속에서 책임을 가진 자가 자격을 갖추고 실행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대화 중 나오는 몇 마디 말, 단어 하나에 목매어 틀린 표현을 모두 바로잡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순간순간 맥락을 읽어 듣는 사람이 모두 잘 알아듣고 대화 흐름을 잘 따라온다면 큰 문제가 될 게 없겠지요. 그러나 의식하지 못하는 그 찰나의 순간으로 성숙하지 못하거나 부족한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면?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바른 것인 양 사용하며 무지한 스스로를 드러낸다면?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시 우리의 언어생활을 돌아봅시다. ‘다름’과 ‘틀림’뿐만 아니라 비하어, 비속어, 돌려 말하기, 소수만이 아는 표현으로 모르는 이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이런 대화방식으로 인해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감정을 상하게 하며, 관계가 틀어지거나 멀어지게 되는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그래서 전과는 달리 대화 중 혹은 문자를 주고받는 인터넷 세상에서도 쉽게 다툼이 일어나고, 심지어 서로를 비난하고 무시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모쪼록 바른 언어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포용하고 이해하며 화합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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