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뻔한 관광은 NO...이유있는 여행이 뜬다

입력 2024. 06. 26   15:22
업데이트 2024. 06. 26   15:26
0 댓글

병영에서 만나는 2024 트렌드 - 여행 트렌드

① 어디?
   여행지서 '어떤 경험 하느냐' 중시
   촌캉스·영화 테마 등 콘셉트 명확
② 어떻게?
   사전 준비 등 번거로움 감수하며
   짜여진 상품 대신 '나만의 경로'로
③ 언제?
   '가끔·강렬하게' 아닌 '가볍게·자주'
   합리적 비용으로 '탈일상' 기분

 



휴가철이 다가오며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 여름휴가 트렌드는 무엇일까?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지난해 여름휴가철에 생성된 빅데이터(통신사, 내비게이션, SNS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단연 ‘물놀이’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극히 고전적인 여름휴가 이미지다. 그렇다면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여름철 많이 찾는 해양 액티비티는 다이빙·서핑·요트로, 얼마 전만 해도 흔치 않던 액티비티가 떠올랐다. 6~8월에는 ‘해녀 체험’에 관한 SNS 언급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색다른 경험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높아진 것이다.

더운 여름,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전과 똑같지만 구체적으로 여행을 어떻게 즐기는지는 변화한다. 요즘 여행은 어떻게 다른가? ‘어디를, 어떻게, 언제’ 떠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먼저 여행지를 정하는 방법부터 변화하고 있다. ‘국가·지역’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콘텐츠’를 고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 ‘일본’ ‘규슈’ 정도로 여행지를 먼저 정하는 식이었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소바 먹으러 일본’ ‘넷플릭스 콘텐츠 브리저튼을 보고 바스, 윈저처럼’ 같은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여행의 목표를 정한다. 이것은 여행에서 어디를 가는가보다 어떤 경험을 하는가가 중요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서 여행을 떠나는 ‘set-jetting’ 현상은 세계적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항공예약 플랫폼 스카이스캐너에서 세계 1만8000명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영화, TV 프로그램에서 본 장소를 방문하고 싶다고 응답한 여행객은 전체의 72%였다. 특히 한국인은 88%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45%가 실제로 방송을 보고 여행을 예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콘셉트가 명확한 것도 중요하다. 최근 코로나 이후 20대 젊은 층에서 다시 떠오른 키워드는 ‘촌캉스’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에게 시골, 지방 소도시는 다른 나라에 온 것만큼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텔 대신 여인숙에서 숙박을 하고 오일장을 방문해 ‘몸빼바지’를 사 입는다. 서울보다 낮은 물가 덕분에 풍족한 한 끼를 먹으며 여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 호텔스닷컴에서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이제 숙소를 예약하면서 몇 성급인지, 어떤 시설을 갖췄는지보다 숙소 분위기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숙소 후기에서 ‘바이브(vibe)’를 언급하는 경우가 전년 대비 평균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예를 들어 ‘레트로풍’ ‘펑키한’ ‘안락한’ 등으로 숙소마다 바이브가 있다.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변화한다. 완제품(Ready-made) 대신 ‘DIY’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경로·숙소·교통편 등이 하나의 상품으로 짜여진 패키지 상품 대신 소비자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계획하는 자유여행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최근 5060 소비자들과 십대 후반 청소년에게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중학생 혼자 OO여행’ ‘남들 학교 갈 때 난 OO 간다’와 같은 브이로그는 청소년들이 직접 여행의 준비 과정, 출국에서 귀국에 이르는 과정까지 홀로 해내는 과정을 공유한다. 낯설고 어찌 보면 굳이 하나하나 직접 여행을 알아본다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치로 여겨진다.

실제로 자기만의 여행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동수단도 달라지고 있다. 항공권 검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에서 14개국 글로벌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여름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 여행객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렌터카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치인 39%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한국인 여행객이 특히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는 곳은 일본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일본 소도시를 방문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언제 떠나는지도 변화하고 있다. 흔히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를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요즘 소비자들은 여행 강도보다 빈도를 높이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한 번 여행 갈 때 아주 인상적인 경험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가까운 곳으로 자주 가되 비용을 합리화해 여행을 즐기고자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미국인들이 디즈니랜드처럼 일생일대 경험으로 방문하는 테마파크 말고 각 지역에서 가깝고 더 저렴하게 방문할 수 있는 지방 테마파크가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어쩌면 최근 한국에서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당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와 관련돼 있을 것이다. 그저 느낌 정도가 아니라 한국어 없이 외국어로 적힌 간판, 가게 내부 인테리어, 배경음악, 소품 하나하나까지 특정 국가의 현지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외국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여행을 나온 듯 오감을 자극하며 기분 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끊임없이 고정관념을 넘어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여행의 핵심은 ‘일탈’, 즉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이나 동네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비일상의 경험을 위해 사람들은 가능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여행을 추구한다. 여행이 전 국민 필수재가 돼 가는 가운데, 여름 휴가로 가족과 물놀이를 가더라도 색다른 경험을 더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여행은 더욱 다양화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세분화될 것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어떻게 특별한 나만의 경험을 만들 것인가?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