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일체형 확장억제

입력 2024. 07. 25   14:21
업데이트 2024. 07. 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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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나흘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였다. 나토는 이번에도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개국(IP4) 정상을 초청했다. 한국이 3연속 이 회의에 초청받은 것은 신냉전과 함께 나토가 아시아 우방을 중시하고 있다는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윤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만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하와이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워싱턴에서는 독일·체코·영국·일본·폴란드 등 10여 개국 정상과 회담을 했다. 체코는 회담 직후 30조 원 규모의 원전사업에 한국수력원자력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렇듯 대통령은 ‘제1호 외교관 겸 영업사원’이 돼 동분서주했다. 방미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일체형 확장억제’에 합의한 것이었다.

지난 11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으로 양국 국방부가 작성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지침’을 승인했다. 요지는 한국의 재래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통합해 대응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축·시행한다는 것이었는데,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진일보한 북핵 대응체제를 의미한다.

첫째, ‘억제(deterrence)’에 중점을 뒀던 기존 확장억제를 넘어 북한의 핵사용 ‘응징(retaliation)’에도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냉전시기 강력한 응징체제가 미·소 간 핵전쟁을 예방하는 요체였다는 사실에서 보듯 신뢰성이 높은 응징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는 것은 핵억제 전략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이로써 이번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도발에 미국의 핵보복을 명시한 최초의 한·미 정상 간 합의문이 됐다.

둘째, 한국의 재래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이 통합돼 일체화하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실행하는 기존의 확장억제와 달리 앞으로는 영국이 연합 대응하게 된다. 이는 미국이 대북 핵응징을 기획·결정·시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의사가 반영됨을 뜻한다.

셋째, 북한의 핵사용 시 일어날 일을 그대로 보여 주는 핵·재래 통합 연합훈련으로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강화되고 동맹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번에 채택한 공동지침은 향후 양국 군의 ‘일체형 확장억제’ 운용을 위한 독트린과 작전교리, 연합연습 매뉴얼 결정 등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종합하건대 ‘일체형 확장억제’는 지난해 4월 워싱턴선언 이후 양국이 핵협의그룹(NCG)서 꾸준히 후속 조치들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확장억제의 구체성·신뢰성을 강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미는 북핵 위협이 확장억제 강화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집요한 동기와 목표를 가진 북한 정권의 핵 특급열차는 지금도 질주 중이다. 러·북·중 북방삼각이 핵동맹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지난달 19일 러·북이 사실상의 동맹을 복원하고 자동개입과 군사기술 협력에 합의함에 따라 북핵 고도화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계속되는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빈곤과 인권 부재로 인한 주민의 불만 등으로 평양 정권이 극심한 체제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감안하면, 북핵은 한순간 어느 쪽으로 뛸지 모르는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체형 확장억제’는 더욱 확고한 북핵 대응으로 가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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