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이병 ‘시간여행’으로 본 생생한 전투현장
‘왜 군에 있는지’ ‘할 수 있는 것 무엇인지’ 깨닫게 해
배우들 가창력·열연, 화려한 무대장치 눈길
“총 들고 군무하는 장면 감동” “명품 뮤지컬” 호평
지난달 30일 막을 연 육군 기획공연 ‘수호’에는 웃음과 유머, 교훈과 따뜻함, 전율과 벅참이 어우러져 있다. 전사(戰史)가 온전히 와닿는 무대는 박수와 감동이 가득하다. ‘군복 입은 프로 배우들’의 열연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장르? 뭐라 불러도 상관없다. 그 어떤 이름을 붙여도 어울리는 명품 뮤지컬 ‘수호’를 직접 보고 왔다. 조수연 기자/사진=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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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이병(유승엽 분)은 작곡을 전공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고된 훈련과 갑갑한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한다. 주변 전우들이 도움을 주지만 체력과 정신력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다. 이런 김 이병에겐 부대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며 ‘음악 하던 나’를 떠올리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찾은 부대 동산의 ‘소망나무’ 앞에서 시간여행을 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 역사 속 전장 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왜 내가 군에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깨달은 뒤 180도 달라진 군 생활을 맞이한다.
‘수호’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주인공 김 이병이 처한 상황과 마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병이라면 누구나 겪어봄 직한 것이라 과몰입하게 된다. 초연을 지켜보던 기자 역시 공감과 진한 여운으로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시간여행 중 그가 겪은 전장은 실제 우리 선배 전우들의 피와 땀이 서린 곳이기에 자연스럽게 역사 교육을 받는 효과가 있었다. 이토록 재밌는 수업이라니.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생각이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공연 자체가 가진 힘 때문이었다. 배우들의 우렁찬 발성, 시원한 가창력, 화려한 무대장치까지. 유명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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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 바로 알기
‘수호’는 육군이 매년 제작하는 수준 높은 기획 뮤지컬의 올해 신작이다. 육군은 첨단 미디어아트, 무대장치 등으로 신비로움을 조성하고, 세련된 군무와 노래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뮤지컬 ‘아이다’의 김재성 연출, ‘라디오스타’의 허수현 작곡·음악감독,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참여한 추정화 작가 등 정상급 제작진이 함께했고 엠비제트컴퍼니가 제작을 맡았다.
육군은 매년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육군의 자랑스러운 전승사례를 문화예술 공연으로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수호’는 백마고지전투와 베트남전쟁 등에서 활약한 백마부대의 헌신을 모티브로 삼았다.
△고지 높이가 1m 줄어든 백마고지전투 △수류탄을 안고 적 기관총 진지에 뛰어든 백마 3용사 △백마고지에 웅크린 유해 조응성 하사 △죽기를 각오하고 백마고지를 지켜낸 김종오 장군 △공산주의를 막고 자유수호를 위한 최초의 해외파병 베트남전쟁 △최초의 군단급 작전인 오작교 작전 △동료들을 구하고 산화한 군인정신의 표상 이상득 하사 △베트남전쟁의 전설 채명신 장군 △3·23 완전작전 등 실제 전사와 인물을 생생하게 담았다. 수호는 계룡대를 시작으로 서울·연천·대구·인제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공연한다. 9월 4~5일엔 서울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 9월 11~12일엔 연천 수레울아트홀, 9월 21일 대구 아양아트센터, 10월 2일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배우들 열연도 눈길
걸출한 작품에 출연했던 명배우들 역시 수호의 자랑거리다. 주연 김승주 이병은 ‘물랑루즈’ ‘아이다’ ‘영웅’ ‘하이스쿨 뮤지컬’ ‘드림걸즈’ ‘프리실라’ ‘젊음의 행진’ 등 여러 뮤지컬에서 얼굴도장을 찍은 배우 유승엽이 맡았다. 특히 그는 육군 뮤지컬 첫 작품인 ‘마인’으로 데뷔한 ‘군 뮤지컬 1세대’다.
유승엽은 “김승주 이병은 이제 갓 군 복무를 시작한 분들이나 심적으로 병영생활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뒤 “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을 세대와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생활의 모습이나 역사적인 사실이 왜곡되면 안 되기에 가사 하나, 단어 하나 꼼꼼히 살펴가며 작업했다”면서 “목숨 바친 군인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수록곡인 ‘푸른 꽃밭에’를 부르는 부분이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메피스토’와 연극 ‘갈매기’, 드라마 ‘우리 집에 사는 남자’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걸그룹 구구단 출신 김나영은 4개 역할을 넘나들며 관객을 만난다. 군 뮤지컬 출연은 처음인 김나영은 공연을 앞두고 쉬는 날 없이 연습에 참여하는 등 열의를 불태웠다고 한다.
그는 “총을 들고 뛰어다니고 군무를 하는 등 위험한 장면이 많아 힘들었다”면서도 “감동적인 장면으로 연습실에서 울컥울컥 했던 적도 많다. 모두의 진심이 담긴 ‘수호’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미동맹 70주년 육군 창작뮤지컬 ‘스탠드 오어 다이, 낙동강’에서 현역 신분으로 출연했던 고범준·김민혁·정태영 배우도 전역 후 다시 한 번 ‘수호’에 출연하며 힘을 보탰다.
인터뷰 / 조석근 육군본부 정신전력문화과장·대령
“70여 년간 쌓인 군의 수많은 서사…대한민국 수호 임무 받은 장병 느꼈으면”
낡은 사진 속 이야기는
실제 선배 전우들이 겪었던 일
검증된 역사적 사실 토대로
용기·행복 얻었으면
“이번 뮤지컬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러티브’의 힘을 많이 느꼈습니다. 군은 70여 년간 수많은 전사를 갖고 있는, 어떤 집단보다도 서사를 많이 가진 조직이니까요.”
공연을 기획한 조석근(대령) 육군본부 정신전력문화과장은 뮤지컬을 활용한 정신전력 교육의 효과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전했다. 스토리텔링, 즉 서사가 가진 힘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군복 입고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임무를 받은 장병들이 입대 이유를 머리와 가슴으로 느꼈으면 한다”고 조 과장은 힘줘 말했다.
그는 “전사를 책으로 배우면 낡은 사진 속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를 뮤지컬로 구현하면 훨씬 효과가 높기 때문에 혼을 집어넣어 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낡은 사진 속 이야기가 사실 선배 전우들이 겪었던 실제 상황이라는 점, 또 ‘내가 왜 군복을 입고 있는지, 왜 싸워야 하는지, 왜 나라가 소중한지’를 직접 느끼게 하는 공연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전사가 다수 반영된 작품이기에 역사적 사실 검증에 특히 힘을 쏟았다고 조 과장은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전사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면 잘못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며 “군인정신을 발휘한 전사 속 이야기들을 잘 전달하고 싶어 관련 서적과 국방부 공식 문서를 수없이 읽으며 검증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뮤지컬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을 관람할 장병과 국민들에게 작은 소망을 전했다.
“공연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극을 통해 나를 만났으면 합니다. 김승주 이병이 전우들의 도움을 받아 점점 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추억을 소환하고 용기와 행복을 얻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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