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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뿜뿜은 몸이 아니라 ‘우리’를 만들었다

입력 2024. 07. 24   16:07
업데이트 2024. 07. 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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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대위 육군학생군사학교 교육지원대대
박준상 대위 육군학생군사학교 교육지원대대

 


“일반그룹 최우수, 육군학생군사학교 유격교육대. 축하합니다!”

올해 열린 제8회 ‘청년DREAM 국군드림 페스티벌 헬스뿜뿜 보디빌딩대회’에서 우리는 최우수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던 전율과 기쁨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대회의 시작은 8년 전 장교후보생 시절이 아닐까 싶다. 당시 유격교관님들은 다부진 체격과 매서운 눈빛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그런 존재감 덕분에 처음 해 보는 무서운 장애물도 교관님들을 믿고 자신감 있게 극복해 냈던 기억이 난다. 교관으로 전입 후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조교 양성을 위해 노력했다. 일과 시간에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에 집중했고, 체력단련 시간에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으로 몸을 키워 나갔다. 조교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에 성취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헬스뿜뿜’ 대회가 용사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듯해 같이 도전하게 됐다.

준비하는 넉 달간 많은 역경이 있었다. 매일 일과를 마치면 녹초가 돼 있었고, 항상 배가 고프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다. 피로와 귀찮음을 이겨 내고 매일 일과 이후 근력운동을 했고,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식단 관리를 병행했다. 나 혼자였다면 진작에 그만둘 핑계를 찾았겠지만 우리는 함께 운동했고 휴가자도 운동인증을 남겼다. 작은 성취를 서로 축하하며 격려했다. 이는 흔들리는 순간, 우리를 지탱해 준 훌륭한 자극과 동기가 됐다.

나름대로 치열한 날들을 보냈음에도 막상 대회에 나가니 움츠러들었다. 우리만큼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더 열심히 준비했을 것 같은 완성도 높은 멋진 몸이 눈앞에 보이니 섣불리 수상을 기대하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시상식 발표 중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조용히 주먹만 불끈 쥐고 있었다.

최종 결과 발표에서 우리는 최우수로 선정됐다. 그때의 기쁨은 단순히 참모총장상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온갖 어려움과 유혹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힘들게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유격교육에 소홀함이 없었던 책임감, 이제는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이 모든 것을 가능토록 했던 팀워크까지 이렇게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 때문이었다. 군 생활 중 때로는 장교의 길이 외롭다고 생각됐던 순간이 있었는데, 동고동락해 이렇게 승리를 맛보고야 비로소 내 옆에는 든든한 전우가 항상 함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의 작은 성공에서 맛봤던 감정들을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양성하는 초임장교들도 똑같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까지 군 생활에서 겪었던 고민과 어려움을 아마도 초임장교 대부분이 비슷하게 겪을 것이다. 일상 속 작은 도전을 통해서도 전우애와 단결력을 키울 수 있고,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군인으로서 삶의 행복과 보람을 모두가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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