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제대로 사과하기…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자 끝

입력 2024. 07. 05   17:13
업데이트 2024. 07. 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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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연재해든 사고든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든 조직으로서의 어려움에서 파생됐든, 그리고 크든 작든 위기는 일상화됐다.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The Devil Never Sleeps)”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에는 늘 개인이나 조직, 국가의 위기 상황을 전하는 소식투성이다. 물론 오해에서 비롯된 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 상당한 경우 그렇더라도 개인이나 조직의 명성이 훼손되거나 커리어, 사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등의 결과가 빚어진다.

위기라고 판단했을 때 이를 기회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위기의 원인이 ‘잘못’임이 분명할 때 위기를 초래한 주체가 사과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SNS가 넘쳐나는 시대엔 신속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해야 한다. 피해를 본 이들에게 진정으로 공감하며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사과의 중요한 뼈대다. 침묵은 ‘은폐’로 받아들여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럴 때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납득(나름의 사정이 있었구나), 용서(화가 나지만 이번엔 참아 준다), 신뢰(앞으로는 잘하겠지)의 순서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한데 납득과 용서를 위해선 공감의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를 막 시작했을 때 각종 설화에 시달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빠르게 사실을 인정하고 진정성을 담아 사과했다. 톰 대슐 보건후생장관의 탈세 문제에 “내가 일을 망쳐 놨다”와 같은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써 가며 적극적으로 사과했고, 위기를 탈출했다.

불가피했던 위기에 재치 가득한 사과로 상황을 타개한 경우도 눈에 띈다. 올해 벚꽃이 늦게 개화하면서 ‘2024 영랑호 벚꽃축제’를 열기가 난감해졌던 강원도 속초시는 신속하면서도 진정성을 담아 재치있게 사과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공식 SNS에 벚꽃축제 연장을 알리면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면서 “벚꽃이 안 핍니다. 그래서 영랑호 벚꽃축제를 두 번 합니다”고 밝혔던 것. 웃음 짓고 용서(?)하지 않을 수 없으니 성공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다.

위기를 레버리지 삼는 경우도 간혹 있다. 매우 위험하지만 가끔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한다.

여자 아이돌그룹 뉴진스를 이끄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경영권 탈취와 관련한 의혹이 일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히려 하이브 측이 어도어가 개발한 안무 등을 새로운 아이돌그룹에 도용했다고 주장했고, 자신에게 유리해 보이는 하이브 경영진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보였던 민 대표의 상황은 일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전환됐다.

이 같은 ‘부인’의 대응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티머시 쿰스에 따르면 위기 책임성이 높을수록 사과나 보상 같은 수용적 전략이 부인 전략에 비해 효과적이다. 또한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여론의 지지는 언제든지 어떤 변수에 따라 반대로 바뀔 수 있기에 위기의 레버리지 전략은 권하지 않는다.

침묵은 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쿰스를 비롯한 학자들은 침묵은 위기 상황의 회피책일 뿐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무조건 신속하게 사과부터 하라는 건 아니다. 전략적인 개입 시점을 적절히 판단해 ‘상식적인’ 선에서 일관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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