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이사 또 이사…‘이사도 전투준비태세를 위한 업무’로 인식해야

입력 2024. 07. 26   16:27
업데이트 2024. 07. 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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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 같다커뮤니케이션 대표 예비역 육군대령
엄효식 같다커뮤니케이션 대표 예비역 육군대령


군 생활하면서 가장 피곤하고 스트레스받았던 것은 당직근무와 부대이동에 따른 가족들 이사였다.

당직근무는 혼자서 감당하면 되니까 참고 지내면 되는데, 이사는 그렇지 않았다. 익숙했던 생활환경을 떠나 낯선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라서 이사를 통보받는 순간부터 이사 후 정리하는 기간까지 심란함과 피곤함이 쌓여가기만 했다.

30여 년 군 생활 동안, 20여 회 가족이사를 경험했다. 도시로 향할 때는 그나마 발걸음이 가볍지만 대한민국의 대부분 부대가 도심을 벗어난 외진 곳에 있다 보니 도시를 벗어날 때는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결혼 이후 첫 번째 이사는 과거 난지도(현 서울 상암동) 인근이던 국방대학교 아파트에서 광주 상무대 마륵 아파트로 향하는 것이었다. 포장이사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사하기 며칠 전부터 인근 상점에서 종이박스를 얻어 와 짐을 꾸렸다. 당시에는 사다리차 대신 이삿짐업체 직원들이 장롱을 밧줄로 묶어 4층에서 지상으로 내리곤 했는데, 가구 파손은 미리 각오해야 했다.

그 이후 포장이사 제도가 도입됐는데, 물론 이전보다 편해졌지만 여전히 이사에 직접 관여하는 부분이 많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추가비용이 지출됐다.

지금의 군인들은 어떨까. 포장이사 제도가 유효하지만 이사의 품질과 비용지원은 여전히 아쉬워 보인다. 최근 언론에 등장한 어느 군인가족은 “육군 대위인 남편이 최근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아 이사업체를 알아보는 중인데 한숨부터 나온다. 군에서 지원하는 이사비에 비해 이사업체 견적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한 번에 평균 200만 원이 들었지만 군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130만 원 남짓이었다”고 밝혔다. 필자가 겪은 경험과 다르지 않다.

매년 4만여 명의 군인·군무원이 인사 명령을 받아 주거지를 옮기지만 대부분 군 가족은 이사지원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단순하게 짐을 옮기는 것에 추가해 에어컨·냉장고 설치, 청소 등 부가적으로 투입되는 자비 부담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사와 직결되는 주거여건, 즉 이사 가는 목적지의 군 숙소에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는 기간도 심각하다.

잦은 이사와 숙소문제는 군인과 가족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군 간부들은 주거 선택권이 없다. 이사로 인해 군 간부 본인과 가족이 겪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지만, 우리 군은 그냥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당연시한다.

미군들은 부대이동 기간에 ‘군인 및 가족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미 육군 홈페이지는 ‘군인·군무원 및 가족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은 군대의 전투준비태세 향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명시하고, 6대 분야(주택, 보건의료, 어린이 돌봄, 배우자 고용, 부대전속/이사, 지원 및 회복력)에 대한 예산과 제도 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사 기간 동안 △영수증 없이 최대 7일까지 식사비와 잡비에 대한 수당 청구 △반려동물 운송 또는 검역 비용 지원(마리당 미국 내부 최대 550달러, 미국 외부 최대 2000달러) △새로운 근무지에서 임시숙소 이용 시 숙박 및 식사 관련 수당(TQSE) △가족과 함께 거주할 수 없는 경우 250달러 수준의 가족 분리 수당(FSA)이 지급된다. 군인 배우자는 새로운 지역에서 취업 관련 면허 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최대 1000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사는 고통을 감내하거나 인내력을 심화하는 훈련이 아니다. 획기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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