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행성 전체 파괴한 ‘스타워즈’ 속 무기 데스스타 구별·비례성 원칙 위반

입력 2024. 11. 01   17:31
업데이트 2024. 11. 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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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 우주 전쟁과 국제인도법 

미래 우주 전장의 무기화·군사화 

유엔 우주법 5개 조약, 평화만 강조 
국제인도법 한계에도 유일한 대안
공상과학 영화 장면 대입해 볼 수도
‘제국의 역습’ 레이아 공주·한 솔로
전쟁 포로로서 인도적 처우 못 받아
‘건담’ 시리즈 약물 투입된 ‘뉴 타입’
많은 논란 야기한 ‘슈퍼 솔저’ 해당돼


우주선단 3D 일러스트. 출처=게티이미지
우주선단 3D 일러스트. 출처=게티이미지

 

우주가 중요한 전장(戰場)이 될 것이라는 다수 국가의 우려는 2021년 발간된 『책임 있는 행동 규범, 규칙 및 원칙을 통한 우주 위협의 감소에 관한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 과학기술 발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위성 요격 미사일과 같은 우주 무기가 실제로 사용된 바 있다. 우주 무기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전자 무기, 지향성 무기 및 사이버 무기 등에 대한 실험과 운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우주의 무기화 및 군사화에 대해 유엔 우주법 체제를 구성하는 5개 우주 조약은 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만을 강조하고 있다. 1967년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은 외기권의 무기화 및 군사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력 충돌을 직접 규율하는 국제법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금 시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국제법 규범은 무력 충돌을 규율하는 국제인도법이다. 그러나, 국제인도법의 주요 원칙 및 규칙을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력 충돌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국제인도법은 어디까지나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무력 충돌을 전제로 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주 공간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더욱 난해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상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주 전쟁을 직접 규율하는 국제인도법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지만, 이 또한 국제 공동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만약 우주 전쟁이 지금 시점에서 발생한다면 국제인도법의 주요 원칙과 규칙을 우주 전쟁에 적용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우주 전쟁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인도법의 직접 적용 시 직면할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와 만화에 등장하는 우주 공간에서의 무력 충돌에 국제인도법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적지 않은 함의를 가질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새로운 희망’의 한 장면.
영화 스타워즈의 ‘새로운 희망’의 한 장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있는 슈퍼 솔져. 출처=Enhanced Soldier_concept by Chet Rosales at Coroflot.com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있는 슈퍼 솔져. 출처=Enhanced Soldier_concept by Chet Rosales at Coroflot.com


‘새로운 희망’에 등장하는 데스스타(Death Star)는 행성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무기다. 데스스타가 얼데란(Alderaan) 행성을 파괴한 것은 특정한 군사 목적에 부합할지라도, 행성 전체의 파괴는 국제인도법의 핵심 원칙인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는 구별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위반한 것이 된다. 군사적 이익에 비해 과도한 민간인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비례성의 원칙 또한 위반한 것이 된다. 한편 데스스타는 반란군에게 국제인도법상 정당한 공격 대상이 되는데, 데스스타가 전투 수단 또는 전투 무기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란군의 무차별적인 데스스타 파괴 행위 또한 국제인도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데스스타 내에 민간인이나 비전투원이 상주하는 경우 즉,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 개인이 반란군 행위로 사망하면, 이는 민간인과 전투원의 구별 원칙을 위반한 것이 된다. 아울러 데스 스타에 공격 관련 예방 조치, 즉 사전경고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 또한 국제인도법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제국의 역습’에서도 좋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레이아 공주(Princess Leia), 한 솔로(Han Solo) 및 반란군은 사실상 전쟁 포로로서 이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제국의 부당한 처우는 전쟁 포로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규정한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것이다. 아울러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반란군이 제국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해 피해를 줬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제국이 스카리프(Scarif) 행성을 완전히 파괴한 행위는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건담 시리즈에서 지온(Zeon)은 지구 연방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주기 위해 콜로니 낙하 작전을 전개하는데, 콜로니 낙하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지구 생태계와 기후에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는 민간인과 전투원의 구별 원칙을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무력 충돌 시 환경 보호에 관한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인도법은 불필요한 고통이나 과도한 상해를 유발하는 무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건담에 등장하는 뉴타입이 사용하는 사이코뮤 시스템은 지구연방군 전투원을 대상으로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돼 국제인도법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 사이코뮤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 약물이 투입된 뉴타입은 국제인도법상 많은 논란을 야기하는 ‘슈퍼 솔저’, 소위 강화병(enhanced soldier)으로 인식될 수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건 모두 국제인도법 적용이 가능한 사건들이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쟁점 중 흥미로운 것은 우주전쟁에서조차 핵무기 사용과 우주 대 지상 공격으로 지구상의 도시 전체를 파괴하거나 우주 대 우주 공격으로 콜로니 전체를 파괴하는 무기의 사용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용납될 수 없는 사건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비록 가설적인 상황을 다룬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와 건담 시리즈에서 국제인도법의 핵심 원칙이 강조되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근거로 활용된다는 점은 우주 전쟁에 대한 국제인도법의 적용 가능성 및 필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May the Force be with you(행운이 함께하길)”는 스타워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과 같다. Force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아마도 Force는 국제인도법의 구속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날 우주 강대국의 우주군에 대한 관심을 감안할 때, 혹자는 “May the (Space) Force be with you(우주군이 함께하길)”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국제인도법의 원칙과 규칙의 절대성은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다.

필자 김성원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에서 아시아 국제법을 주제로 SJD 학위를 취득했고 상설국제중재판정부(PCA) 한국 국적 중재관으로 활동 중이다.
필자 김성원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에서 아시아 국제법을 주제로 SJD 학위를 취득했고 상설국제중재판정부(PCA) 한국 국적 중재관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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