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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북 밀착에 따른 한반도 정세는? 

입력 2024. 10. 21   17:01
업데이트 2024. 10.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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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진단 

멀게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결렬, 가깝게는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은의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이 촉발한 남북관계 경색은 이달 15일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전해진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소식도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국방일보는 오랜 기간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온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과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에게 북한의 최근 동향과 관련한 한반도 안보 정세 등을 물었다.

두 전문가는 인터뷰에서 현 정세가 위중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군 당국에는 국민 안전을 위해 북한 동향을 주시하며 상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최한영/사진=양동욱·김병문 기자

 

 

우리 군 감시장비가 지난 15일 포착한 북한의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장면. 합참 제공 영상 캡처
우리 군 감시장비가 지난 15일 포착한 북한의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장면. 합참 제공 영상 캡처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병력 파병 반대급부로 핵심 군사기술 요구 가능성”  

예상 넘어선 협력 
양국 관계 발전 몇 년 새 가속화
6월 조약 체결, 파병으로 이어져
북한의 파병 
러시아 병력 부족 문제 해결 노려
韓 넘어 동북아 정세 흔드는 요소
남북 대립 심화 
미·중 등 대화 중재 가능성 희박
국경 요새화 후속조치 나설 수도
우리의 과제 
도발 가능성 경각심 갖고 대비
핵 잠재력 확보 위한 전략 수립을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해 “러·북 군사협력이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토대로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강화에 힘쓴 것이 파병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노동당 창건 79돌 경축공연·연회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를 특별 초청한 것도 러·북 밀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러·북 밀착은 최근 몇 년 새 가속화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두둔한 나라가 북한이었다”며 “최근 ‘평양 무인기 사태’를 둘러싸고 유독 러시아만 북한을 두둔하는 것도 그때 진 빚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파병은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다. 정 센터장은 “현재 러시아는 주로 농촌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의 7배 정도의 급여, 입대 시 상당한 금액의 보너스를 주며 병력을 모집하고 있다. 그래도 병력 수급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보낸 것은 러시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파병에 상응해 러시아가 제공할 반대급부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자국 군대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까지 파병했다면, 이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병력을 보내는 대신 북한이 필요로 하는 원자력 추진잠수함, 정찰위성 등 핵심 군사기술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러시아가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행보는 대한민국 안보 불안을 높이는 것을 넘어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러·북 밀착은 남북한 대립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정 센터장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은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며 “미국·중국 등이 남북대화를 중재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희박하며, 중재가 이뤄진다 해도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15일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도로·철도 폭파다. 정 센터장은 “2020년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하게 항의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 도로·철도 폭파는 김정은의 지난해 12월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 선언 후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조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나아가 북한 당국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연일 강도 높은 담화문을 내놓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 센터장은 “2020년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던 김여정이 지금은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며 “당시에는 김여정 담화가 노동신문 2·3면에 실렸지만 최근에는 이틀 연속 1면에, 14일에는 1면 상단에까지 실린 것이 현 북한의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12월 미국 대선 이후 상황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북한에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할 이유가 사라지고,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을 도입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 당국이 ‘(도로·철도 폭파로)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려는 조치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말한 데 따른 후속조치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군사분계선(MDL)에 있는 표지판을 따라 북한이 철조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 병사들의 탈북·월남, 나아가 남북 간 인적 이동을 완전히 막는 일환”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도로·철도 폭파는 ‘국경 요새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서해상에 현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 당국을 비롯해 우리 정부가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특히 일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에 도발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에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지금은 북한군 전방 병력이 비상경계 상태일 것”이라며 “대북전단이 넘어가면 대공포 사격이 이뤄지고, 우리 측 대응사격이 맞물리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우리 군 당국자에게는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 북한은 ‘권력 4대 세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내 결속 차원에서도 우리와의 갈등을 증폭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이에 휘말리지 않고, 북한 공세에 끌려가지 않는 새로운 논리도 개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 센터장은 대한민국에 가해지는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자체 핵 억지력 강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일본처럼 유사시 6개월 내에 핵무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북한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핵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히 미국을 설득하는 논리, 미국 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trong>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strong>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미 대선 후에도 미·북 대화 재개 실마리 찾기 힘들 것”

양국 관계 변화
‘침공받으면 군사 원조’ 조약
모든 차원서 협력 확대 가능성
새로운 단계에 있는 것은 분명
전망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 개선 난망
미 대선도 한반도 영향 없을 듯
해법 마련 객관적 상황분석 필요
우리의 과제
국익 위한 정부 외교적 노력을
생명·안전 지키는 대비태세
국민에 말·행동으로 보여줘야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을 접하고 문득 지난 8월 18일 기억을 떠올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주 공격에 관한 담화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북한 외무성은 담화에서 두 달 전인 올해 6월 러·북 정상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소환했다. 조약 4조에는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다른 한쪽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포함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유사시 자동 개입조항’이 명시됐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명분 삼아 북한이 병력을 파병할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4일 조약 비준에 관한 법안을 하원(국가두마)에 제출했다. 이튿날에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북한이 침략받으면 조약에 의거해 군사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언급한 과정을 거쳐 북한의 러시아 파병 성사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정치·군사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양국 협력이 앞으로도 발전·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새로운 단계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다만 이 대목에서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약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를 도우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상대편에 있는 유럽 국가 모두 적대국이 된다”며 “북한 입장에서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까지 우리 정부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수교국인 독일·영국 등을 적대시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이나 원자력 추진잠수함 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협력을 보장받은 것이 맞는지 확인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책과 해법을 내놓기 위해서도 객관적이고 면밀한 상황 분석은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 교수가 ‘객관적인 상황 분석’을 강조하는 배경은 또 있다. 그는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이듬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과정에서 당시 우리 정부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문제였는지’ 성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한반도 정세가 악화했다는 인식을 토대로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현 상황을 보다 면밀히 살피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도 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쉽게 풀리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 돌파’를 내세우면서부터 북한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내용에 ‘대남정책을 전면 전환했다’는 말이 있다”며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시대 통일 방안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겠다는 자기 고백”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정은의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인식이 더해지며 10개월 후 경의선·동해선 도로·철도 폭파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북한은 도로·철도 차단으로 끝내지 않고 남북을 영구히 분리하기 위한 장벽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나타낸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김정은의 말과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의 도로·철도 폭파는 김정은이 말한 ‘두 개의 국가’ 노선을 공식화하는 상징이라는 것. 김정은은 지난 17일 군 부대 방문에서도 “(남북 도로·철도 폭파는)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는 12월 미 대선 결과도 북한의 향후 정책 결정,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중동·대만 등에서도 미국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카멀라 해리스·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한반도 문제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북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렇기에 고위 당국자들이 더욱 세밀한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며 “무의식적인 오판으로 인해 작은 사건이 큰 충돌로 비화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부연했다.

비록 외교를 통한 해법 찾기가 요원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더욱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각각 대선과 총선을 앞둔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일 협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사실 각국의 국익이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상황에 이끌려가지 않는, 상황을 주도하려는 노력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금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우리의 선택지를 넓히고, 국익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조 교수는 “정부가 자신들이 하는 노력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때 설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국민은 ‘왜 이 시기에 이런 정책을 펴는지’ 궁금증에 목말라 있다는 이유다. 우리 군 당국자에게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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