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국제 이슈 돋보기

나토 방위비 증액 앞장…안보협력 주도적 역할 천명

입력 2024. 08. 09   15:31
업데이트 2024. 08. 11   11:57
0 댓글

국제이슈 돋보기 - 영국 스타머 내각 출범 배경과 정책 현안 

노동당, 진보 공약 철회 실용주의 전환
보수당에 분노한 민심 업고 총선 압승
내각 최우선 과제 ‘경제성장 동력 창출’
장기간 성장 둔화·재정 압박 제약요인
불법 이주민 해결안 ‘르완다 정책’ 폐기
EU와 협력 통한 실효적 대안 마련 관건

키어 스타머(가운데) 영국 총리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전용기 편으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도중 기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가운데) 영국 총리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전용기 편으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도중 기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 결과 제1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하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집권 보수당의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중도 확장에 주력해 온 노동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결과다.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총리를 수반으로 출범한 새로운 영국 내각의 최우선 과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경제성장의 동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불법 이주민 문제의 대응방안 마련도 중요하다. 변화된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전략의 재검토와 역내 안보협력에서의 주도적 역할 천명도 주목된다.


보수당 참패와 노동당 총선 압승 이유

2010년 총선 승리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이 출범한 이후 보수당은 리시 수낵 내각에 이르기까지 14년간 집권해 왔다. 하지만 보수당 집권 때 단행한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가중되면서 연이은 총리직 사퇴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다. 2022년 10월 취임한 수낵 총리는 당내 분열과 정책 실패에 분노한 민심을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고물가, 공공서비스 악화, 이민 급증 등 국내 위기가 계속되면서 국민적 지지를 상실하고 조기 총선이란 승부를 던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1997년 총선 이후 10여 년간 집권하다가 2010년 총선 패배로 야당이 된 노동당은 재집권을 위한 중도 확장에 주력했다. 특히 1935년 이후 최악의 패배를 기록한 2019년 총선이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됐다. 당시 보수당이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고 민심에 호소한 상황에서 노동당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으면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표심을 잃은 게 대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정계에 입문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던 스타머가 당 대표직을 승계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했다. 영국 에너지산업 국유화 정책, 대학 등록금 폐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과 같은 노동당의 전통적인 진보 공약 철회가 대표적이다. 또한 반애국주의적이라고 비판받은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영국 군대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내부적으로는 급진 좌파적 성향의 인물을 청산하는 동시에 집권에 대비한 ‘예비내각(shadow cabinet)’에도 중도파를 대거 포진시켰다. 실용주의에 기반한 노선 전환으로 중도 지지를 확장하겠다는 의도를 보여 준 것이다.

그 결과 정권심판론이 압도하면서 지난달 4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전체 650개의 선거구에서 412석을 확보하면서 압승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진두지휘로 압승을 거둔 1997년 총선의 418석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반면 집권 보수당은 총선 전과 비교해 250석이 줄어든 121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참패했다. 1934년 창당 이후 역대 최악의 결과이기도 하다. 수낵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총선 패배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


스타머 내각이 직면한 주요 과제

총선 압승 이후 지난달 5일부로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영국 총리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내각이 출범했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영국을 재건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제1야당 시절 구성한 예비내각 인사를 대거 그대로 기용하면서 안정적이고 즉각적인 업무 추진의지를 보여 줬다. 보수당 집권시기의 실정에 실망한 민심을 반영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국가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스타머 총리는 총선 유세에서 부의 창출,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 회복, 안정된 국경, 청정에너지 강화,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 제반 국내 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집권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스타머 내각이 직면한 주요 과제다. 그중에서도 최우선은 경제성장의 동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타머 내각은 새 의회에서 우선 추진해야 할 입법안을 발표하면서 “선도적인 산업국가로서 영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성장과 부의 창출을 촉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안정적인 경제 운용과 서민경제 활성화로 부를 창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누적된 경제성장 둔화와 재정 압박은 이러한 정책 추진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불법 이주민 유입 급증에 따른 대응안 마련도 정책적 과제로 부상했다. 수낵 내각은 르완다 출신 불법 이주민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명 ‘르완다 정책’을 발표했다. 영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불법 이민자들을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르완다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인권침해와 국제법 충돌 문제로 논란이 됐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취임 직후 이 정책의 폐기를 선언했다. 관건은 르완다를 포함한 아프리카·중동 출신 불법 이주민의 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내적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브렉시트 결정으로 탈퇴한 유럽연합(EU)과의 협력관계 설정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변한 역내 안보환경 대응도 당면과제다. 이와 관련, 스타머 내각이 착수한 국방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스타머 총리는 국방전략 재검토를 발표하면서 “약해진 병력을 강화하고, 국방 지출을 책임지고 증액하며, 영국의 장기적 회복력을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내년 상반기 최종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의 주도적 역할 지속, 핵 억제력 현대화, 군장비 증강, 국토 안보 및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신내각 출범을 계기로 영국이 역내 안보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천명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내용이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직후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수준으로 증액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재차 강조하면서 다른 나토 동맹국들도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방력 증강에 요구되는 방위비 증액에서 역내 동맹국들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U와의 안보협정 체결 방침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와의 국방·안보협력 강화로 나토의 국방·안보협력을 보완하겠다는 접근법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영국은 미국·유럽의 대서양 동맹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다. 유럽 국가 중 프랑스와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공세적 핵 독트린이 가시화된 가운데 미국의 안보공약 약화가 우려되면서 이러한 영국의 지정학적 역할과 핵 억제력이 유럽 안보에서 지니는 중요성이 커졌다. 스타머 내각 출범 이후 영국의 국방·안보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장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장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