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러·북동맹 복원의 함의와 한국의 안보과제

입력 2024. 07. 11   16:20
업데이트 2024. 07. 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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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러·북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은 우려했던 대로 영락없는 동맹조약이었다. 조약은 23개 조항을 통해 군사, 경제, 기술 등 제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에 합의하고 있다. 최우선 주목 대상은 “위협 조성 시 지체 없이 협력을 협의한다”고 규정한 3조, “일방이 전쟁상태에 처하면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한 4조,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5조 등이다.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협력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에 합의한 9, 10, 18조 등도 요주의 조항들이다. 요컨대, 이번 러·북 조약은 광범위한 협력과 ‘자동 개입’을 약속했던 1961년 ‘조소 우호조약’이 부활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래서 안보적 함의가 전혀 가볍지 않다. 

첫째, 초강대국 구소련 향수에 젖어 있는 푸틴 대통령은 이번 조약을 통해 앞으로 군사동맹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으며, 어쩌면 바르샤바조약기구(WTO) 재림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둘째, 동북아 차원에서는 중·러·북 북방삼각과 한·미·일 남방삼각 간 전략적 불균형이 심화됨을 의미한다. 남쪽에서는 미국이 한·일의 핵무장을 만류하면서 핵우산 제공을 통해 동맹을 관리하고 있고 한·일 안보공조는 겨우 첫발을 내디딘 상태지만, 북방삼각은 최다 핵보유국과 무차별적으로 핵무력을 증강하는 두 무법 국가가 한데 어울린 핵동맹이다.

셋째, 한반도 차원에서는 러시아가 안보리의 북핵제재 레짐의 탈퇴와 대북 군사기술 지원을 공언한 것이었다. 사실 2017년 2397호 결의 이후 중·러는 이미 모든 대북제재 결의를 거부하는 중이다. 상임이사국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지만 어쨌든 그것이 신냉전이 가져온 유엔 무력증이다. 한국으로서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에 힘입어 북핵 고도화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결국, 이번 러·북 조약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미 정부가 중·러를 통해 북핵 포기를 설득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음을 재확인시켜 줬다. 물론 국내에는 “중국도 러·북 밀착을 불편하게 생각할 것”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북 밀월도 끝날 것” 등의 논리로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지엽적·부수적 현상에 매몰돼 신냉전의 거대한 흐름을 오판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중·러·북 내부의 경쟁심 때문에 북방삼각의 대미(對美) 공동전선이 허물어지거나, 중·러가 세계 평화를 위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이는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확장억제 강화’만을 강조해 온 지금까지의 자세로는 해결책을 찾기 힘들며, 미국도 안보 환경의 급변을 못 본 체하면서 ‘한국 핵무장 반대’ ‘전술핵 재배치 반대’ 등 타성에 젖은 말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미는 남북 간 ‘핵비대칭’이 아니라 ‘핵균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러 외교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은 주 위협의 배후에 위치한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부추기기보다는 억제하는 세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선도해야 한다. 유럽과는 달리 아시아에서는 미국도 중국 견제를 위해 대러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는 미국의 전략이익에도 부합한다. 한국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대러 외교가 운신할 수 있는 독자 공간을 찾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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