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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개인 건강정보 넘어 안보 직결, 법·제도적 보호 시급

입력 2024. 09. 10   16:02
업데이트 2024. 09. 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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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⑭ 유전체 데이터와 국가안보

타액·구강세포로만 165개 항목 검사 
AI 약물 설계 알고리즘 반대로 활용
6시간 만에 4만 개 화학무기 분자 생성
특정 인종·민족 유전 특징 악용 가능성
중, 개인정보 국외 이전 엄격히 제한
미, 건강 데이터 중 기업과 거래 금지

 



몇 해 전 인기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체 분석을 해 유방암·난소암에 걸릴 위험을 측정한 뒤 선제적으로 외과적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시기 미국 내에서는 ‘인종적 뿌리 찾기(조상 찾기)’ 열풍이 불면서 1700만 명이 검사를 받기도 했다. 국내 유전체 분석업계에서도 주요 암이나 일반질환을 포함한 질병 예측이 가능한 유전자 검사서비스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유전체 데이터와 국가안보’라는 주제로 살펴본다. 조아미 기자
유전자 검사는 현대의학과 개인 건강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암 진단에서 산전 검사, 소비자가 직접 의뢰하는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까지 다양한 목적을 위해 유전자 검사가 활용된다.

DTC 유전자 검사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 분석을 해 영양, 생활습관 및 신체적 특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타액이나 구강세포와 같이 간단한 샘플로 165개 항목을 검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페인 대사에 관여하는 CYP1A2 유전자가 있는데, 유전자 서열의 다양성에 따라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

우리나라의 경우 DTC 검사 항목에 제한이 있지만, 미국은 ‘23andMe’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질병의 발병 위험성, 약물 반응성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를 분석·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로 BRCA1·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여성의 유방암·난소암의 발병 위험을 매우 증가시키고 APOE 유전자 변이는 알츠하이머 발병 소지를 높인다.

이러한 검사는 DNA 기반 식이·다이어트·운동 등 맞춤형 서비스와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지만, 유전체 데이터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분류될 수 있다. 유전자 검사가 개인정보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이런 기술 발전에는 새로운 과제가 뒤따른다. 특히 기술이 의도와 다르게 악용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AI 기술의 이중 사용 

생명공학과 관련된 인공지능(AI) 기술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동시에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중 사용(dual use)’이란 개념은 기술이 본래의 선의적 목적 외에도 악의적으로 쓰일 가능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에서 독성이 없는 안전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 활용하는 AI 모델이 반대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약물을 만드는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미국의 제약사인 콜라보레이션 파마슈티컬스에서 AI 모델인 메가신(MegaSyn)을 사용해 약물 설계 알고리즘을 반대로 활용, 잠재적인 화학무기를 설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약물 독성을 회피하기 위해 쓰이는 AI 모델을 독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정을 변경해 6시간 만에 4만 개의 잠재적인 화학무기 분자를 생성했다. 이 중에는 VX와 같은 맹독성 화학물질과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신경독소도 일부 설계됐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선 과학지식이 없는 학생들에게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사용해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를 찾고, 이를 합성 DNA로 만드는 방법을 조사하도록 했다. 이 실험을 하면서 학생들은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 목록과 이를 생성할 수 있는 방법, 실험을 의뢰할 수 있는 DNA 합성 회사들의 리스트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AI 기술이 유전체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용 가능성에 대비해 유전체 데이터의 보호·관리에 관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유전체 데이터 이중 사용 

중국은 AI와 생명공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2035년까지 생명공학 분야도 앞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자국민과 전 세계 외국인으로부터 합법적이거나 불법적인 수단으로 대량의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공격적인 접근방식을 취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가 ‘DNA 군비 경쟁’이라고 부르는 상황을 촉발했다.

AI 기술의 이중 사용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AI가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질병에 취약성을 보이는 유전적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가령 특정 인종이나 민족의 유전적 취약성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악의적인 행위자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정밀한 생물무기를 개발한다면 이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해 인종이나 민족을 구분하는 연구는 집단유전학(Population genetics) 및 법의학에서 중요한 연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집단유전학의 연구사례로 중국 내 소수민족 연구 및 중국의 한족,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 간 유전적 차이를 분석하는 연구가 있다. 최근엔 중국 옌볜(延邊)의 조선족 161명을 대상으로 민족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한 연구도 발표됐다. 이러한 연구는 법의학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DNA 데이터를 기반으로 범인의 인종이나 민족적 배경을 포함해 개인 식별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2020년 출간된 중국의 국방과학 교과서에서 특정 민족을 타깃으로 하는 유전적 공격을 언급하고 있다. 생물학적 공격으로 특정 대상과 사람들에게 생물학적 피해를 줄 수 있으며, 목표의 공격 강도를 초미세·비살상·가역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공격은 특정 유전자 또는 단백질을 타깃으로 가역적인 수준에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저해하면 살상하지 않고 전투력을 저하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유전체 데이터는 생물학적 영역이라는 새로운 군사 영역에서 국가안보의 중요한 정보에 해당한다. 중국은 개인정보보호법(PIPL·Personal Information Protetion Law)을 기반으로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여기엔 개인의 유전체 데이터도 포함된다.

미국에서는 자국민의 유전체 데이터를 포함한 건강 데이터를 중국의 바이오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이 지난 1월 발의돼 연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으로 미국 정부와 산하기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기업은 중국의 바이오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유전체 데이터는 개인의 건강정보를 넘어 국가안보와도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자원이다.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민족의 유전적 특징을 파악하고, 이에 기반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공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중국처럼 유전체 데이터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강화를 시급히 고려해야 한다.

 

김인영 교수 국방대 국방과학학부
김인영 교수 국방대 국방과학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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