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외국군 심장 울린 K방산교육 “파이팅, 파이어”

입력 2024. 07. 31   17:09
업데이트 2024. 07. 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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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국제과정’ 야전부대 동반훈련 

호주·폴란드·이집트 장교들
직접 K9 자주포 포탄 발사
영점사격부터 진지이탈까지
실전 같은 훈련에 ‘엄지 척’
“포병 운용 매우 가치 있는 시간”

K팝·K뷰티·K드라마 등 한국 고유의 콘텐츠가 알파벳 ‘K’를 달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군에서도 각종 무기로 대표되는 ‘K방산’에 이어 자체 교육체계까지 글로벌하게 알리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이제 그 명성을 더욱 널리 알릴 일만 남았다. 3개국 14명의 장병이 함께한 육군국제과정(K-AIC·Korea-Army International Course)의 마지막 교육인 야전부대 동반훈련 현장에 동행했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31일 강원도 철원군 육군5포병여단 M진지에서 진행된 육군국제과정 K9 자주포 교육 중 야전부대 동반훈련을 마친 외국군 교육생들과 5포병여단 장병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31일 강원도 철원군 육군5포병여단 M진지에서 진행된 육군국제과정 K9 자주포 교육 중 야전부대 동반훈련을 마친 외국군 교육생들과 5포병여단 장병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불태운 학구열

31일 새벽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육군5포병여단 M진지. 이미 해가 떠 밝아진 지는 오래였지만, 아직 한낮의 더위는 오지 않은 시간에 맞춰 외국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K-AIC K9 자주포 교육 중 마지막 순서인 야전부대 동반훈련을 위해 이곳에 왔다.

호주·폴란드·이집트 3개국 장교들은 이날 직접 K9 자주포 사격을 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긴장된 표정으로 훈련장에 들어서는 이들의 눈앞에 K9 자주포 6문이 늠름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엔진음과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날 훈련에는 5포병여단 비룡대대 포병 전력이 총 50발의 포탄을 쏘아 올렸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교육생들에게 귀마개와 청력 보호 헤드셋이 주어졌다. 첫 순서는 포별로 한 발씩 사격하면서 정확한 조준점을 잡는 영점사격.

엄청난 소리와 진동에 하얀 포연과 흙먼지를 날리는 후폭풍이 이들을 놀라게 했다. 포가 발사되자 이를 지켜보던 외국군들이 탄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봤다. 안타깝게도 이들이 있는 위치에서 피탄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위력을 확인한 외국군 장교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을 주고받았다.

이제는 교육생들이 직접 사격해 볼 차례. 사전에 배정받은 포로 이동한 외국군 장교들을 한 명씩 태운 자주포는 실제 전장처럼 ‘사격 후 진지이탈(Shoot and Scoot)’로 실전감을 높였다. 이는 적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일정 거리를 이동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사격하는 방식이다.

“대피지점으로 생존성 기동!” “ 전포 사격 준비 완료!” “준비, 둘, 삼, 쏴!”

무전을 통해 각 포에 내려진 명령에 맞춰 교육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사격을 마친 교육생이 다음 교육생과 교대하면서 무용담을 나누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교육해 준 한국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올려주고 패치를 교환하면서 교류하는 모습 역시 훈훈함을 자아냈다.

사격이 마무리되고 한데 모인 외국군 장교들에게 김준표(준장) 여단장은 “K9 자주포를 포함해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우리 여단 장병들의 자부심이 크다”며 “여러분도 이번 교육에서 쌓은 좋은 기억을 고국에 돌아가서도 간직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마지막 기념사진 촬영 순서. 함께 플래카드를 든 교육생들과 한국군 장병들은 “파이팅, 파이어”를 외치면서 모든 순서를 마무리했다. 이내 끼리끼리 섞인 장병들은 서로 SNS 주소를 공유하고 ‘셀카’를 남기면서 석별의 정을 나눴다.

모든 훈련을 마친 폴란드 휴버트 고스 중위는 “K-AIC에서 습득한 지식이 폴란드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다른 참가국 장병들과 포병 운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훈련 종료 후 폴란드군 장병이 한국군 장병과 교환한 패치를 전투복에 붙여주고 있다.
훈련 종료 후 폴란드군 장병이 한국군 장병과 교환한 패치를 전투복에 붙여주고 있다.



타국 요청 따라 첫발, 추후 확대 예정 

K-AIC는 기존 방산업체에서 실시하던 정비기술 위주 교육에서 더 나아가, 외국군을 대상으로 육군의 병과학교에서 무기체계 운용 교육을 하는 등 심도 있는 교육훈련 과정으로 구성됐다. 이제 우수한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용법과 전술적 운용 요령, 정비 분야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지원해 주는 ‘K국방’으로 한 단계 발전한 셈이다.

그동안 육군은 국제육군회의 등 타국과의 군사교류 시 한국군 무기체계 구매국들로부터 실제 무기 운용자인 한국 육군의 전술적 운용 노하우 전수와 교육 과정 개설을 지속해서 요청받아 왔다.

이에 지난해부터 국방부·방위사업청·방산업체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올해 전반기 주요 방산 협력국과 잠재 구매국을 대상으로 ‘육군국제과정’을 개설하겠다고 알렸다. 참가 의사를 밝힌 여러 나라 중 대한민국 무기체계를 운용하고 있거나, 운용할 예정인 호주·폴란드·이집트를 K-AIC에 초청했다.

기존에도 한국군과 외국군이 함께 교육받는 형식의 수탁교육은 있었지만, 외국군 전용 교육과정을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K-AIC는 모든 과정을 영어로 진행해 글로벌 국제교육 과정으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했다.

여기에 야전 부대에서 K9 자주포 등을 실제 운용하는 초급장교와 함께 사관생도까지 외국군 교육생의 멘토로 참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교육을 더욱 원활하게 진행할 뿐만 아니라 참가국 장병들과의 군사교류 및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도모해 우리 초급장교들의 어학 능력을 키우고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글로벌 핵심인재로 양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육군본부 교육훈련정책과 임경선 중령은 “외국군 장교들이 장맛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교육을 듣고, 밤새워 공부하겠다고 자료를 요청하는 등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며 “처음에 과정을 개설할 때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가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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