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삶은 원이고, 우리는 ONE이다

입력 2024. 06. 18   15:23
업데이트 2024. 06. 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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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민 육군병장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 17진
백광민 육군병장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 17진

 


대학 입학 후 확실히 정해진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비슷하게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옥죄고 조급해하던 차에 입대했다. 입대 후 그동안 마주치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과 만났다. 학창 시절 결석을 100일 넘게 했다는 동기, 스무 살에 공무원이 된 동기, 문신이 있었지만 너무나도 착하게만 느껴졌던 동기 등 정말 다채로운 구성원이었다. 다들 각자의 삶을 열심히 일궈 나가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이 세상은 높은 하나의 점을 추구하는 사람만 중요한 게 아니라 360도의 원을 그리는 이들 모두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한빛부대 17진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한빛부대는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소속으로 남수단에서 주보급로 보수(MSR) 작전, 물자공여·의료지원 등의 다양한 재건지원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MSR 작전의 경우 남수단 곳곳의 훼손된 도로를 보수해 식량·물자를 원활하게 운송할 수 있게 하고, 종족 간 화합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주로 영내에서 전기설비 및 여러 시설을 보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 처음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도 여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임무의 가치를 알게 됐다. 발전기가 고장 나면 컴퓨터가 꺼지고 물도 끊겼다. 전기설비를 설치하거나 고치는 것은 부대원들의 밤을 밝히는 일이었다. 에어컨도 잔고장이 많았다. 한낮이면 50도에 육박하는 이곳에서 에어컨 정비가 불가능했다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다.

참모부 정화조 교체작업 때의 일이다. 화장실 사용과 샤워 여건 보장을 위해 며칠간 밤늦게까지 일했지만, 아프리카의 태양은 우리를 비웃듯이 작업을 마친 정화조를 뜨거운 열기로 녹여 버렸다. 부대원 중 누구도 이런 결말을 예측하지 못했다. 허탈감을 느끼던 차에 배관담당 주무관이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다시 힘을 불어넣어 줬다. 이에 질세라 다른 간부들도 서로를 응원하며 작업을 이어 나갔다. 덕분에 더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해 빠르고 깔끔하게 정화조 교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단순히 ‘아프리카의 뜨거운 온도를 고려하자’는 지식만 배울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 왜 우리가 함께 이곳에 있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하나의 점이 모여 원을 만들고, 각자의 행동이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만든다. 그 힘은 우리가 ‘남수단 재건’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 함께 노력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했다. 걱정과 고민에 조급함만 느꼈던 앞으로의 내 삶에 중요한 교훈을 준 한빛부대에 감사하다. 그리고 남수단에서, 국내 곳곳에서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모든 장병에게 같이해 줘 고맙다는 격려와 찬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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