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윌리엄 웨버 대령 특별전’
유엔평화기념관 개관 10주년 기념
내년 12월까지 유품 100여 점 전시
6·25전쟁서 오른팔·다리 잃고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 등
평생 자유·평화 수호 위해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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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injury is a symbol of sacrifice for freedom, which I am proud of(나의 상처는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유를 위한 희생의 상징입니다).”
한미동맹의 상징 같은 존재였던 6·25전쟁 참전용사 윌리엄 E. 웨버(1925~2022) 대령을 기억하는 전시가 지난 26일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한미동맹을 이어가다, 윌리엄 E. 웨버’ 특별전은 유엔평화기념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재단과 공동으로 기획됐다.
전시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열리며 웨버 대령의 유품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2022년 웨버 대령 별세 후 그의 부인인 애널리 웨버 여사는 한국에 유품 기탁 의사를 밝혔고, 기념관 측에서 직접 미국을 방문해 총 130여 점을 인수해 왔다.
기탁 유품에는 웨버 대령의 초상화를 비롯해 미국 무공훈장, 은성훈장, 퍼플 하트 훈장 등 군 복무 중 공로를 인정받아 수여된 40개의 훈장과 표창,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자문위원으로 대령을 임명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친서 등이 포함됐다. 이번 특별전은 이 유품들을 정리해 △윌리엄 E. 웨버 대령의 생애 △6·25전쟁: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다 △70년의 기억, 치유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웨버 대령(생전 인터뷰) △잊혀진 전쟁을 승리의 전쟁으로 바꾸다 등 네 가지 주제로 꾸며졌다.
웨버 대령은 1943년 2월 열일곱 살의 나이에 미군에 자원했고, 1945년 1월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서 소위로 임관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제187공수보병연대 K중대장(대위)으로 한국에 파병돼 인천상륙작전과 북한 숙천 및 순천 지역 전투 등에 참전했다.
1951년 2월 15일 밤 원주 전투 중 수류탄 공격으로 오른팔을 잃었고, 이튿날 새벽에는 또 다른 공격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지만 영하 23도의 추위로 피가 얼어붙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웨버 대령은 1년간의 수술과 재활을 거쳐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으며 여러 보직을 거쳐 1980년 전역했다.
전역 이후에는 6·25전쟁의 의미를 알리는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웨버 대령은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를 거쳐 회장을 맡았으며 1995년 워싱턴 내셔널몰에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가 건립되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기념비의 핵심 조형물인 19인의 용사상 모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웨버 대령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주위에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해 적극 노력했다. 그의 노력 끝에 ‘추모의 벽’은 2022년 세워졌다. 화강암 소재의 기울어진 높이 1m, 둘레 130m의 벽 형태로 화강암 판 100개에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3만6634명과 카투사 7174명 등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쉽게도 그는 추모의 벽 완공 석 달을 앞두고 97세의 나이로 영면해 제막식에 함께하진 못했다.
김광우 유엔평화기념관장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의 상징인 윌리엄 웨버 대령 특별전을 열게 돼 대단히 뜻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호영 한미동맹재단 회장은 “한미동맹재단은 웨버 대령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동맹을 위한 헌신을 기리고자 2022년부터 윌리엄 웨버 대령 동맹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웨버 대령 추모비를 건립했다”면서 “이번 특별 유품전이 웨버 대령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막식에는 웨버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와 김정훈 국제평화기념사업회 이사장, 주한 미해군사령관 닐 코프로스키 제독, 유엔군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홈슈 준장, 대한민국해군작전사령부 사령관 최성혁 제독 등 8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글=송시연/사진=양동욱 기자
인터뷰-웨버 대령 손녀 데인 웨버
“한국을 사랑했던 할아버지…6·25전쟁 알리는 일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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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함께 그가 소중히 여겼던 가치를 지켜나가길 희망합니다.”
웨버 대령 손녀 데인 웨버는 할아버지의 전시를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에게 전시를 본 소감을 묻자 “할아버지의 유산이 이렇게 의미 있게 보존되고 영예롭게 여겨진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데인 웨버는 “이곳에 전시된 유물들은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의 증거”라면서 “한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친 이들의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미국과 한국의 동맹과 함께 싸웠던 전우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주셨다”면서 “그의 희생은 자유의 대가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해줬고 그의 이야기는 강력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할아버지가 전역 이후 해온 다양한 활동에 존경을 표했다. 데인 웨버는 “전쟁이 끝난 후 할아버지는 6·25전쟁이 역사의 기록 속으로 잊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임무에 착수하셨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한국전쟁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싸우셨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 또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6·25전쟁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데인 웨버는 “할아버지의 업적과 활동은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다양한 교육을 통해 저와 같은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6·25전쟁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참전용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들을 기억하고 명예를 지키는 일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데인 웨버는 “할아버지는 한국을 사랑하셨다. 할아버지의 봉사정신과 함께 더 나은, 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꿨던 그의 믿음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면서 “그가 소중히 여겼던 가치를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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