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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포항, 해병대

입력 2024. 09. 24   15:09
업데이트 2024. 09. 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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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소위 해병대교육훈련단 상륙전교육대대
박민우 소위 해병대교육훈련단 상륙전교육대대

 


“포항의 승리를 위해 해병대 장병 여러분의 힘찬 응원이 필요합니다!” 프로축구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홈 구장 포항스틸야드에서 치러지는 날이면 들을 수 있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다.


빨갛게 변한 전광판에 해병대 앵커와 ‘팔각모 사나이’라는 글자가 나오면 포항스틸야드에 온 해병대원이 모두 기립해 해병대 박수와 함께 군가를 제창한다. 이때 해병대원뿐만 아니라 포항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스틸러스의 승리를 위해 목청이 터져라 군가를 부른다. 철저한 오와 열, 칼 같은 박수 동작, 가장 큰 목소리 이 3가지가 유치원생이던 나의 해병대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때 가슴속에선 알 수 없는 전율이 차올랐다. 언젠가 저 자리에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향 포항에서 해병대가 지니는 의미는 정말 대단하다. 지난 수십 년간 태풍, 지진, 산불 등 시민들을 힘들게 했던 모든 순간에 해병대는 포항시민의 곁을 지켰다. 태풍 수해현장에서는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운행되는 모습을, 지진 피해현장에서는 해양경찰과 더불어 가장 먼저 상황 파악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역 해병만이 눈에 띈 것은 아니다. 지역 내 큰 행사가 있는 날이면 해병대전우회에서 지시나 보상 없이 주차 정리와 같은 자원봉사로 질서 유지를 돕는다.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고 마음을 모아 상생하는 것, 그것이 포항과 해병대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해병대는 창설 이래 통영상륙작전부터 짜빈동전투까지 전승의 역사와 전통을 세웠다. 죽음을 불사하는 마음가짐과 전투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는 우리 국민을 위한 선배 해병들의 진심 어린 충성심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지진 피해현장에서의 해병, 주차장에서 호각을 물고 있는 해병, 축구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해병 모두 각자 위치에서 국민을 지키고 있다.


포항스틸야드에서 해병대의 꿈을 키웠던 소년이 올 2월 해병대 장교교육대대로 씩씩하게 입대했다. 어릴 적 동경하던 팔각모와 ‘빨간명찰’이 달린 얼룩무늬 전투복, 세무워커를 착용한 해병의 모습으로 소위로 임관해 보병 초군반 보수교육을 받고 있다. 해병대가 지키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성장한 포항의 아들은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각자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다. 군인으로서 이 땅에서 자라나는 누군가의 귀감과 목표가 될 수 있기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부름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어디라도 가장 먼저 달려갈 것을 당당히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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