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국방안보

희망을 밝혀 줄 '각오'

입력 2024. 09. 29   15:15
업데이트 2024. 09. 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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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병 부대 성과와 다짐

군(軍)의 해외파병 활동은 분쟁이 발생한 지역에서 충돌을 방지해 평화 지속과 민간인 보호를 이뤄, 국제평화와 지역 안정·유지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20여 개의 부대를 파병해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 지금도 레바논 동명부대와 남수단 한빛부대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임무를 하고 있고, 청해부대는 아덴만 일대에서 다국적군 활동(MNF)에 참여 중이다. 또 아크부대는 국방교류협력 활동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세계 평화의 연결고리로 임무를 수행 중인 우리 군 현행 4개 파병부대의 성과와 부대원의 각오를 들어봤다. 

 

동명부대 25진 장병들이 레바논 티르 카와키훈련장에서 레바논군 장병들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동명부대 25진 장병들이 레바논 티르 카와키훈련장에서 레바논군 장병들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동명부대

레바논에서 임무 수행 중인 동명부대는 2007년 7월 19일 1진 본대가 현지에 파병됐다.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의 충돌로 정세가 악화하자 유엔이 우리 정부에 평화유지군(PKF) 파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동명부대는 레바논 남부지역으로 유입되는 불법 무기와 무장세력을 24시간 정찰·감시하며 지역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지금까지 14만여 건의 완전작전을 펼쳐 유엔과 레바논 정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사회기반시설 구축과 물자 공여 등 민군작전으로 지역 주민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또 여성의 자립을 위한 재봉·비누 제작 교실을 운영하고, 큰 인기가 있는 태권도·한국어 교실을 통해 한국을 적극 알리고 있다. 2019년 현지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동명부대와 국내 의료진 등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아 청력을 되찾은 사례는 현지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당시 도움을 받은 어린이 린(Leen) 양의 어머니 제이납(Zeinab) 씨는 “동명부대의 도움으로 린의 인생이 바뀌었고,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런 노력으로 주민들은 ‘동명부대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극찬과 함께 자발적 서포터즈를 결성해 부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 결과 현지 유엔임무단에 속한 각국 파병부대 중 단 한 차례도 비우호적 행위가 없는, 가장 신뢰받는 부대로 자리매김했다.

동명부대는 우리나라 최장기 전투파병부대로 올해 파병 17주년을 맞았다. 이제 단순히 분쟁을 억제하는 평화유지의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평화를 조성하는 역할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부대의 새로운 각오다.

유준근(대령) 30진 동명부대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가운데 전 장병은 레바논의 평화를, 조국의 영광을 위해 완전작전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빛부대 16진 장병들이 부대 국기게양식에서 태극기를 남수단 하늘 높이 올리고 있다. 
한빛부대 16진 장병들이 부대 국기게양식에서 태극기를 남수단 하늘 높이 올리고 있다. 


한빛부대

2011년 7월 남수단은 수단으로부터 독립했다. 유엔은 신생독립국인 남수단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재건을 돕기 위해 회원국에 파병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는 2013년 3월 31일 한빛부대를 현지에 보냈다. 

한빛부대는 그동안 주보급로(MSR·Main Supply Road) 보수작전과 재건지원 작전을 수행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특히 주보급로 보수는 식량·물자 보급을 원활하게 해 주민들의 삶을 지키고 종족 간 화합을 이루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남수단 수도 주바를 제외하면 국토 대다수가 비포장도로인 상황에서 한빛부대는 누적 2185㎞의 도로를 보수했다.

매년 우기 때마다 범람하는 백나일강에 총연장 17㎞에 이르는 차수벽을 건설해 20만 명의 지역 주민에게 안정적인 생활 터전도 제공했다. 재건지원 작전 외에도 2만여 명의 대민 의료지원과 수의 진료·방역에도 힘쓰고 있다.

한빛부대는 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한빛농장과 한빛직업학교를 운영 중이다. 농작물 경작 기술을 전수하고, 건축·용접·목공 등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지역 정부·대학과 협력해 벼 시험 재배를 전개하며 식량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국립식량과학원의 협조로 볍씨 2개 품종을 분양받아 우리 방식으로 재배한 뒤 지난 1월 첫 수확에 성공했다. 한빛부대는 향후 벼 시험 재배 확장과 농업기술센터 준공 등을 병행해 주민에게 한국의 농업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또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에 남수단 정부 가입을 유도해 식량난 해결과 경제적 자립에 일조할 계획이다.

권병국(대령) 18진 한빛부대장은 “남수단에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도모하고자 한빛농장을 확장 운영할 방침”이라며 “한국인의 저력과 국민성으로 남수단에 희망과 영광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청해부대 28진 장병들이 해상작전헬기(Lynx), 고속단정(RIB) 등을 이용해 우리 상선의 해적 피랍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
청해부대 28진 장병들이 해상작전헬기(Lynx), 고속단정(RIB) 등을 이용해 우리 상선의 해적 피랍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


청해부대

2009년 3월 13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처음 파견돼 올해 파병 15주년을 맞은 청해부대는 그동안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고, 해적 활동을 억제하는 데 큰 힘을 써왔다. 연합해군사령부와 유럽연합(EU)의 해양안보작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24회에 걸쳐 34척의 해적을 퇴치했다. 우리 선박 510여 척과 타국 선박 1900여 척을 호송했고, 정기 교신을 통해 선박 4만여 척에 해적의 동향 정보를 제공하며 안전항해를 지원했다. 2011년 1월에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모두 구출해 뛰어난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최근 청해부대를 방문한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예하 연합합동기동부대(CJTF-HOA) 케빈 메릴(육군중령) 전략기획차장은 “청해부대가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해당 지역 내 해적 활동을 근절하고, 불안정한 안보 상황이 회복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청해부대는 우리 선박의 해상교역 안전을 위한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비록 아덴만에 파견된 우리 함정은 1척이지만 대해적작전부대(CTF-151)에 참가하고 있고, 연합해군사령부 참가국과 교류를 통해 유사시 우리 상선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협력체계도 구축해 왔다. 연합해군사령부 해양안보작전 참가 횟수도 1054회에 이른다.

청해부대는 최근 중동정세 불안과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우리 국민의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키고 국제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더욱 매진할 방침이다.

최종수(대령) 43진 청해부대장은 “청해부대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CTF-151 전력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위기 시 우리 국적 상선들이 다른 국적 군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크부대 14진 장병들이 특수작전 종합훈련을 하며 UAE군 시누크(CH-47) 헬기에서 하강해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크부대 14진 장병들이 특수작전 종합훈련을 하며 UAE군 시누크(CH-47) 헬기에서 하강해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크부대
아크부대는 2011년 1월 11일 파병됐다.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훈련 지원과 특수작전부대 연합훈련 등 국방교류협력이 주요 임무다. UAE는 우리 군을 자국군의 모델로 벤치마킹해 교육·훈련의 수준을 높이고 국방체계를 선진화하고자 우리 정부에 파병을 요청했다.

아크부대는 UAE군과의 끈끈한 협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40회에 걸쳐 연합훈련을 전개했다. 최근 진행된 해상 연합훈련에서 양국 군은 민간 선박이 납치된 상황을 가정해 선박 침투·수색·선원 안전 확보로 구성된 선박 검문검색(VBSS) 훈련을 펼치며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연합훈련은 우리 군의 역량 강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UAE 사막전 훈련에도 참여해 우리 군의 사막 환경에 대한 적응·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야간 고공 강하와 고고도 이탈 고고도 개방(HAHO·High Altitude High Opening) 강하를 포함한 고공침투훈련은 파병 전개 평균 6개월 만에 50여 회를 하며 국내 훈련 대비 약 10배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크부대는 13년이라는 파병 기간에 보여준 전문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군사협력 활동과 훈련 참여를 요청받고 있다. 이에 UAE군은 2016년 외국군 중 유일하게 아크부대에만 전용시설을 갖춘 주둔지를 무상 제공하는 등 아크부대의 성과와 기여에 각별하게 지원하고 있다.

아크부대는 ‘UAE군사훈련협력단’이라는 공식 부대명처럼 국방협력은 물론 한-UAE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핵심축으로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창진(대령) 23진 아크부대장은 “아크(Akh·아랍어로 형제)라는 부대 이름처럼 앞으로도 UAE와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는 진정한 형제의 국가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현우 기자/사진=국방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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