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전역준비본부 - 28 원하는 직업으로 전직하고 싶은 K 소령
하고 싶은 일 vs 관련 대학원 진학
전역하고 준비하려니 고민 많아
직업군인 근무하며 꾸준히 준비
전직 분야 제한사항 잘 파악해
자격요건 갖추고 지원 준비하길
K 소령의 고민
K 소령은 어학 능력이 탁월해 위관장교 시절부터 한미연합군사령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미군과 교류를 많이 해 왔다. 영관장교가 되면서 더 이상 연합부대에서 근무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어학 능력과 현재 병과를 두고 어느 분야의 전문성을 더 키울지 고민에 빠졌다.
이제는 위관장교가 아닌 영관장교이므로 자신의 병과에 관해 더욱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다른 전우들처럼 해당 병과와 관련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엔 전역 후 어학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막상 전역하려고 하니 단기간에 원하는 곳에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갑자기 급여를 못 받는다면 전직 준비 과정도 순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K 소령은 상담을 신청했다.
미켈란젤로는 피에타와 다윗상을 만든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조각가였습니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그가 조각가임을 알면서도 성당의 천장화를 그릴 것을 명했습니다. 프레스코화를 전혀 그릴 줄 몰랐던 미켈란젤로는 6년간 고생 끝에 시스티나성당 천장화를 최고의 명작으로 그려 냅니다.
흔히 알고 있는 ‘천지창조’ 작품은 중앙 부분 그림 일부를 말합니다. 당시 천장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미켈란젤로가 그림이 아닌 조각을 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놀랐다고 합니다.
필자도 바티칸을 2차례 방문하면서 그의 천장화를 보고 인물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길을 가다가 좋은 대리석을 보면 “저 대리석으로 조각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 조각이 아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년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처럼 자신이 잘하거나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으나 현실에선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일을 해야 할 때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현재 하는 일을 제외하고 원래 바랐던 직업이나 일이 있었나요? 군사학과에서 공부하거나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과 SNS에서 소통하다 보면 직업군인이 되고 싶은 열망이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분들의 관점에서 여러분을 본다면 굉장히 부럽고 선망의 대상이 될 겁니다. 인생은 딱 한 번뿐인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삶인 거지요.
가끔은 현재 하는 일이 직업으로서 별 탈 없이 흘러가는데도 원래 하고 싶었던 일에 미련이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전역 준비 상담을 하면서 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분을 많이 접했습니다. 이번엔 이런 분들이 전직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K 소령의 사례를 대할 때 그가 원하는 직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여러분이 원래 희망했던 직업이라고 가정해 읽는다면 좀 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코칭 솔루션
필자도 이와 유사한 사례에 해당하는 직업군인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전까지 사법고시에 1차 합격하지 않으면 곧바로 장교로 군대에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결국 불합격해 졸업 후 장교로 임관했습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법무병과에 계신 분들을 접하거나 대학 동문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이 된 모습을 볼 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망설임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하는 내담자들과 얘기를 나눌 때마다 현역 시절 혼자 고민했던 시기를 돌아보게 됩니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과 상담하면 2단계 준비방법을 제안합니다. 여기서 준비의 개념은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안정적으로 전직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1. 직업군인 근무하면서 희망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
하던 일을 당장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준비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경제상황과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을 경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좀 더 안정적인 방법으로 전직을 준비하자는 말입니다.
필자가 제안한 방법으로 전직을 준비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직을 준비하는 분들의 각자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업무, 육아, 건강상태 등 여러 장애물에 부닥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전직을 준비할 수 있는 ‘자기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불가피하게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외롭고 지루한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2. 전직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면 과감하게 지원
전직 준비 정도를 판단하려면 먼저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어느 분야의 취업을 고려한다면 채용공고에서 자격요건을 보면서 판단하면 됩니다. 여기서 더 확신을 갖고 싶다면 채용공고 중 ‘우대조건’에 들어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면 됩니다. 이외에 희망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즉 전직 준비 기준을 정하면 자신의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채용시기와 전역일자가 맞지 않아 전직을 못 할 수도 있다고 걱정을 많이 합니다. ‘인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너무 애태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자도 현재 회사에 채용이 결정되고 난 뒤 급하게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규정상 3개월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육군본부에 간곡하게 요청한 결과 다행히 3주 안에 원하는 전역일자를 통보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전직하기 위한 적절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집중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직을 준비하는 두 단계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전직하려는 분야의 특성상 제한사항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특정 직종의 경우 ‘나이’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요소를 무시하고 계속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전직하려는 분야의 제한사항 등도 꼼꼼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이가 원하는 대로 전직하면 좋겠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자격요건 미충족, 준비시간 또는 정보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전직 준비를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전직 준비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자신의 생활도 없어지고 현재 직업에 충실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모두 놓치게 되는 것이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해 보지도 않는다면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요? 만약 실패하더라도 모든 것을 해 봤기에 후회는 남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실패를 통해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한다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실패 후 현업에 집중하더라도 과거보다 더 일을 잘할 수도 있습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세계의 명작 시스티나성당 천장화를 남긴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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