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감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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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교가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좌절됐다.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뒤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법이 개정돼 4급도 희망한다면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잠깐 고민한 뒤 자원입대를 신청해 명예로운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
군인이 꿈이었던 나는 16세에 초급간부 필독서라고 불리는 『전투감각』을 처음 읽었다. 학생이었을 때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군에 입대한 뒤 다시 이 책을 읽어봤다. 한 명의 군인, 전투원으로서 읽은 전투감각은 새롭게 다가왔다. 입대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 담고 있던 진정한 내용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정글이라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그것도 60년 전의 경험이 과연 지금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은 교범도 아니고, 한반도 지형이나 지금의 교리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범도 알려주지 못하는 ‘전투감각’을 키우는 데는 적격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3년 동안 전장에서 직접 겪은 생생한 ‘전투 경험’이기 때문이다. 수류탄을 투척할 때 일어나는 실수, 스스로 응급처치하는 방법, 수통에 물을 가득 채워야 하는 이유 등은 여전히 우리가 배우는 것들이다. 책의 내용은 어쩌면 훈련소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생생하다.
이 책은 최근 육군이 강조하는 조우전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조우전이란 불완전한 전개 상태에서 이동하는 부대가 예기치 못하게 적과 만나 교전하게 되는 상황이다.
저자는 조우전에서 순간적인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지휘자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피아를 식별하고, 적일 경우 즉각 사격해 기세를 제압해야 한다. 피아 모두 전투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첫 번째 사상자가 나오는 쪽은 혼란에 빠지고 선제공격한 쪽이 승기를 잡을 수 있게 된다. 60년 전 경험이 지금이라고 의미가 없을까? 나는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화력 유도의 중요성, 매복전투 요령, 전장 공포증에 빠진 부하를 대하는 방법까지 여전히 전장에서 유효한 경험들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군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선배 전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한 지금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복무 중인 전우들에게 존경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매일같이 훈련하며 전투감각을 날카롭게 벼르고 있기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이 사실을 절대 잊지 말고 모두 매 순간 군 복무에 자부심을 가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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