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했으니까 너도 할 수 있고 다 같이 할 수 있다
키 작고 운동신경도 둔했지만
국군 중장까지 진급한 건 기적…
어려운 길 가는 후배 위해 용기
35년 군 생활 고뇌·노력 담아
|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을 견지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군인정신이다.”
전인범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생각하는 군인정신이다. 전 장군은 35년을 군에 몸담았다.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임관해 30보병사단 소대장을 시작으로 30보병사단 중대장, 22보병사단 건봉산대대 대대장, 9보병사단 황금박쥐연대 연대장, 27보병사단 사단장, 육군특수전사령관, 제1야전군사령부 부사령관 등을 지내며 묵묵히 군인의 길을 걸어왔다.
국가적인 큰 사건 속에서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1983년 아웅산 폭탄 테러에서 이기백 합참의장을 구해 냈고, 2005년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 선거지원과장으로 급파돼 이라크 민주주의 탄생에 힘을 보탰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한국인이 피랍됐을 때는 구출작전의 지휘관이자 협상가로 나서 성공적으로 인질을 구출했고, 2011년과 2013년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한국군 수석대표를 각각 맡아 한미 관계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35년의 군 생활 동안 흠이라곤 없는 것 같은 그이지만 모두 숱한 고민과 좌절 속에서 만들어 낸 결과다. 『보통장군 전인범』은 좋은 군인이 되기 위해 그가 했던 고뇌와 노력, 반성을 담은 자서전이다.
전 장군은 “지금 현장에서 겪고 있는 많은 고민이 제 고민이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며 “‘이 책이 과연 호응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후배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고 책을 출간한 이유를 설명했다.
책에는 군인을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초급장교 때 겪었던 좌절, 영관장교 시절의 고민, 가족과 부하들을 향한 애정, 조국에 대한 헌신, 전역 이후의 삶 등이 담겨 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답답한 현실에 소리쳤던 이야기들도 가감 없이 담았다.
“키도 작고 운동신경도 둔한 제가 국군 중장까지 진급한 건 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할 말도 하는 성격이다. 건방지고 말 안 듣는 놈, 괴짜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 때문에 나를 잘 아는 후배들은 ‘선배님 같은 분은 중령에서 끝나는 게 맞는데 중장까지 되신 것이 기적’이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그래서 더더욱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했던 고민들을 알려 주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군복을 입고 군인으로 지낸 시절의 모든 이야기를 썼다.”
그래서 책 제목도 ‘보통장군’이라고 지었다. “우리는 운명과 우연 사이에서 인생을 살며 그 사이의 선택을 할 뿐이다. 제가 인생에서 내린 선택들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완벽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도 했으니까 너도 할 수 있다. 모두 다 같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책 곳곳에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도 있다. “어려운 것은 지금이나 과거·미래나 똑같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줬어야 했는데, 선배로서 미안하다. 상황은 어렵지만 우리가 왜 군 생활을 하는지 꼭 알았으면 한다. 나 자신도 아니고 가족을 위해서만도 아니다.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힘없고 죄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군 생활을 하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잘 버텨 달라.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분들도 군을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좀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이쁘게 봐 주고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잘못이 있을 때는 사랑의 매로 때려 달라. 군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글·사진=송시연 기자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아웅산 테러 땐 합참의장 구하고
탈레반에 피랍된 한국인 구출 성공
한미 관계 가교 역할도 앞장
제1야전군사령부 부사령관 등 역임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