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김준희의 클래식 읽기

시... 소리로 울리다

입력 2024. 07. 18   16:19
업데이트 2024. 07. 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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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의 마·이·클(마음으로 이어주는 클래식) -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외세 침략 받아 온 핀란드 
독립 의지 밝힌 교향시 ‘핀란디아 : 음악으로 표현한 시’
금관악기로 고난, 목관악기로 탄식 표현
관 속의 공기 타고 흐르는 음률
포효하듯 가슴 울려

 

에드가르 드가 작 ‘파리의 오페라 오케스트라’. 출처=오르세미술관 홈페이지
에드가르 드가 작 ‘파리의 오페라 오케스트라’. 출처=오르세미술관 홈페이지

 

 

관악기는 관을 입으로 불어서 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연주자의 호흡능력으로 소리를 표현하는 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이견이 있지만, ‘피리’와 닮은 관악기를 인류 최초의 악기라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오늘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이면서 오케스트라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음색을 보여주는 관악기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관악기는 악기 재료에 따라 크게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구분합니다. 플루트, 피콜로, 클라리넷 등은 현재 금속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나무를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목관악기군에 포함됩니다. 색소폰은 금속 재료를 사용하지만 구조와 연주 기법이 클라리넷과 비슷해 목관악기로 분류합니다.

목관악기 중 청아한 음색을 자랑하는 플루트는 리드(reed)를 사용하지 않고 악기에 직접 입술을 대고 공기를 불어 넣습니다. 플루트는 고대 그리스 신화나 동굴벽화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습니다. 플루트와 비슷하면서 가장 화려한 소리를 자랑하는 악기는 피콜로입니다. 플루트보다 작은 크기의 피콜로는 그 소리가 날카롭고 화려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에서도 단연 돋보입니다.

오보에는 ‘높다’는 뜻의 프랑스어 오(haut)와 ‘나무’를 뜻하는 부아(bois)가 결합한 말입니다. 높은 소리를 내는 나무 악기라는 뜻이죠. 오보에는 악기 윗부분에 얇은 나무로 만든 두 겹의 리드를 꽂아 소리 내기 때문에 ‘겹리드 악기’라고도 합니다. 섬세한 음색을 가진 오보에는 밝고 전달력이 뛰어나 오케스트라의 조율을 담당합니다. 즉, 오보에의 A음에 맞춰 다른 모든 오케스트라 악기의 음정을 맞춥니다. 오보에는 온도나 습도, 환경이 변해도 다른 악기보다 음높이가 좀처럼 변하지 않고, 멀리서도 음색이 또렷하게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재즈, 블루스 등에도 널리 사용되는 클라리넷은 다른 악기보다 역사가 짧지만 편안하고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색 덕분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깨끗한 중저음의 음색은 다양한 표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보에와 달리 리드가 한 겹으로 돼 있어 ‘홑리드 악기’에 속합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B♭클라리넷은 악보에 표기된 음보다 장2도 낮은 소리를 내는 ‘이조악기’입니다.

목관악기 중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바순은 크기도 가장 크고 무겁습니다. 바순은 오보에, 클라리넷과 달리 소리가 나는 벨 부분이 위를 향하고 있습니다. 겹리드 악기인 바순은 고도의 섬세한 연주력이 필요합니다. 프랑스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의 작품 ‘파리의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담겨 있는 바순 연주자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금관악기 중 가장 대표적인 악기인 트럼펫은 고대 왕국 황제의 등장이나 행사를 알리는 신호, 팡파르를 담당한 나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강렬한 음색과 먼 곳까지 울려 퍼지는 소리는 마치 절대 권력의 상징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트럼펫은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확대된 19세기 후반부터 인기를 끌었고, 현재는 3개의 피스톤 밸브로 민첩하고 생동감 있는 소리를 바탕으로 금관악기 중 가장 화려한 기교를 자랑합니다.

트롬본은 긴 슬라이드로 관 길이를 조절하면서 다양한 소리를 내는 악기로, 금관악기 중 가장 음량이 큽니다. 종교음악 연주에 많이 사용됐고, 19세기 들어 오케스트라에 도입됐습니다. 트롬본의 슬라이드를 이용한 ‘글리산도(음정과 음정 사이를 미끄러지듯 연주하는 기법)’로 재미있고 다채로운 표현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금관악기 중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지닌 호른은 관현악, 실내악 등에서 모든 악기의 소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특별한 악기입니다. 그래서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과 함께 목관 5중주에 포함되기도 하죠. 호른은 모든 음역에서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지만, 마우스피스가 가장 작고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튜바는 오케스트라 전체에서 가장 낮은 음을 담당하도록 늦게 발명됐기 때문에 가장 젊은 악기입니다. 덩치가 크지만 구조는 호른과 비슷합니다. 음색은 날카롭거나 강렬하지 않고 부드럽고 매우 독특해 한 번 들으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관악기 음색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 핀란드의 영웅적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1865~1957)의 교향시 ‘핀란디아’입니다. 교향시는 단악장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곡으로 ‘음악으로 표현한 시’라는 의미입니다. 작곡가가 시적·회화적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관현악곡으로 낭만주의 시대에 성행했습니다.

아름다운 호수와 산의 나라 핀란드는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외세 침략을 받았습니다. 13세기부터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1808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러시아 속국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됐죠. 니콜라이 2세 재위 시대에 자치권을 빼앗긴 핀란드인은 러시아의 지배 정책에 맞서 독립운동을 시작합니다.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예술가가 문화행사를 열었고, ‘예로부터의 정경’이라는 애국심을 담은 역사 민족극을 발표합니다. 시벨리우스는 민족극의 음악을 담당하며 ‘핀란디아 송가’를 피날레로 넣은 뒤, 마지막 부분을 교향시 ‘핀란디아’ 작품 26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핀란드의 독립 의지를 밝힌 교향시 ‘핀란디아’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초연돼 큰 호응을 얻었으며, 핀란드 국민에게는 핀란드의 국가에 버금가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핀란디아’ 서두는 핀란드의 오랜 고난을 나타내는 묵직하고 느릿한 선율이 금관악기군의 연주로 고요하게 시작합니다. 탄식에 가까운 현악기와 목관악기의 선율이 이어지고, 곧 금관악기의 팡파르와 함께 리듬이 빨라집니다. 긴장감 넘치는 악구들이 심벌즈의 연타음으로 이어지며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합창이 등장합니다. 합창 없이 오케스트라만 연주될 경우 모든 악기가 총출동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러시아를 물리친 당당한 조국 핀란드의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는 부분은 뜨거운 애국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약 8분가량으로 짧고 간결하지만 민족주의 음악답게 몰입도가 높은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로 뜨거운 여름, 다양한 관악기의 음색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필자 김준희는 연주와 강연으로 ‘대중의 클래식화’를 꿈꾸는 피아니스트다. 저서로 『클래식 음악 수업』 『클래식, 경계를 넘어』가 있으며 인천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필자 김준희는 연주와 강연으로 ‘대중의 클래식화’를 꿈꾸는 피아니스트다. 저서로 『클래식 음악 수업』 『클래식, 경계를 넘어』가 있으며 인천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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