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남수단에 희망의 씨 뿌리다

입력 2024. 07. 25   14:24
업데이트 2024. 07. 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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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종 병장 육군6보병사단 용문산여단
박세종 병장 육군6보병사단 용문산여단

 


부모님은 세종대왕처럼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이름을 ‘세종’이라고 지어 주셨다. 사람의 이름은 운명을 타고나는 것인지 어린 시절부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비록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사회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고 성인이 되자 한국군 입대를 선택했다. 국군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싶었다.

육군6보병사단에서 복무하던 중 기회가 돼 남수단 한빛부대 17진 민군과 통역병으로 해외파병을 가게 됐다. 당시 한빛부대는 남수단 재건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내가 투입된 프로젝트는 벼 시험재배장 운영이었다.

현지 대학과 협력해 한국의 종자와 농업기술을 그곳에 접목하고 남수단이 식량 재배부터 수확까지 모든 면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프로젝트 진행 때 한빛부대와 남수단 대학 사이의 통역을 맡으면서 현지 대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문화교류를 하게 됐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로 백성들을 이은 것처럼 나 또한 통역자로서 사람들을 잇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그중 한 친구가 자기 마을의 열악한 식량 상황을 들려주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쌀 재배기술을 배워 가족과 고향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생이 이번 프로젝트로 농작물 경작기술을 익혀 남수단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대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제 위치에서 임무를 다하는 한국군 덕분에 이 프로젝트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파병기간이 길어지고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벼가 자라고 마침내 수확시기가 되자 한껏 기대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임무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남수단에서의 파병 임무는 길고 힘들었으나 남수단인을 도울 수 있어 지금까지 살면서 겪어 온 경험 중 가장 보람찬 일이기도 했다. 남수단에서 만난 친구들처럼 나도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남수단에서 땀방울을 희망의 씨앗으로 바꾸는 한빛부대처럼 한국이나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잇는 사람, 빛과 소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부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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