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의 마·이·클(마음으로 이어주는 클래식) - 보로딘의 현악 4중주
악기가 서로 대화하듯
달콤하게 노래하듯
‘현악 4중주’ 감미로운 선율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의 조화
이상적이고 완성도 높은 음향 들려줘
고전주의 하이든에 의해 기틀 다져
‘일요일의 작곡가’ 사랑 메시지
군의관·교수로 본업 충실
주말·휴일에만 작곡 몰두
결혼 20주년 기념 아내 위해 완성
‘녹턴’ 부제 3악장 최고의 몰입감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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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작곡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음향을 작품에 나타내기 위해 악기를 선별하는 데 고심합니다. 수많은 악기 중 가장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들은 오케스트라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이 담당하고 있는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가 아닐까요? 현악기는 현을 진동시켜 연주하는 악기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볼 수 있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은 활로 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입니다. 오케스트라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하프, 그리고 오케스트라에는 잘 포함되지 않는 기타와 만돌린은 손으로 현을 튕겨 연주하는 발현악기군에 포함됩니다.
현악기 중 가장 대표적인 악기는 바로 바이올린입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그 모양부터 하나의 예술 작품 같습니다. 곡선미가 돋보이는 호리병 같은, 우아한 여인을 연상시키는 몸통의 앞판은 알파벳 f 모양을 닮은 두 개의 구멍이 나 있습니다. 이 소리 구멍을 통해 내부 공명이 밖으로 전달됩니다. 주로 이 몸통의 앞판은 가문비나무로, 옆판과 뒤판은 단풍나무로 돼 있습니다. 몸통 윗부분에는 목(neck)이 붙어 있는데 이 부분은 현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지판을 받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의 여리여리하고 가냘픈 외형 때문에 소리도 매우 작고 여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네 옥타브 이상 음역으로 서정적인 소리에서부터 정열적이고 폭발적인 음색까지 변화무쌍한 목소리를 냅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와 같은 현악기를 바이올린족으로 분류합니다. 모두 현이 네 개인 이 악기들은 서로 그 형태가 비슷하지만, 몸통이 클수록 낮은 음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연주자의 몸에서 가까운 현인 G선을 기준으로 완전 5도(G-D-A-E) 간격으로 조율돼 있습니다. 또 활에는 말의 꼬리털로 된 활 털이 연결돼 있습니다.
바이올린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약간 더 크고 몸통도 두꺼운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음역이 낮고, 따뜻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나 실내악곡에서 중간 음역대를 담당하는 비올라는 화려한 바이올린에 비해 덜 주목받는다는 편견이 있지만,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입니다. 바이올린의 저음, 혹은 첼로의 고음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비올라는 들으면 들을수록 특유의 매력적인 깊고 진한 소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5도 낮은 음으로 조율합니다.
바이올린족 악기 중 바이올린과 더불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첼로의 정식 명칭은 비올론첼로입니다. 현악기군에서 중저음역을 담당하는 첼로의 악보는 낮은음자리표를 기준으로 기보돼 있지만, 음역이 높아지면 가온음자리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바이올린 소리가 강렬한 데 비해 첼로는 우아하고 포용적인 음을 냅니다. 첼로의 몸통에는 엔드핀이라는 받침대가 있습니다. 다른 현악기와 달리 서서 연주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의자에 앉아 연주해야 합니다. 연주할 때 악기가 연주자의 심장 위치와 가장 가까워지기 때문에 첼로를 가장 인간적인 악기라고도 합니다. 동시에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라고도 불립니다. 첼로의 현의 구성은 비올라와 같지만 한 옥타브 아래 소리를 내며, 오케스트라에서 안정적인 베이스 역할을 맡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바이올린족 악기는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줄여서 베이스라고 부르기도 하고, 더블베이스라는 이름으로도 통용됩니다.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에서 가장 낮은 음을 담당하며, 다른 바이올린족 악기와 달리 완전 4도 간격으로 조율합니다. 2m에 달하는 큰 크기와 20㎏의 무게를 자랑하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독주 무대에서는 서서 연주하고, 오케스트라에서는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연주합니다. 독보적으로 넉넉하고 아름다운 외형처럼 웅장하고 너그러운 저음을 소유한 콘트라베이스는 현악 합주뿐만 아니라 종종 관악기 위주의 합주에서도 저음역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는 현악기 중 바이올린 주자 2명, 비올라 주자 1명, 첼로 주자 1명으로 구성된 ‘현악 4중주’는 음향적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장르라고 일컬어집니다. 바로크 시대에도 비슷한 4중주의 연주 형태가 있었지만, 고전주의 시대의 요제프 하이든에 의해 현악 4중주의 기틀이 다져졌습니다. 실내악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로 미디어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영화 ‘타이타닉’(1998)에서는 여객선이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연주했던 현악4중주 연주자들의 모습이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음악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내악 작품’으로 손꼽히는 알렉산드르 보로딘(1833~1887)의 현악 4중주를 소개합니다. 민족주의 작곡가 보로딘은 다른 러시아 5인조 작곡가(림스키코르사코프, 큐이, 발라키레프, 무소륵스키)들과 마찬가지로 평일에는 본업에 충실했습니다. 군의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에서 의학과 화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연구와 강의에 집중했고, 스스로를 ‘일요일의 작곡가’라고 부를 만큼 주말과 휴일에만 작곡에 몰두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로딘이 하이델베르크 유학 시절 만난 아내와의 결혼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한 ‘현악 4중주 2번’은 총 네 악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 악장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풍요로운 분위기로 아내와의 첫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2악장은 달콤한 사랑의 감정을 나타내는 왈츠풍 악장입니다. 역동적인 4악장 역시 자연스러운 긴장감과 잔잔한 아름다움을 나타냅니다.
길고 섬세하고 유려한 선율이 이어지는 가장 유명한 3악장은 이 곡의 핵심 악장으로 최고의 몰입감을 자랑합니다. 저음부터 고음에 이르는 악기들의 균형 있는 조합이 돋보입니다. 특히 첼로 연주를 잘했던 보로딘은 첼로와 제1 바이올린의 선율을 대화처럼 풀어냅니다. 마치 보로딘과 아내의 달콤한 사랑의 메시지 같습니다. 밤의 정취를 담은 소품인 ‘녹턴’이라는 부제를 지닌 3악장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고 온화합니다. 주말을 맞아 ‘일요일의 작곡가’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 같은 작품’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무더위와 비로 지친 마음이 평온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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