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확장억제 강화, 핵균형 그리고 핵동맹

입력 2024. 08. 23   17:40
업데이트 2024. 08. 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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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북한에서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핵무장 여론이 고조되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지난 6월 19일 ‘사실상의 북·러 동맹조약’ 복원 직후에도 그랬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엔 여당 정치인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의원실이 주최하는 세미나가 수차례 열렸고, 8월 7일 임모 의원실이 서울안보포럼과 주최한 세미나도 그중 하나였다. 사실 윤석열 정부 이래 2023년 워싱턴선언,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2024년 ‘일체형 확장억제’ 합의 등 북핵 대응에 유의미한 성과가 많았고, 8월 18일에는 캠프 데이비드 1주년을 맞이해 ‘인·태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일 협력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3국 정상 공동성명도 나왔다. 바이든·기시다 이후에도 빈틈없는 대북억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도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핵악몽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는 큰 그림에서 보면 한국이 여전히 북핵 앞에 벌거벗은 채 국가 운명을 미국의 핵보호에 내맡기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수십 년간 한미 정부가 외쳐온 ‘핵외교와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가 환상일 뿐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동맹의 대처가 북핵 위협이 확대·진화되고 있는 속도와 정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중에 미 대선 이후 한미동맹의 위상과 역할에 변화가 올 가능성에 관한 우려도 확산 중이다.

지금은 한국 정치가 불안정하고 미국에서 신고립주의 파고가 높아지는 시기다. 이제는 ‘워싱턴선언의 틀’을 넘어 정치 변동에 영향받지 않는 법적 구속력이 담보된 동맹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즉, 북핵 관련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적·개별적으로 확장억제를 강화해온 방식을 넘어 현재는 물론 예상되는 미래까지 커버하는 선제적·포괄적 동맹전략을 미리 확정해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획기적인 확장억제 강화’ ‘동맹 역량을 통한 한반도 핵균형’ ‘한국 핵무장을 통한 핵동맹’ 등 3단계 전략을 합의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큰 그림이 그려진다면 그것을 기초로 지금 시행해야 하는 과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차기 과제, 협의를 개시해야 하는 차차기 과제, 염두에 둬야 할 미래의 특별 과제 등을 식별할 수 있다. 일체형 확장억제를 구현하는 연합연습, 북한이 오래전에 버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폐기, 한국의 농축·재처리를 막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의 개정, 자동 개입과 핵보호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동맹조약 개정, 상시 배치에 준하는 수준의 미 전략자산 현시 등은 당장 실행해야 하는 과제다. 미 전술핵 재반입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식 핵공유를 통한 한반도의 핵균형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차기 과제며, 한국의 핵무장 잠재력 함양은 협의가 시작돼야 하는 차차기 과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고 미·영 수준의 핵동맹을 발전시키는 것은 최악 상황에 대비한 동맹전략으로서 정부 차원은 아니더라도 트랙-2 또는 트랙-1.5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은 핵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 나라지만, 북핵의 양적·질적 팽창과 핵독트린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 마뜩한 후계자의 부재, 만성적인 빈곤, MZ 세대의 체제 불만, 엘리트 탈북 등으로 극심한 체제 불안 증후군을 보이는데, 이것이 ‘내부 결속용 핵장난’을 부추길 가능성도 상존한다. 어쨌든 북핵 대응은 한국이 독야청청 나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래서 동맹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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