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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거리 위로 흐르다…가슴을 흔들다

입력 2024. 10. 31   16:27
업데이트 2024. 11. 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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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볼까 미국여행 -  ⑪ 재즈 시티 뉴올리언스 

벌집 같은 골목·에어컨도 없는 클럽
순도 100% 아날로그 연주 시작되자
깊고 진한 선율에 온몸 소름

비옥한 땅과 강 품은 자연환경
프랑스·스페인 옛 식민지
화려한 식문화 꽃피워…맛 빠져볼 만

뉴올리언스 잭슨 광장에서 공연하는 브라스 밴드.
뉴올리언스 잭슨 광장에서 공연하는 브라스 밴드.

 


재즈는 어렵고 난해한 장르라는 편견은 꽤 오래 이어졌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가평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같은 축제가 성황을 이루고, 외국 여행을 가서도 재즈클럽을 찾아다니는 이가 부쩍 늘었다. 언젠가 재즈의 본고장을 가보겠다는 로망을 품은 사람도 있을 터. 바로 뉴올리언스(New Orleans)가 그곳이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속한 이 ‘신비한 도시’는 100여 년 전 재즈가 탄생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이른 아침부터 자정 너머까지 재즈 선율이 도시를 물들인다. 음악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미식 도시’로 명성이 높은 뉴올리언스에는 우리 입맛에도 친숙한 음식이 많다. 뉴올리언스는 귀와 입이 호강하는 여행지다.


재즈 선율 멈추지 않는 도시 

재즈는 19세기 말 태동했다. 미국 남부에 살던 아프리카계 흑인을 중심으로 즐기던 블루스, 래그타임 같은 음악이 재즈의 뿌리다. 초기엔 춤추기 좋은 리듬에 즉흥 연주가 더해진 형식이 주를 이뤘고, 이후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뉴올리언스 도심 한편에 재즈 박물관이 있으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재즈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이 연주했던 트럼펫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무료 라이브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뉴올리언스 여행의 중심은 ‘프렌치 쿼터’다. 프랑스가 미국 남부를 점령하고 뉴올리언스라는 도시를 세운 1718년부터 지금까지 300년 역사가 응축된 지역이다. 면적은 1.7㎢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재즈 클럽과 식당, 갤러리, 기념품점 등이 벌집처럼 들어차 있다. 이름처럼 오래된 프랑스풍 건물이 줄지어 있는 모습만으로도 근사하다. 약 100년 전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장면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미시시피강변에 있는 잭슨광장은 프렌치 쿼터를 찾은 관광객이 기념사진을 꼭 찍는 장소다. 우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세인트루이스 대성당’(1718년 완공)이 도시를 굽어보고 있다. 또 영국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뉴올리언스 전투’ 지휘관인 앤드루 잭슨 장군의 동상이 위용을 뽐낸다. 광장은 지역 예술가의 터전이다. 직접 그린 작품을 전시하는 화가부터 수공예품을 파는 상인, 이른 아침부터 합을 맞추는 브라스밴드(관악기 중심의 밴드)가 활기를 불어넣는다.

프렌치 쿼터 골목에서는 온종일 재즈 선율이 귓가를 맴돈다. 하지만 역시 밤이 돼야 진짜 음악의 시간이 당도한다. 그러면 어디에서 재즈를 감상할까? 골목을 걷다가 취향에 맞는 공간으로 들어가면 된다. 코스 요리를 맛보며 차분한 음악을 감상하는 식당도 있고,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인 재즈클럽도 있다.

버번 스트리트에 있는 ‘재즈 플레이 하우스(Jazz play house)’는 3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공간이다. 1910년 이곳에서 결성된 뒤 명맥을 잇고 있는 ‘오리지널 턱시도 밴드’ 공연을 몇 해 전 여기서 감상했다. 루이 암스트롱도 한때 이 밴드에 몸담았다고 한다. 아는 곡은 없었지만 예측할 수 없는 곡 전개와 현란한 연주, 늘 웃는 얼굴로 악기를 매만지는 뮤지션을 보며 깊이 몰입됐다.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프리저베이션홀에서였다. 1961년 문을 연 공연장인데 마침 이 무대와 역사를 함께한 ‘프리저베이션홀 재즈밴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공연장은 비좁았고, 에어컨도 없었다. 여느 재즈 클럽과 달리 음료와 먹거리도 팔지 않았고, 사진 촬영도 금지했다.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앰프 등 전자장비를 일절 쓰지 않은 순도 100% 아날로그 연주가 시작됐다. 관객과 뮤지션 모두 작은 소리 하나에 신경을 집중했고, 손뼉을 치고 추임새를 넣었다. 뮤지션들은 각자 개성을 발휘하면서도 서로 배려했다. 어긋날 듯 불안하다가 하모니를 이룰 때면 소름이 돋았다. 오래 숙성한 장처럼 재즈의 깊고 진한 맛을 느낀 순간이었다.


재즈 플레이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재즈 밴드.
재즈 플레이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재즈 밴드.

 

와플에 얹어 먹는 케이준치킨.
와플에 얹어 먹는 케이준치킨.



원조 프라이드치킨 


뉴올리언스는 음식도 유명하다. 자연환경과 독특한 역사 덕분이다. 루이지애나주의 옥토와 미시시피강, 멕시코만에서 온갖 먹거리가 올라온다. 프랑스·스페인이 오랫동안 점령했고,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이주민이 많아 화려한 식문화를 꽃피웠다. 뉴올리언스를 여행하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한둘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케이준 치킨’ 본고장이 뉴올리언스다. 케이준은 캐나다 동부에 살다가 루이지애나로 이주한 프랑스인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퍼뜨린 음식을 ‘케이준 푸드’라고 한다. 튀김옷에 ‘케이준 스파이스’라는 조미료를 넣어 매콤하다. 케이준 치킨은 햄버거와 샐러드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 곁들여 먹는다. 심지어 와플 위에 치킨을 얹은 뒤 시럽을 뿌려 먹기도 한다.

‘크레올 음식’도 다양하다. 유럽과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 흑인 문화가 혼합된 음식을 일컫는다. 검보(Gumbo)가 대표적이다. 짙은 갈색 수프를 쌀밥과 함께 먹는다. 얼핏 보면 카레 같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검보는 해산물이나 고기와 고추·양파·오크라 등을 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해산물 육수가 우러나서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난다. 잠발라야(Jambalaya)도 검보만큼 인기다. 검보가 덮밥 같다면 잠발라야는 비빔밥 혹은 볶음밥에 가깝다. 검보와 잠발라야 모두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이다.

뉴올리언스뿐 아니라 미국 남부 전역에서 먹는 샌드위치 ‘포보이’도 맛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맛있는 바게트와 해산물 튀김이다. 양상추, 토마토와 프랑스식 소스인 레물라드도 곁들인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새우튀김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습지가 많은 미국 남부에는 악어가 많이 산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악어도 먹는다. 프렌치 쿼터의 한 식당에서 악어고기 튀김을 먹어봤는데, 닭고기와 식감이 비슷했다. 검보나 잠발라야에 악어고기를 넣는 식당도 있다.

베녜(Beignet)라는 디저트도 놓칠 수 없다. 프랑스계 이주민이 먹던 빵이다. 도넛 위에 설탕 파우더를 듬뿍 얹어서 먹는다. 한국 전통시장에서 파는 도넛 맛과 비슷하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다. 베녜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는 건 치커리 커피다. 18세기 커피의 쓴맛에 적응하지 못한 프랑스 이주민이 치커리 뿌리를 끓여서 마셨다. 프렌치마켓 인근 ‘카페 뒤 몽(Cafe du monde)’이 가장 유명한 베녜 맛집이다. 운이 좋으면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며 베녜를 먹을 수 있다.

필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다. 에세이 『조용한 여행』과 미국 국립공원 탐방기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공저)를 펴냈다.
필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다. 에세이 『조용한 여행』과 미국 국립공원 탐방기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공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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