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말해도 힘들지 않은 말, 사랑합니다
TYS (Thank You for your Service) ⑫ 육군66보병사단 이진성 소령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까지. 군인과 아내, 두 사람이었던 부부는 어느새 5명의 단란한 가족을 이뤘습니다. 마치 영화 같은 러
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여기 있습니다. 육군66보병사단 이진성 소령의 아내 최영주 씨가 TYS(Thank You for your Service) 열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해당 글은 24-1차 자랑스러운 육군 가족상 수기 공모 입상작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정리=배지열 기자/ 사진 이진성 소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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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철원·영천·장성 그리고 레바논
이사 다니는 사이 다섯 가족 이뤄
세 아이엔 군인으로서의 아빠 알리고
떨어져 있는 아빠에겐 성장 영상 띄워
뿌리 깊은 나무처럼 든든한
군인, 군인 가족 파이팅
당신과 나의 밤
해 질 녘
당신은 머리를 숙여
눈앞에 보이는 하늘을 내려다보며
붉게 물든 노을에
가족 생각하며 마음이 붉게 타고 있었고
해 질 녘
나는 머리를 들어
눈 위에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붉게 물든 노을에
당신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흩날리며 지는 태양에
아련해지는 마음 서글프지만
반짝이며 뜨는 별에
희망이라는 글씨 적어 웃음 띄워본다
내가 보는 하늘은
당신이 보는 하늘과 닮아있어
반짝이는 별 속에 내 마음 담아 띄워본다
어둠 속에서도 내 마음 보이라고
반짝이는 별 속에 내 마음 담아
환한 달 위에 내 마음 띄워본다
부산 떠나 전국 누빈 군인과 그의 아내
“2007년 9월. 갑자기 그 친구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늘 개구쟁이 같았던, 해맑은 친구가 어느 날 말했다. ‘나 직업군인 준비 중이야.’ 그 한마디에 친구라는 마음의 벽이 허물어져 버리고 말았다. 뭔가 무게 있어 보이는 그 친구의 눈빛이 나의 마음속에 덜컥 들어와 버렸다.”
이진성 소령의 아내 최영주 씨가 쓴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2002년 고등학생 때 같은 학원에 다닌 두 사람은 부산에서 같은 대학에 진학했고, 이 소령이 병사로 입대했다가 제대할 즈음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소령은 “복무 중 뒤늦게 3사관학교를 알게 돼 준비한 끝에 생도를 거쳐 임관하게 됐다”며 “결혼을 한다면 이 친구랑 하고 싶어 직업군인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고백해 교제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렇게 2년의 연애 끝에 이 소령이 임관하자마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까지 올렸습니다. 임관 후 보병학교에서 교육받던 중 외출을 받아 나와 결혼식만 치르고 다시 복귀해야 할 정도였지만 둘이 함께라는 사실에 행복했습니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신혼 생활을 시작한 곳은 강원도 철원군. 100일 된 첫째 아들까지 있던 부부의 신혼생활은 말 그대로 ‘스펙터클’ ‘다사다난’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 막 소위 계급장을 단 남편도 부대 업무가 너무 바빴고, 부인 역시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부인은 “매일 펑펑 내리는 눈이 쌓이던 철원은 부산이 고향인 내게 그저 예쁘고 신기했다. 하지만 아기띠로 아이를 끌어안고 집 앞을 나가려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며 “28년 동안 살던 부산을 떠나 남편 하나만 보고 온 철원은 ‘사람의 정이 그리운 곳’으로 기억된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던 중 갑자기 지하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관리실에서 들려왔습니다. 기저귀만 챙겨 부리나케 달려간 아파트 지하는 허리를 굽혀도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이었고, 옆과 위로 늘어져 있는 배관과 뒤덮여 있는 모래와 먼지 때문에 숨쉬기도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그날의 긴박한 상황보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막내에게 수유할 걱정만 앞설 뿐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매설사건 이후 적의 포 사격이 이어지는 등 불안한 정세로 비상 상황이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당연히 부대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최씨와 아이들은 함께 소방서 대피소에 갔다가 상황이 종료돼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자랑스러운 군인 남편과 다섯 가족
그렇게 경북 영천시, 충북 괴산군, 전남 장성군, 강원도 인제군 등으로 이사를 다니는 사이 가족은 어느새 둘째 아들과 셋째 딸까지 더해져 다섯 명에 이르렀습니다.
일반전초(GOP) 생활과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으로 아이들과의 관계가 서먹해질 즈음에도 부인 최씨는 중간에서 소통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이 소령은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어떤 일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와 아빠의 사랑을 알려줬다. 또 내게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서 활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연결해줬다”며 “아이들이 군복 입고 경례하는 아빠 모습을 그린 그림이나 ‘아빠 힘내세요’를 부르는 영상을 보면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부인 최씨 역시 남편의 부재에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버팀목으로 가족을 꼽았습니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만 4번 바뀌었지만 불평 없이 잘 지내 줬고, 둘째 아이는 ‘이제 이 집이 지루해지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안 되나요?’라며 긍정적으로 어디에서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막내는 ‘이사 오니까 이곳 친구들도 참 좋아요’라고 좋은 점을 찾아 줘 어찌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이런 것 모두가 제게는 힘의 원천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씨는 군인뿐만 아니라 본인 같은 군인 가족에게도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는 “전국 곳곳에서 뿌리 깊은 나무처럼 든든히 나라를 지키고 있는, 그 나무가 모여 우뚝 서 있는 산처럼 안전을 위해 든든히 애쓰고 있는 군인들이 있어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한 것”이라며 “군인의 충성과 군인 가족들의 희생, 노력에 감사함을 느끼며 이렇게 크게 말하고 싶다. ‘자랑스러운 군인과 군인 가족 파이팅!!’”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향한 사랑의 한마디 역시 잊지 않았습니다. “밤새도록 말해도 힘들지 않은 말, 계속해서 말해도 힘들지 않은 말. 자랑스럽다. 내 신랑. 사랑한다. 이진성♡.”
이진성 소령도 아내를 향한 사랑의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제가 부산 남자라서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고 아내에게 혼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이야기하겠습니다. 내 아내 최영주 씨,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내가 이 소령이 GOP 근무 중일 때 그리움을 되새기며 쓴 시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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