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2024 호국훈련] 남한강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

입력 2024. 10. 22   17:11
업데이트 2024. 10.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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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호국훈련 중 대규모 기계화부대 쌍방훈련을 전개하고 있는 육군7기동군단은 훈련 2일 차인 22일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과 30기갑여단 주축의 ‘청군’ 공격부대는 대규모 도하작전으로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황군’ 방어부대로 편성된 8기동사단과 5기갑여단은 이에 맞서 살포식 지뢰지대 장애물 구축 등으로 적의 전진을 저지했다. 

국방일보는 사흘에 걸쳐 두 공격·방어부대 훈련을 각각 동행하며 호국훈련의 전반적인 시간대별 흐름을 살펴본다.

22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호국훈련의 하나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육군7기동군단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KM3)이 K1A2 전차를 도하시키고 있다.
22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호국훈련의 하나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육군7기동군단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KM3)이 K1A2 전차를 도하시키고 있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K21 보병전투장갑차가 강습도하하고 있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K21 보병전투장갑차가 강습도하하고 있다.


‘수룡’ 타고 도하하라
육군7군단·수기사,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

든든한 혈맹 과시
RBS·K1A1 전차 등 300여 대 총출동
한미 팀워크 다지며 전투 수행력 검증
‘트랜스포머’처럼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KM3 ‘수룡’ 첫선
트럭 형태에서 순식간에 문교로 변신

도하작전의 성패는 주요 장비와 병력을 최대한 신속히, 많이 강 건너로 옮길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하천이 발달한 한반도 지형에서 ‘북진’하는 기동군단에 도하작전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호국훈련 이틀째인 22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육군7기동군단의 맹렬한 북진을 뒷받침하는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을 지켜봤다.

상상해 보자. 적의 막강한 기동전력이 희뿌연 흙먼지와 위압적인 엔진 소음을 일으키면서 다가오고 있다. 당장이라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멀리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것은 곧 전쟁에서 패배를 의미한다. 상대의 기동속도를 늦추고 아군의 반격을 준비하기 위해 전투능력을 지속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순간이다. 2024 호국훈련 둘째 날, 육군8기동사단의 거점 방어 및 지연을 위한 다양한 작전 현장에서 그 준비 과정을 들여다봤다. 


도하작전으로 공세 고삐 당겨

22일 짙은 안개가 깔린 남한강 일대. 공격부대(청군)인 육군7기동군단 7공병여단과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등은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작전으로 공세를 고삐를 당겼다.

수기사는 이미 전날 K9A1 자주포 실사격 훈련으로 도하를 막으려는 방어부대 병력을 제압해둔 참. 이제 강을 건너 적진을 공략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이날 훈련은 미군과 함께하는 연합훈련에 더해 여러 병과가 힘을 합치는 제병협동으로 이뤄졌다. 한미 도하자산의 상호운용성과 우리 군의 제병협동 전투 수행능력을 동시에 검증하기 위함이다.

도하는 7공병여단과 수기사 혜산진여단 기보대대 태스크포스(TF), 30기갑여단 전차중대,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11공병대대 814다목적교량중대 장병 등 10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훈련으로 진행됐다. 리본부교(RBS), 미 개량형 전술부교(IRB)를 포함한 공병장비, K1A1 전차,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 300여 대의 장비도 투입됐다. 무엇보다 최근 전력화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KM3 ‘수룡’ 6대가 처음으로 실전에 등장해 기대감을 높였다. 현장에는 박재열(중장) 7기동군단장도 방문, 높은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시작된 도하. 오전 내내 줄기차게 내린 비로 강물이 불어나 있었지만 장병들은 든든한 혈맹과 장비에 대한 굳은 믿음을 기반으로 흔들림 없이 훈련에 임했다. 지원부대의 엄호 속에 드디어 K21 보병전투장갑차 8대가 빠르게 강습도하에 나섰다.

한미 공병부대 장병들이 리본부교와 개량형 전술부교를 뗏목처럼 이어 문교를 구축하자 K1A2 전차, K600 장애물개척전차 등 우리 군의 기동전력이 그 위를 힘차게 달리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구수남(중령) 수기사 혜산진여단 기보대대장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기계화보병이 공격기세를 유지한 가운데 적을 섬멸하는 능력을 숙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작전이 곧 훈련, 훈련이 곧 작전이라는 신념으로 전투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구 대대장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수룡’ FTX 활약…취재진도 감탄사 

이날은 지난 6월 육군7기동군단에서 첫 전력화를 마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KM3 ‘수룡’이 야외기동훈련(FTX)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수룡은 자주도하장비인 만큼 별도의 수송 수단 없이 스스 엔진을 달고 도로를 주행한다. 육상에서는 최고 70㎞/h의 속도로, 수상에서는 11㎞/h의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수륙양용. 수룡은 평소엔 차량 형태로 운용하고, 아군의 도하작전을 지원할 때는 문교나 부교로 빠른 전환이 가능해 우리 군의 신속한 도하작전에 큰 힘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날 실제 훈련에 처음 투입된 수룡은 수심 3m 강물로 돌진했다. 물에 뜬 수룡이 상부구조를 양옆으로 펼치자 트럭 형태에서 순식간에 문교로 변신했다. 리본부교와 달리 교절을 트레일러에 싣고 내리는 과정이 필요 없었다. 차량 그대로 강물에 들어가 부교의 교절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장관에 취재진의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현장에서 훈련을 지휘한 김진수(중령) 7공병여단 도하대대장은 “이번 훈련은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이 전력화된 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야외전술훈련”이라며 “전술적 상황 속에서 수룡을 어떻게 운용해야 더 빠르고 안전하게 기동부대의 공세 여건을 지원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미군 지휘관으로 나선 오웬 매슈(대위)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11공병대대 814다목적교량중대장은 “한국에서의 도하작전은 작전의 복잡성과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한미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라며 “이번 훈련을 통해 동맹인 한국군과 상호 운용능력을 높이고, 연합작전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육군8기동사단 장병들이 K200 장갑차에 장착된 KM138 지뢰살포기로 지뢰를 투발하고 있다.
육군8기동사단 장병들이 K200 장갑차에 장착된 KM138 지뢰살포기로 지뢰를 투발하고 있다.


‘지뢰 살포’로 방어하라 
육군7군단 8기동사단, 살포식 지뢰지대 장애물 설치 훈련

장애물 설치하라 
주요 전력 KM138 지뢰살포기 투입
적 기동 저지하고 공세 이전 여건 조성
먹는 물 확보하라 
야전급수장 설치·운용훈련도 병행
전장 장기화 대비 지속지원 능력 보장


지뢰 살포해 적 전력 기동 저지

22일 경기도 양평군 광탄유원지 일대. 방어부대(황군)를 맡은 육군8기동사단 명품백호대대의 전날 도하 거부사격으로 K9A1 자주포가 집중화력을 쏟아부었지만 공격부대(청군)는 남한강 도하 시도에 모든 기운을 쏟았다. 이에 사단은 더욱 효과적인 방어작전을 위해 살포식 지뢰지대 장애물 설치 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훈련의 주요 전력은 사단 공병대대 운용 K200 장갑차에 장착된 KM138 지뢰살포기. 투발지점을 기준으로 전방 35m 지점의 반원 형태 지대 전체에 대전차 및 대인 지뢰를 뿌릴 수 있다.

본격적인 지뢰 설치에 앞서 K200 장갑차에서 하차한 장병들이 사주경계를 하는 동안 지뢰탐지기를 장착한 장병들은 기존에 설치된 지뢰가 없는지 일대를 탐색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3인 1조로 편성된 이들이 탐지기로 반원을 그리면서 한 발씩 전진하자, 뒤따르던 장병들이 고깔을 세워 안전 지역을 표시했다. 지뢰가 발견되면 해당 지역을 개척하거나 방향을 전환해 아군 장병과 기동 전력의 안정적인 기동로를 확보한다.

“셋, 둘, 하나, 살포!”

살포기를 운용하는 인원이 지뢰를 기계 위에 올리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오른 지뢰가 수십 m 떨어진 지면에 안착했다. 해당 지뢰는 적재 및 장전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살포기를 거치면서 전기적 작용을 받고 지면에 떨어진다. 이후 1시간이 지나서 장애물로서 효과가 발휘된다. 지뢰 위로 적 전력이 지나가면 폭발하면서 피해를 주고 기동을 방해한다.

이날 사단은 상대의 기동을 저지 및 차단하고 공세 이전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살포식 지뢰지대뿐만 아니라 도로대화구, 지뢰살포탄(FASCAM) 등 다양한 장애물을 운용하는 등 전투 상황과 연계한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에 참가한 변성훈 대위는 “쌍방 교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호국훈련으로 다소 생소한 지역에서 다양한 전투 상황을 경험하면서 실전성을 한층 높일 수 있었다”며 “방어작전을 수행하는 부대 전투원으로서 적의 기동을 저지 및 차단하고 공세 이전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전급수의 중요성을 배우다


대대는 장애물 설치훈련뿐만 아니라 전장에서의 지속지원능력을 보장하고 전장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야전급수장 설치 및 운용훈련도 병행했다.

지뢰지대 설치 훈련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광탄저수지에서는 공병대대 인원들이 땀 흘리며 신선한 물을 확보하고 있었다.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로 물에 뜨는 부구가 연결된 호스는 끝부분에 있는 거름망을 통해 공급펌프로 물을 빨아들였다.

이 물은 정수차 내부에서 여러 정화장치를 거쳐 물탱크에 저장됐다. 물탱크 하나당 1700갤런(약 6000L)씩 저장된 물은 물탱크에 연결된 호스를 따라 대대에서 자체 제작한 개량형 정수펌프로 향했다. 마지막 필터를 거쳐 살수차에 실린 정수는 여기저기 흩어진 부대 주둔지에 공급됐다.

야전급수장은 작전 지속지원능력의 여건을 갖추는 필수요소다. 안정적인 수급이 힘든 전시 음용수를 포함해 다양한 상황에서 주둔지에서 쓰는 물을 매일 생산해야 한다.

장병들에게 절차에 맞는 작업을 지시하던 정종태 상사는 “이번 훈련으로 장병들이 야전급수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전체 훈련을 이끈 이정희(중령) 공병대대장은 “전시 화생방 공격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시 아군의 식수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했다”며 “훈련에 앞서 최근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우리가 기능적으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장병들에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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