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박현민의 연구소(연예를 구독하소)

세기말 청춘이 보내는 응원가, 당신에 닿기를

입력 2024. 08. 12   16:50
업데이트 2024. 08. 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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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의 연구소(연예를 구독하소) - 시간을 초월한 감정의 연결 ‘빅토리’ 

90년대 히트곡·소품
그 시절 감성·추억 소환
스크린 속 치어리딩
단순 퍼포먼스 아닌
타인 향한 지지·격려
깊은 공감·연대 메시지
시대 초월 모두에 전해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빅토리’는 1999년 세기말 거제도를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열정과 우정을 치어리딩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혼돈의 시대에 유독 더 반짝였던 젊음의 빛을 응원 메시지에 담아 오늘날의 관객에게 툭 건넨다. 뉴트로 열풍과 맞물려 과거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영화는, 그 안에 담긴 보편적 감정을 현재의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빅토리’는 시작과 함께 관객을 1999년의 거제도로 이끈다. 오락실 펌프 장면을 시작으로 속속 스크린에 등장하는 카세트테이프, 다마고치, 플립형 휴대전화 같은 1990년대 소품은 그 시대를 살아온 이에게는 반가운 향수를, 경험하지 못한 이에게는 신선한 매력을 안긴다. 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가 Y2K 열풍을 불러일으켰듯, ‘빅토리’는 1990년대 노스탤지어를 화면에 생생하게 소환한다. 이러한 레트로 감성, 세밀한 시대적 재현은 자연스럽게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를 떠올리게 한다.

‘써니’는 1986년을 배경으로 친구들의 우정과 추억을 그려낸 작품으로, 74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써니’가 1980년대 팝송과 문화적 아이콘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면 ‘빅토리’는 1990년대 히트곡과 소품으로 그 감성을 이어받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듀스의 ‘나를 돌아봐’, 디바의 ‘왜 불러’ 등 1990년대를 대표하는 곡들이 영화 속 적재적소에 배치돼 관객에게 그 시절의 감성을 전달한다. 동일한 제작사 작품이기도 한 ‘빅토리’와 ‘써니’는 세대를 초월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주력한다.

음악과 춤은 ‘빅토리’의 핵심 매력이다. 이혜리와 박세완을 비롯해 조아람,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 등의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들이 1990년대 히트곡에 맞춰 힙합 댄스나 치어리딩을 선보일 때, 관객은 단순한 시청을 넘어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온몸으로 마주하게 된다. 무려 6개월의 연습 시간을 통해 탄생했다는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진정한 응원의 의미를 전달하며 관객에게 짙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치어리딩이라는 소재는 ‘빅토리’를 ‘써니’와 구별 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빅토리' 스틸컷. 사진=마인드마크
'빅토리' 스틸컷. 사진=마인드마크



‘빅토리’는 시간을 초월한 보편적 감정을 다룬다. 1999년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서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얻는다. 그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 숨쉬는 감정의 파편으로 존재하며, 파편이 모여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영화의 주제는 결국 ‘응원’으로 귀결된다. 타인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응원은 깊은 공감과 연대 의미를 담고 있다. ‘밀레니엄 걸즈’가 보여주는 치어리딩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서로를 위한 응원과 지지가 어떻게 개인의 성장과 집단의 결속을 이루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응원은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화 속 인물들이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다만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 지나치게 노골적인 대사와 작위적인 상황을 차용한 점은 일부 아쉬움을 남긴다. 주인공 필선(이혜리)을 주축으로 등장하는 여러 인물의 서사가 많아지면서 119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다. 욕심을 조금 덜어냈더라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의 강점은 이를 단순히 레트로 영화라는 제한된 영역 안에만 가둘 수 없다는 데 있다. 응원과 시간이 주는 보편적 가치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응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젊은 배우들이 과거 시간을 소환해 스크린에 펼쳐낸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 준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관객은 스스로를, 주변의 누군가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인 T.S. 엘리엇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가 창출된다고 했다. 영화 ‘빅토리’야말로 바로 이 교차점에서 반짝이는 작품이 아닐까. 1999년 거제도의 치어리딩 동아리 이야기는 과거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감과 감동을 건넨다. 세기말에서 건너온 뜨거운 응원가가 오늘날의 관객에게 새로운 에너지로 다가오는 순간, 시간의 경계를 넘어선 감정의 힘을 실감한다.


필자 박현민은 신문사·방송사·잡지사를 다니며 콘텐츠와 관련된 일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평가위원 및 자문위원이며, 『K-콘텐츠로 보는 현대사회』 등 4권의 책을 썼다.
필자 박현민은 신문사·방송사·잡지사를 다니며 콘텐츠와 관련된 일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평가위원 및 자문위원이며, 『K-콘텐츠로 보는 현대사회』 등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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