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내 일(Job) 출근합니다

군 통신망 유지 35년 경력 베테랑 전문성 살려 ‘시민의 발’ 안전 책임

입력 2024. 09. 09   16:04
업데이트 2024. 09. 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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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⑪ 코레일테크 정보통신설비 담당 이상웅 예비역 육군준위

부사관 시절 통신소장 직책 맡아
준위 임관 후 통신장비 교관 업무
제대군인지원센터 통해 공채 입사
군서 쌓은 전문기술 살려 제2 인생
전역 후 취·창업은 새로운 모험 
“지금 하는 일에 묵묵히 최선 다하길”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약속시간을 지키는 방법 중 가장 좋은 선택은 일찍 길을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마다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은 구세주가 된다. 부르지 않아도 재깍재깍 정해진 시간에 올 뿐만 아니라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까지 도착한다. 교통 혼잡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늦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지하철을 타면 의외로 제시간에 도착할 때도 있다. 이렇게 지하철이 시민들의 든든한 ‘발’이 될 수 있는 것은 한 치 오차 없이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내 일(Job) 출근합니다’의 열한 번째 주인공 이상웅(예비역 육군준위) 씨는 바로 지하철 시스템의 핵심인 ‘정보통신설비’를 담당하고 있다. 전역 후 코레일테크 곤지암통신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임채무 기자/사진=국가보훈부 제공

코레일테크 곤지암통신사업소에서 ‘정보통신설비’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웅 예비역 준위.
코레일테크 곤지암통신사업소에서 ‘정보통신설비’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웅 예비역 준위.



“저는 1987년 11월 21일 육군하사로 임관해 2022년 12월 31일 준위로 전역했습니다. 약 35년간 주로 통신부대에서 근무했어요. 하사에서 상사까지는 통신소장 직책을 맡아 유·무선 통신장비, 전원장비 등을 운용하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조치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와 함께 교육훈련·병력관리도 했죠. 준위로 임관한 뒤에는 통신장비 교관 직책을 수행하면서 열정을 다해 야전과 연계된 교육을 하며 특기병을 배출했습니다. 참모 직책을 맡았을 때는 유·무선 통신망 생존성 보장을 위한 계획과 낙뢰·태풍·폭우 등 재해·재난에 대비한 효율적인 통신망 유지에 주력했습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기술 숙련도는 높아지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짧은 세월도 아니고 자그마치 35년이란 긴 세월을 통신망 유지에 힘을 쏟았으면 지금은 다른 일을 할 법도 한데, 전역 후 다시 통신설비 유지 일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군대에서 정보통신 임무를 하면서 만족도가 높았어요. 지금 일이 군대 업무와 유사하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사실 전역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일도 했습니다. 근데 이게 영 어색하더라고요.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만지는데, 뭔가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러다가 장비를 들고 현장에서 점검하고 실제 장애가 생겼을 때는 손상된 장비를 복구하는 일을 하니깐 좋더라고요. 보람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3교대 근무이긴 하지만, 야간에 업무를 할 때는 완전히 밤새우는 게 아니라 체력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이 편하고 제 천직인 거 같아요.”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오랜 기간 축적한 전문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다시 새로운 일을 배워 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힘들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막대한 손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씨는 군대에서 쌓은 지식이 사회에선 통용되지 못한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 적성과 전문성을 살려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꾸리고 있어서다. 그가 군대에서 쌓은 업무 능력이 사회에서 널리 필요로 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래서 이씨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그에게 많은 곳 중 왜 지하철 통신망을 관리하는 코레일테크에 입사했냐고 물어봤다.

 

 

이상웅 씨가 비상용 축전지를 점검하고 있다.
이상웅 씨가 비상용 축전지를 점검하고 있다.

 


“정보통신 병과에서 근무하고 사회에 나오면 다행히 다른 병과에 비해 직업 선택지가 많은 편입니다. 폐쇄회로TV(CCTV) 업체나 교통 관제하는 곳 등 영화나 TV에서 보면 화면 여러 개를 띄워 놓은 데가 나오잖아요. 그런 곳은 다 저희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죠. 또 주변 지인들을 보면 건설회사 감리로 취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저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던 중 서울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소개로 코레일테크를 알게 됐습니다. 마침 집하고도 가까워 공무직 사원 공개경쟁 채용 모집에 응시해 입사하게 됐죠.”

전역 후 취·창업은 단기·중기·장기복무 제대군인 구분 없이 모두 새로운 모험이고 도전이다. 미리 준비했다면 사정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나 쉽지 않은 일이고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먼저 겪은 이씨는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고 곧 사회로 진출할 후배들에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정보통신 병과는 전역 후에도 사회에 나와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다양해 취업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현재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눈여겨보고 관련된 자격증을 미리 취득하는 것이 전역 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선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발행하는 기술자 경력수첩을 발급받고 ‘정보통신 감리 자격증’도 취득하시기 바랍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갖고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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