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포츠 - K리그 새 역사 도전하는 강원·김천
2부 리그 넘나들던 ‘언더독’의 반란
나란히 K리그1 순위표 꼭대기 위치
창단 최고 성적 넘어 우승까지 노려
강원, 고교생 양민혁 활약 업고 돌풍
윤정환 감독 체제 안정화로 상승세
김천, 전역·신입 교체 혼란기 잘 넘겨
원기종·이동경 등 9기 순조롭게 적응
2024년 프로축구 K리그1(1부) 순위표 상단을 들여다보면, 여느 시즌과 전혀 다른 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상위권에 좀처럼 이름을 내밀지 못하던 두 팀이 1·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민 구단인 강원 FC와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김천 상무 축구단이다.
강원은 2024시즌 K리그1 27라운드까지 승점 50점(15승 5무 7패)을 가장 먼저 돌파하며 당당히 선두에 서 있다. 김천은 강원에 승점 4점 모자란 2위(승점 46·13승 7무 7패)다. 그 뒤로 기업구단인 울산 HD(승점 45점·13승 6무 8패)가 3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44점·12승 8무 7패)가 4위다.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는 강원과 김천은 K리그와 구단 역사를 새로 쓸 기세다. 강원의 종전 리그 최고 성적은 2017·2019·2022년 기록한 6위다. 지금의 선두는 아주 낯선 모습. 오히려 하위 스플릿인 파이널 B그룹에서 강등 경쟁을 펼치는 때가 더 많았다. 심지어 2014~2016년에는 2부 리그(K리그 챌린지)에서 뛰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이영표에서 김병지로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시즌 도중이던 6월 사령탑마저 최용수에서 윤정환으로 교체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강등권인 10위에 그쳤다. 결국 K리그2(2부) 3위인 김포 FC와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러 원정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홈 2차전에서 2-1로 힘겹게 이기며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강원은 올해 윤정환 감독 체제가 안정되면서 시즌 초반부터 중상위권에서 꾸준한 경쟁력을 보였다. 특히 지난 6월 15일 수원 FC와 17라운드 홈경기에서 3-1로 이기며 7년 만의 5연승으로 ‘깜짝 선두’로 나섰다. 이후 잠깐 주춤하며 중위권으로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무서운 기세로 승점을 쌓아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2008년 12월 창단, 2009년 K리그에 참여한 이후 최고 성적과 첫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강원의 정상 도전은 기적이나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시·도민 구단이 K리그1에서 우승한 일은 한 차례도 없었다. 시·도민 구단의 최고 순위는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와 2018년 경남 FC(현재 K리그2)의 2위였다.
강원은 지난 18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 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 홈경기에서 0-2로 뒤지다가 3-2로 뒤집는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4연승과 함께 5경기 연속 무패(4승 1무)를 달리며 15승, 승점 50점 고지를 밟았다. 강원이 1부 리그에서 15승을 수확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승점 50점은 2019년 한 시즌 동안 챙긴 역대 최다 승점과 같다. 이제 승점을 추가할 때마다 구단의 새 역사를 쓰게 됐다.
강원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지난해 7월부터 함께 했던 브라질 출신 골잡이 야고를 울산에 떠나보냈지만, 크로아티아의 코바체비치를 영입해 공백을 메웠다. 코바체비치는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광주전에서는 추격골과 동점골을 터뜨리며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7월 임대 영입한 호주 출신의 헨리도 교체 투입된 뒤 헤더골을 작렬, 역전극을 완성했다.
강원의 올해 최대 히트상품은 강릉제일고 3학년에 재학 중인 ‘18세 윙어’ 양민혁이다. 그는 올해 준프로 계약을 통해 강원에 합류한 뒤 윤정환 감독의 신임 속에 27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8골 5도움을 수확했다. 득점 10위, 도움 12위, 공격포인트(득점+도움) 공동 5위를 기록하며 4~7월 연거푸 ‘영플레이어상’을 휩쓸었다. 양민혁은 지난달 29일 ‘캡틴’ 손흥민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와 6년 계약을 맺고 이적했지만, 올해 말까지는 임대선수 신분으로 계속 강원 유니폼을 입는다. 강원은 지난해 7월 양현준(셀틱)을 시즌 도중에 스코틀랜드로 떠나보냈던 것과 달리, 올 시즌 끝까지 양민혁과 함께해 전력 약화 우려를 지워냈다. 공격수 이상헌도 10골(4위)과 6도움(3위)으로 공격포인트 2위에 올라 강원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김천의 올해 최종 성적도 관심거리다. 김천은 정정용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한 지난해 K리그2에서 우승하며 K리그1으로 뛰어올랐다. 김천은 2022년 K리그1 11위에 그친 뒤 K리그2 2위의 대전과 승강 PO를 벌여 원정 1차전에서 1-2로 이겼지만, 홈 2차전에서 0-4로 완패하면서 2부로 강등됐었다. 하지만 곧바로 1년 만에 다시 1부로 승격해 올해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경쟁하며 강원과 함께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천 역시 강원처럼 역대 최고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김천의 종전 1부 리그 최고 성적은 2020년 4위. 2020시즌을 마치고 연고지를 상주에서 김천으로 이전하면서 규정에 따라 2부 리그로 자동 강등돼 2021시즌을 K리그2에서 맞았다. 그러나 곧바로 우승하며 2022년 1부에서 뛰었지만, 다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김천은 올해 완전히 달라진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역대 최고 성적뿐만 아니라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전역 선수들과 새로 입대한 신입 선수들의 교체 혼란기를 잘 헤쳐 나가며 선두권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6월부터 김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원기종·이동경·이동준·박상혁·맹성웅 등 9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원두재·김민준(울산), 이영준(그라스호퍼), 김재우·김현욱(대전), 김진규(전북), 김동현(제주), 정치인(대구) 등 7기 선수들은 6월 1일 포항과 16라운드 홈경기를 끝으로 전역해 소속 구단으로 돌아갔다. 이런 선수 교체기에도 김천은 6월 4승 1패로 선전했고, 정정용 감독은 ‘6월의 감독’에 선정됐다. 하지만 김천은 7월 들어 2승 1무 2패로 주춤했고 이달 들어 강원에 1-2, 대구에 0-3으로 패배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군인 신분의 선수로만 구성된 팀의 특성상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인 데다 혹서기 강행군에서 다소 힘겨운 모습이다.
강원과 김천의 돌풍은 아직 미완성의 현재진행형이다.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는 강원과 김천은 과연 어떤 최종 결과물을 내놓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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