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의 형상과
그 사이 가장 귀중한 사람의 모습을
소리의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첫소리와 끝소리를 입혀
어린 백성의 뜻을 글로 펴게 하시니
마침내 숲에 지저귀는 새소리
맑은 계곡을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
사시사철 변하는 바람 소리까지
모습을 드러내게 하시도다
들에 놓인 돌멩이
풀 한 포기 그리고 들꽃을 닮은
떠꺼머리총각부터 볼이 발그스레한 계집애까지
억쇠 큰돌이 민들레 달래로 이름자를 적게 하신
백성을 어엿비 여기신 마음이 뿌리내린 오백팔십여 성상
뜻과 소리를 함께 담아내는
세상 가장 큰 그릇 한글
이제 삼천리를 넘어 온누리에
가장 알차고 편한 글발이 되리라
<시 감상>
지구에 존재하는 문자 중 탄생의 기원 연대를 알 수 있는 문자는 한글뿐이다. 세종이 1443년에 훈민정음을 만들고, 1446년에 반포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인류 최고의 창조품인 한글의 창제 동기와 목적, 원리와 실효성 등을 드러내면서 찬양과 감탄의 어조로 진술한다(1~3연). 그 언술은 인유(Allusion)의 방식이다. 시인은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내용을 근거로 한다. “뜻과 소리를 함께 담아내는/세상 가장 큰 그릇 한글”이 한반도를 넘어 “온누리에” 두루 쓰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4연).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 따르면 지구에는 약 6000개의 언어가 존재하는데, 앞으로 3000여 개의 언어와 그 언어를 기반으로 한 문화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글로벌 정보와 기술에 선도적인 언어와 문화는 보편화하는 반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언어와 문화는 폐기된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존재는 언어가 지닌 인식 속에 나타난 모습이라는 말이다. 언어가 없으면 존재하고 있어도 인식할 수 없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뜻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한글이 “온누리에/가장 알차고 편한 글발”이 되도록 사랑하고 지켜 낼 당위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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