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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신나는 노래 같이 부를 수 있을까?

입력 2024. 08. 13   16:04
업데이트 2024. 10. 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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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포츠
KBO 인기구단 ‘엘롯기’…가을야구 동상이몽


프로야구 초창기, 우승 나눠 가지며 인기 견인한 세 팀
2000년대 들어 닮은꼴 부진 행보 ‘엘롯기’ 신조어 생산
올 시즌 LG·기아 상위권 경쟁 주도…과거의 영광 재현 롯데 반등 관건

‘엘롯기’는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아픈 손가락과 같은 조어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세 구단은 LG의 전신 MBC와 KIA의 전신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KBO리그를 지키고 있는 전국구 인기 구단들이다. 지역과 세대를 넘나드는 야구팬을 거느려 KBO리그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빅 마켓’ 팀들이다. 

세 팀은 단 한 차례도 다 같이 ‘가을 야구축제’를 즐기지 못했다. 원년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42시즌 동안 세 팀 가운데 적어도 한 팀은 포스트시즌에 참여하지 못했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징크스다. 1995년에는 LG가 2위, 롯데가 3위, KIA 전신인 해태가 4위에 각각 올랐지만 3·4위 승차가 3.5경기 이상이면 준플레이오프(PO)를 치르지 않은 당시 규정 때문에 ‘엘롯기 합동 가을잔치’는 성사되지 못했다.

세 팀은 프로야구 초창기 우승을 나눠 가지며 판도를 이끌었다. KIA 전신인 해태가 처음 우승한 1983년부터 LG가 두 번째 우승한 1994년까지 12년 사이 열린 11차례 한국시리즈(1985년은 삼성의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한국시리즈 무산)에서 ‘엘롯기’ 세 팀이 돌아가며 정상에 올랐다. KIA가 7번(1983·1986~1989·1991·1993년), LG(1990·1994년)와 롯데(1984·1992년)가 각각 2번 우승컵을 안았다.

그런데도 세 팀은 운명처럼 ‘가을 야구’에서 비켜 갔다. 엘롯기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것도 1997년 딱 한 차례뿐이다. 김응용 감독이 이끌던 해태가 천보성 감독의 LG에 4승 1패로 이겼고, 해태 내야수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준PO에서는 세 팀 간 대결이 없었다. PO에서는 세 차례 격돌이 있었다. 1992년 강병철 감독의 롯데가 김응용 감독의 해태에 3승 2패로 이겼고, 1995년에는 김용희 감독의 롯데가 이광환 감독의 LG에 4승 2패로 승리했다. 2002년에는 김성근 감독의 LG가 김성한 감독의 KIA에 3승 2패로 승리를 안았다.

엘롯기가 가을 야구에서 비켜 간 것은 2000년대 들어 약속이라도 한 듯 돌아가며 맞은 ‘암흑기’의 긴 그림자도 한몫한다. 세 팀은 2000년대 들어 번갈아 가며 꼴찌를 맡았다. 롯데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꼴찌로 추락했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KIA와 LG가 한 해씩 건너뛰며 최하위를 주고받았다. 이때 등장한 말이 바로 ‘엘롯기’다. 팬들은 야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세 팀의 닮은꼴 부진 행보를 두고 ‘엘롯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세 팀을 묶어 ‘엘롯기 동맹’이라고 불렀다. ‘엘롯기’는 부정적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된 말이었다.

그러나 부정적 요소도 희미해지고 있다. KIA가 2009년과 2017년 두 차례 우승했고, LG도 1994년 우승 이후 긴 침묵을 깨고 지난해 29년 만에 세 번째 정상에 다시 섰다. 롯데만이 1992년 두 번째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31년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엘롯기’는 잊히지 않고 계속 회자된다. 세 팀은 여전히 KBO리그의 인기 구단이다. 롯데는 ‘구도’ 부산을 상징한다. ‘사직 노래방’으로 불리는 독특한 응원 문화는 KBO리그의 인기 상품이다. 호남의 유일한 야구단 KIA는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전국구 인기를 몰고 다닌다. 수도 서울의 ‘제1구단’인 LG 역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지난해 우승 때 유광 점퍼를 입고 29년 만의 우승에 감격하던 중년과 그 가족 팬들이 오랜 인기를 대변한다.

‘엘롯기’ 세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가을 야구축제’를 함께 즐기는 광경을 올해 만나려면 롯데의 분발이 필요하다.

KIA와 LG는 2024시즌 KBO리그의 상위권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KIA는 2024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때 감독 교체의 내홍을 겪었지만 강팀으로서 면모를 지켜나가고 있다. 초보 사령탑 이범호 감독이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4월 중순 이후 줄곧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KIA의 강력한 견제 세력이다. KIA가 12일 현재 63승 45패 2무로 1위에 올라 있고, LG는 58승 48패 2무로 4경기 차 뒤진 2위에 자리해 있다. KIA가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로 주춤하는 사이, LG가 4연승하면서 승차를 줄였다.

KIA와 LG는 모두 외국인투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KIA는 지난 5일 부상 중인 윌 크로우와 대체 외국인투수 캠 알드레드를 한꺼번에 내보내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36승 37패 2홀드 평균자책점 4.30의 새 외국인투수 에릭 라우어를 데려왔다. 라우어는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뛴 2022년 29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한 좌완투수다. LG도 6년 동안 함께했던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와 결별하고 지난달 19일 베네수엘라 출신의 새 외국인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그는 MLB 통산 10승 22패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한 우완투수다.

롯데는 47승 55패 3무로 8위에 머물러 있다. ‘가을 야구’의 희망을 안고 불씨를 키워가고 있다.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에 자리한 SSG 랜더스(54승 55패 1무)와 3.5경기 차로 간격을 좁혔다. 6위 kt 위즈(53승 55패 2무)와 3경기 차이고, 7위 NC 다이노스(49승 56패 2무)와는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최근 경쟁 상대들의 부진도 롯데의 반등에 힘을 싣는다. 최근 10경기에서 SSG가 3승 7패, kt가 4승 6패, NC가 2승 8패로 주춤거리고 있다. 롯데가 상승 흐름을 잘 살려간다면 전세를 뒤집고 가을 야구에 합류하는 역전극도 연출할 수 있다.

세 구단은 지난해에도 전반기까지만 해도 동반 가을 야구의 꿈을 키웠다. LG가 1위에 올랐고,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끝자락인 5위에 자리했다. KIA는 9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롯데에 1경기 차 뒤진 6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LG는 1위를 지켜나간 반면, KIA와 롯데는 부상 선수의 속출(KIA)과 래리 서튼 감독의 중도 하차(롯데) 등 암초를 만나 순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엘롯기’가 모두 출전하는 포스트시즌. 2024시즌에는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필자 박정욱은 스타뉴스 소속 스포츠 전문기자다. 1994년 스포츠서울에 입사해 1997년부터 축구,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현장을 누비며 취재하고 있다.
필자 박정욱은 스타뉴스 소속 스포츠 전문기자다. 1994년 스포츠서울에 입사해 1997년부터 축구,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현장을 누비며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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