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즉·강·끝’ 실행이다

입력 2024. 07. 31   15:00
업데이트 2024. 07. 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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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규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이윤규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우리 정부는 쓰레기풍선(오물풍선) 살포 금지를 북한에 몇 번이나 경고했다.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21일 또다시 쓰레기풍선을 살포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은 북한 도발 시 공언해 왔던 ‘즉·강·끝’ 행동화의 하나로 이날 오후 1시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남북한은 1962년부터 심리전 전단 및 방송수단 등을 동원해 2000년 6·15 정상회담 이전까지 끊임없이 심리전을 펼쳐 왔다. 심리전 환경이 불리할 때는 심리전 중지를 요청했다. 6·15 정상회담 합의 선결조건이 대표 사례다. 2004년에는 6·15 공동선언의 실천명목으로 남북한 장성급 회담에서 ‘심리전 매체 철거와 중지’를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이 50여 년간 전개해 오던 대남 전단 대신 쓰레기풍선을 살포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첫 번째는 북한체제와 우상화 선전, 남조선은 미국의 식민지이며 미군의 용병이라는 비방의 대남 전단 메시지를 보낼 수 없어서다. 이러한 대남 전단의 메시지는 우리 국민과 군에 먹혀들지 않을뿐더러 북한의 취약성을 노출하는 역효과를 나타냈다.

두 번째는 대북 전단 살포 반대여론과 남남갈등 증폭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법적으로 차단하지 못함을 알고, 쓰레기풍선으로 국민을 위협하고 혐오증을 불러일으켜 반대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함이다.

그동안 북한의 공갈협박과 무인기·사이버·쓰레기풍선 도발에 우리는 경고만 해 왔다. 북한은 이러한 대북 경고에 면역과 학습이 됐고, 말장난 정도로 인식했을 것이다. 대북 경고와 성명은 북한의 대남 자세를 변경할 수 없다. 이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수십 번의 미사일 발사, 10번의 쓰레기풍선 살포사례가 방증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 4월부터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불모지·지뢰매설·철책선 보강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군사활동은 우리 군의 공세나 침투에 대비하는 게 아니다. 향후 재개될 동시다발적 대북 심리전의 영향으로 북한군이나 주민들이 남한으로 귀순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를 비롯한 탈북·귀순자들의 심문 과정에서 대북 심리전을 통해 대내외 소식을 접한 뒤 3대 세습체제에 회의감을 느끼고 남한의 삶을 동경해 탈북하게 됐다는 증언 등이 이를 실증한다.

북한 주민은 외부 소식은 물론 사건·사고, 처참한 삶의 현실 등 내부 소식까지 차단당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얼마나 못살고 자유·인권이 박탈되고 있는지 비교 대상이 없어 상대적인 삶의 질에 관해서도 모르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즉·강·끝’ 원칙으로 응징하고 동시다발적 대북 심리전을 펴 북한의 도발의지를 무력화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인권과 풍요로운 삶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되도록 대북 심리전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대북 심리전은 확성기 방송 외에도 군에서 정밀 살포하는 대북 전단과 라디오방송, DMZ에서의 대면·시청각, 전광판은 물론 정보기관·민간단체에서 북한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며 언제라도 가동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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